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신포국제시장

인천 신포국제시장도 ‘응답하라 1988’과 유사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천 최초의 상설시장인 신포국제시장은 1970년에 형성되어 지금까지 이르고 있는 긴 역사를 자랑하는 시장이다. 시장이 오래될수록 사람들의 발길은 자연스레 줄게 마련이지만, 신포국제시장은 오랜 시간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여전히 인천 먹거리의 ‘제1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다.

 

인천에서 느끼는 진한 중국의 향, ‘만두·공갈빵’

신포국제시장은 항구와 인접해 있어 외국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특히 중국과의 교역이 많았던 인천항의 특성상 중국문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는 신포국제시장의 대표 먹거리로 중국의 전통음식인 만두와 공갈빵이 자리 잡는데 밑거름이 되었다. 신포국제시장에는 전국적으로 체인망을 구축한 ‘신포우리만두’의 본점이 있다. 1971년에 형성된 신포우리만두는 오래된 역사만큼 뛰어난 노하우를 지닌 주방장이 직접 만두를 빚어낸다고 하니, 그 맛은 보장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신포우리만두에는 주메뉴인 만두 외에도 쫄면, 칼국수, 떡볶이 등 다양한 분식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 특히 고기만두와 쫄면의 조합은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베스트셀러’ 조합이라고 하니, 꼭 한번 드셔보시라.
 
신포우리만두의 반대편에는 수많은 사람이 줄지어 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진풍경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신포국제시장이 자랑하는 또 다른 대표 메뉴인 신포 공갈빵을 구매하기 위한 줄이다. 신포 공갈빵 역시 1970년대에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 신포국제시장의 깊은 역사와 함께했다. 공갈빵은 속이 비어 있어 껍질을 부숴 먹는 독특한 형태로 되어 있는데 겉은 바삭한 식감과 함께 담백한 맛이 느껴지고, 껍질 내부는 과하지 않은 적당히 달짝지근한 맛이 느껴진다. 신포 공갈빵은 현장에서 손수 반죽을 만들고 그 자리에서 화덕을 통해 바로 구워낸다. 기계화할 법도 하건만 제조방식을 바꾼 적이 없다고 하니 그 정성만큼 공갈빵의 맛은 일품이겠다.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고통이 따르지만, 신포 공갈빵의 맛은 그 기다림의 시간을 절대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인천 먹거리의 no.1을 자부한다! ‘끝판왕’ 신포 닭강정

굳이 인천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신포 닭강정은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신포 닭강정은 인천의 대표 음식으로서 매스컴에 숱하게 노출되며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다. 현재는 신포 닭강정을 중심으로 신포 시장 내에 닭강정 가게들이 몰려들어 닭강정 거리가 생겼을 정도니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신포 닭강정도 만두, 공갈빵과 마찬가지로 긴 역사를 자랑한다. 40여 년의 긴 세월이 닭강정 맛에 고스란히 함축되어 있다. 맛의 비결은 튀김반죽과 특제소스에 있는데 카레 향이 물씬 느껴지는 바삭한 닭튀김에 매콤하면서 달콤한 특제소스가 가미되면 혀를 감도는 감미로운 맛을 선사한다.
 
신포 닭강정이 유명해진 이유에는 비단 맛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격대비 푸짐한 양도 배고픈 여행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중, 대 두 가지 사이즈를 판매하는데 일반적으로 시중에 판매되는 치킨, 닭강정의 양보다 많다. 미처 다 먹지 못한 닭강정은 포장도 해주니 참고하자. 특이하게도 신포 닭강정은 식후에 디저트로 씹을 수 있는 껌도 제공한다. 이는 일반적인 다른 닭강정 가게와는 차별화되는 점이다. 또한 테이크아웃도 가능하다. 다만 홀 대기 줄 보다 테이크아웃 대기 줄이 압도적으로 길다. ‘식사시간 피해서 가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시간을 불문하고 그 길이가 상상을 초월하니 감안하자.
 
신포국제시장은 앞서 소개한 만두, 공갈빵, 닭 정 외에도 어묵꼬치, 순대국밥 등 다양한 음식점들이 입점 되어있다. 인천 내에서는 다들 맛으로는 ‘한 가닥’ 한다고 알려진 음식점들이니, 어느 음식점을 들어가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배고픔에 지친 여행객들이 먹고 쉬어가는 그곳, 신포국제시장은 일종의 음식백화점인 셈이다.

 

사람 냄새 물씬~ 재래시장의 참모습을 담다

이제 배부르게 먹었으니 소화도 시킬 겸 시장 내부를 둘러보자. 일반적으로 신포국제시장은 먹거리로 알려진 시장이지만 음시점 외에도 ‘시장표’ 옷가게, 과일, 건어물 등 다양한 종류의 가게가 입정되어 있어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항구도시 인천의 ‘no.1 시장’답게 인기상품은 김과 건어물이다. 인천 특산물인 김과 건어물을 통해 인천 앞바다의 향취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신포국제시장은 골목골목마다 재치가 느껴지는 벽화들이 숨어있다. 또한 항구도시 인천을 상징하는 등대, 배 등의 구조물들도 구석구석 배치되어 있으니 셔터찬스를 놓치지 말자. 현대문명의 산물인 대형마트의 공세에 전통재래시장이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는 지금, 신포국제시장은 전통적 방식을 고수하며 특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인천 먹거리의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드라마 ‘응답하라 1988’과 닮아있기도 하다. 차가운 도시생활에 지쳤다면 전통 재래시장의 분위기가 물씬 묻어나는 신포국제시장을 맛보고 즐기며 힐링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