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려 있던 몸의 감각을 깨우다

경산 육동 미나리단지에는 2월 말부터 손님들의 발걸음이 조금씩 시작됐습니다. 3, 4월 본격적인 시즌에 도달하면 미나리의 향미를 즐기기 위한 미식가들이 전국에서 물밀 듯이 몰려듭니다. 주말과 휴일에는 수백 대의 관광버스가 이곳을 가득 메워 관광명소를 연상케 하는데요. 이유는 바로 육동 미나리가 선물하는 봄의 향기를 입안 가득 느끼기 위해서입니다. 연둣빛 옷을 곱게 차려입은 어린 미나리가 특유의 향과 싱싱함을 선사합니다. 비타민과 무기질, 섬유질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인 미나리는 특히 봄에 튼실한 줄기가 부드러워 제 맛을 냅니다. 그 매력에 미식가들은 겨우내 움츠려 있던 몸의 모든 감각을 깨우기도 합니다. 

이러한 육동 미나리는 현재 경산의 용천리를 비롯한 용전, 부일 등 6개 마을 18개 농가에서 4.8㏊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규모가 어마어마한데요. 그중 한 곳을 찾아가봤습니다. 제일 먼저 들른 한 농장의 비닐하우스 안에는 싱싱한 미나리가 가득합니다. 그리고 그 맛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농장을 운영하는 부부가 쉴 새 없이 일하면서도 힘든 기색 없이 시중 일관 밝은 미소로 일관합니다. 

잠시 눈을 마주치니 육동 미나리는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과 지하 150ｍ의 암반수, 유기질 퇴비, 친환경 농자재를 사용해 재배, 수확하는 일명 친환경 웰빙 제품으로 명성이 높다고 귀띔합니다. 지난 2008년에는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 대행 회사인 '에버그린 농우회'로부터 무농약 친환경 웰빙 재배로 인증을 받았다는 자랑도 빼놓지 않네요.

 

아삭아삭~ 입맛을 돋구는 미나리 요리

그때 제 코를 자극하는 냄새가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삼겹살! 비닐하우스 안 한편에서 단체손님 30여명이 삼겹살 미나리파티를 벌이고 있는 게 아닙니까. 또한, 이미 육동 미나리와 삼겹살을 푸짐하게 즐긴 관광객들은 남은 미나리로 부침개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갈 때는 미나리를 더 구입해 버스 안에서 더 먹을 계획이라고 하니 역시 미나리 마니아들입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요. 잠시 본분을 잊고 삼겹살과 육동 미나리 맛에 빠져봤습니다. 지글지글 삼겹살 굽는 소리와 고소한 내음에 취했다가 노릇하게 익은 삼겹살을 집어 미나리에 둘둘 말아 한입에 쏙~ 넣었습니다. 담백한 고기 맛과 미나리의 향긋함이 입안 가득 퍼지는 게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이 이런 거였구나, 실감이 납니다. 삼겹살과 미나리의 조화로운 맛이 침샘을 제대로 자극한 듯합니다. 옆 테이블에서 지지고 있는 미나리 부침개 맛도 봤는데요. 이제 막 재배한 미나리로 부쳐서 그런지 아삭하고 싱싱한 맛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마치 봄을 먹는 것 같아요.

자~이쯤 되면 군침이 잔뜩 돌고 있을 독자분들을 위해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미나리 부침개 요리법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부침가루 2컵과 물 1컵, 미나리 한 움큼, 소금 반 숟가락, 식용유 약간을 준비하세요. 재료를 다 준비했으면 부침가루에 물, 소금을 넣고 풀어줍니다. 미나리는 씻어 물기를 빼주고 먹기 좋게 반으로 잘라줍니다. 다음, 풀어놓은 부침가루에 미나리를 적셔 둡니다. 부침가루에 적신 미나리를 예열된 팬에 기름을 두르고 올려준 후 2~3번 뒤집어 주면 완성입니다. 아삭아삭 맛있는 육동미나리. 봄과 여름의 입맛을 풍성하게 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