숨이 턱 막힐 정도로 더운 날이 계속되면 하던 일도 귀찮아지고 끼니를 챙겨 먹는 것조차 성가신 일상이 된다. 늘 뜨끈하게 속을 데워주던 밥과 국이 시큰둥해지는 여름. 무더위가 지속되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바로 밀면. 밀면이라 하면 대부분의 트래블피플이 부산의 밀면을 떠올릴 것이나, 천년고도, 경주에서 만나는 밀면 또한 그에 필적하는 대단한 맛을 가지고 있다.
갈증 해소에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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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의 밀면은 그 맛을 아는 사람들에게 대단한 인기를 누린다. 점심때면 특히 북새통을 이루는데, 음식점에 따라 번호표를 뽑고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주문한 뒤에는 비교적 아주 빠르게 밀면 맛을 볼 수 있게 되니, 잠깐의 인내심을 발휘해 보는 것이 좋겠다.
달콤하면서 새콤하고 시원한 국물은 물론, 면 맛 또한 일품이니 한참을 기다렸다 먹더라도 그 값어치를 한다. 일반 냉면과는 확연히 다른 맛인데, 밀가루가 주재료다 보니 면이 뚝뚝 끊기는 것 또한 밀면의 특징이다. 또 다른 특징은 밀가루가 메밀보다 저렴하다는 점에서 나온다.
완전히 사골맛도 아니면서 묘하게 진한 육수도 특이하다. 맛은 진한데 혀에 와 닿는 느낌은 순하고 부드러운데, 이 비결은 짭짤하고 진하게 끓인 육수 '짠탕'을 물이나 사골육수에 희석하면서 나오는 것이다. 이 짠탕에 들어가는 재료로 대부분 돼지 뼈를 이용한다. 소 사골은 시원한 맛을 내지만 돼지 뼈는 진한 맛을 내는 특성이 있다. 이런 이유로 밀면의 진한 맛은 그야말로 여러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더욱이 양념장도 풋마늘과 양파, 고춧가루, 물엿 등으로 버무린 뒤 오래 삭혀 매우면서도 달큼한 맛을 낸다. 이렇게 달콤새콤 시원하게 어우러진 밀면을 한 그릇 뚝딱 비워내면 온몸이 시원해지다 못해 추워진다.
애환 깃든 사연
이토록 밀면은 가만히 있어도 송골송골 땀이 맺히는 한여름에 열기와 숙취를 없애주는 보양식이다. 지금은 향토 음식으로 대접받고 있지만, 이전만 해도 사연 많은 길거리 음식 중 하나였다. 이야기인즉슨 6·25 전쟁 때 이북 출신의 피난민들이 북한에서 먹던 냉면을 만들고 싶었는데, 주재료인 메밀을 구하기가 힘들어 밀가루로 냉면을 만든 것이다. 지금이야 문장 한 줄로 줄일 수 있는 이야기지만, 그 안에 삭히고 삭혔을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한 줄로 줄일까. 부대찌개와도 비슷한 애환이 있는 것이다.
의정부가 부대찌개의 원조이듯, 밀면은 부산이 원조다. 하지만 밀면의 수요는 한정돼 있다. 오로지 경상도 사람들만 밀면을 즐긴다. 전라도와 충청도를 비롯해 수도권 지역에서는 밀면의 인기는 사실상 없다. 새콤달콤 시원한 밀면의 맛을 서울 사람들이 잘 모르는지, 혹은 홍보 부족으로 인한 생소함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서울에서는 밀면 전문식당을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경상도 지역의 한여름 밀면 사랑은 가히 폭발적이다. 특히 역사와 전통의 고장 경주에서 먹는 밀면 맛은 특별하다. 더운 날이면 꼭 한 번은 생각나는 음식의 대열에, 경주 밀면이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리게 될 것이다.
글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9년 07월 15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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