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의 양대산맥, 사찰정식 vs 산닭구이

산 좋고 물 좋은 구례에는 몸에 좋은 건강식이 많이 발달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사찰정식과 산닭구이다. 구례에서 1,5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화엄사가 자리 잡고 있다는 건 이미 유명한 사실이다.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사찰정식은 흔히 볼 수 있는 산채정식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사실 특별한 비밀을 품고 있다. 첫째, 구례의 사철정식은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으며 최대한 간단한 방법으로 조리하는데 이를 음식의 맛이라 부른다. 둘째, 상차림이 언제나 정갈하면서도 아름다우니 이는 기쁨의 맛이다. 셋째, 육류와 오신채를 올리지 않으니 이를 수행의 맛이라 한다. 오신채는 마늘, 파 달래, 부추, 무릇 등 다섯 가지 자극적인 맛을 내는 채소인데 불가에서는 이를 먹으면 수행에 방해된다고 여긴다고 한다. 물론, 일반인들이 먹는 사찰정식에는 마늘과 파 정도는 적당히 들어가 음식 맛을 더해준다. 지리산에서 자생하는 각종 산나물이 중심을 이루는데 자연의 맛과 영양이 그대로 담겨 있으니,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별미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정성 들여 나오는 사찰정식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지고 차분해지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사찰정식에 못지않을 만큼 건강에 좋은 음식이 있으니, 바로 산닭구이다. 삼계탕이나 영계백숙 등의 주재료인 닭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보양식품이다. 닭고기는 육질이 연하고 맛이 담백하면서도 조리하기 쉽고 영양가가 높아 전 세계적으로도 인기가 많다. 전라남도 향토음식 가운데 하나인 산닭구이는 산에서 자란 산닭을 바로 손질해서 구워 먹는 맛이 일품이다. 산닭은 일반 닭에 비해 기름기가 적고 더욱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토종 병아리를 산에 방목해서 기르기 때문에 운동량도 많고 산에서 좋은 것을 먹고 자라서 육질도 더욱 쫄깃하고 탄력이 있다. 산닭은 고기를 바른 뒤 약간의 양념을 버무려서 내어진다. 내장이나 모래주머니 등 어느 하나도 버리지 않고 온전히 상에 오르니, 부위별로 다양한 맛을 즐길 수도 있는 별미가 된다.

 

노오란 꽃 붉은 열매, 산수유 요리

'남자한테 참 좋은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네.' 광고의 한 멘트이지만 한때 인터넷 등을 통해 무수히 많은 패러디를 내놓으며 유명해진 말이다. 중요한 건 정말 산수유가 남성은 물론 여성에게도 좋다는 사실이다. 구례는 무려 전국 생산량의 약 70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유명한 산수유 생산지이다. 구례 산수유가 이렇게 유명한 이유는 단연 우수한 품질 덕분이다. 지리산과 섬진강의 영향을 받는 곡간선상지에서 재배하며 통기성, 보비력, 보수력이 우수하고 유기질이 풍부한 토양에서 자라난다. 이렇게 자연스레 고운 빛깔의 산수유가 생산되는 것이다. 특히, 산수유의 질을 결정하는 9월 이후에 강우량이 적기 때문에 맛이 더욱 좋다.

산수유는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간과 신장을 보호하고 몸을 단단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근육의 수축력을 높여주고 방광의 조절 능력을 향상시켜 야뇨증이나 요실금 증상에 큰 효능을 발휘한다. 몸이 가벼워지고 과다한 정력 소모로 인한 무기력증, 조루 현상, 발기부전 등에도 효능이 있다고 하니, 남자에게 좋다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니 구례의 특산물이자 품질 좋은 산수유를 이용한 음식이 없을 수가 없다. 산수유의 영양과 맛을 듬뿍 담고 있는 산수유떡과 산수유더덕냉채가 그 주인공이다. 건강에 좋은 산수유를 이렇게 조리해서 먹으면 색다른 맛을 즐기면서 건강도 챙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 할 수 있다.

 

영양 그 자체를 담아낸 맛있는 한 끼, 다슬기 요리

깨끗한 물에서만 자라는 민물조개인 다슬기도 구례에서는 더욱 맛좋은 별미로 탄생한다. 특히 다슬기수제비는 지리산 일대의 대표음식 ‘지리산 7미(味)’ 가운에 하나로 구례를 대표하는 음식이기도 하니 꼭 맛보아야 할 것이다. 겨우내 물 속 바위 아래서 통통하게 자란 다슬기는 5월이나 6월의 늦봄 무렵에 맛보는 것이 좋다. 간의 세포조직을 활성화시키는 효능을 지니고 있어 간과 위장의 기능회복, 숙취해소, 체력회복, 빈혈예방에 큰 도움을 준다. 

다슬기를 삶아 푸른빛의 국물이 우러나게 한 다음, 우리밀로 만든 수제비 반죽을 넉넉하게 떼어넣는다. 여기에 애호박과 청양고추, 부추를 듬뿍 넣어 끓이면 고소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나는 다슬기수제비가 탄생한다. 입에 넣는 것만으로도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 것이다. 이밖에도 다슬기는 회무침으로도 만들어 먹는다. 손질한 다슬기와 여러 야채를 양념장에 무쳐 먹는데, 그 자체로도 아삭아삭하니 맛있지만 밥과 함께 비벼 먹으면 또 다른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