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나들길 3코스의 시작, 전등사

‘전등사’는 강화도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불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찾는 명소이다. 사계절 모두가 아름다운 전등사지만 가을 전등사는 더욱 특별하다. 강화나들길 제3코스는 온수리 시내를 떠나 전등사 남문에서 시작된다. 유명사찰 대부분이 그렇듯 이곳도 입장료를 지불해야하며, 자동차를 이용하는 여행객이라면 주차장 이용비용을 추가 지출해야한다. 전등사는 이름 아침부터 찾는 이가 많다. 바삐 움직이는 해설사도 여행객도 이곳을 찾는 저마다의 이유로 열정이 대단하다.
 

전등사 남문을 지나면 전등사의 보호수로 지정된 고목이 가을의 정취를 더욱 북돋워 준다. 이곳에서는 고목과 함께 ‘윤장대’를 접하게 되는데, 타 사찰에서는 접해보지 못했던 성물을 보게 된다. 이는 TV에서나 보던 티벳이나 네팔과 같은 불교사원의 성물이다. 이 윤장대를 돌리면 경전을 읽은 것 같은 공덕이 생긴다고 하니, 무소유의 마음으로 돌려보자.
 

윤장대 맞은 편에는 ‘죽림다원’이 있다. 이곳은 사찰을 찾는 여행객의 쉼터 역할을 한다. 이른 아침부터 다원에서 풍기는 차향기가 산사를 가득 채운다. 차 향을 맡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정화되는 느낌인데, 다원의 마당 앞 풍경도 그에 못지않다. 테이블 위에 놓인 꽃 한송이가 마음을 포근히 감싸주고 지붕 위 기왓장에 내려앉은 나뭇잎이 아침 햇살을 머금고 정겹게 다가온다. 이곳에서는 누구라도 사진놀이를 하느라 시간을 많이 소비할 듯하다. 고려왕릉 가는 길 코스대로 전등사 뒷길인 부소길을 따라가면 전등사 북문에 이르게 되는데, 이 산책로 풍경은 가을에 특히 절경을 보여준다.

 

바실리카 양식의 한옥성당, 성안드레성당

‘성안드레성당’은 대한성공회 강화성당과 마찬가지로 한옥형태이며 사진 촬영 명소로 잘 알려진 곳이다. 솟을대문 종루에는 세월을 간직한 종이 묵직하게 매달려 있는데, 당시 민생의 아픔과 고초를 어루만져주는 듯하다. 성안드레성당은 목조형태의 건물로 하얀 담벽과 한옥의 형태가 친근하게 다가온다. 성당 내부는 문이 잠겨있는 것으로 보아 상시 개방 중인 것은 아닌 듯 하였고, 안드레성당 옆에는 큼지막한 현대식 교회가 세워져 있다. 현대식으로 지어진 교회 옆에는 150년이 넘은 수령의 ‘소나무’가 한그루 서 있는데, 성당의 상징인 이 소나무를 살리기 위해 교회 신축시 설계 변경을 했다고 한다. 소나무를 자세히 살펴보면 하트모양의 가지를 찾을 수 있는데, 이는 마치 세상에 사랑을 전파하기 위한 것처럼 느껴진다.

 

고려 대문장가, 이규보

고려왕릉 가는 길에는 고려의 문인 백운거사 ‘이규보’의 묘소가 있다. 이규보는 몽고군 침입시 국난을 극복하고자 팔만대장경을 조판할 때, ‘대장경각판군신기고문’을 지어 충정을 나타냈다. 그의 묘소 주변으로는 재실과 유영각이 있고, 묘소 앞 석물은 고려 강도시기의 산물로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한다. 조선시대의 묘소 앞 석물은 많이 알려져 생소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이곳 고려양식의 석물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고려시대 능묘, 가릉과 석릉

고려시대의 능묘를 보기 위해서는 고려왕릉로따라 진강산 기슭에서 시작된다. 진강산 주변에는 총 3기의 왕릉이 있는데, 차로는 접근이 쉽지 않다. 심지어는 표지판을 따라가도 더 이상 갈 수 없는 왕릉도 있는 까닭에 고려왕릉은 깊은 산속 또는 좁은 마을 도로를 따라 가야 접할 수 있어 산행을 각오해야 한다. 처음으로 접한 왕릉은 가릉이다. 가릉으로 가는 길은 그나마 잘 정비되어 있고 입구에 노랑 국화꽃을 심어 놓아 이 계절이 가을인 것이 더욱 실감난다. 가릉은 고려 원종의 왕비 순경태후의 능으로 봉분이 파괴되고 석물이 파괴되어 폐허가 된 것을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한 것이다. 가릉 위로는 강화능내리석실분이 있는데, 출토된 유물로 볼 때 고려 왕실과 관련된 인물의 무덤으로 추정되며, 능내리석실분 봉분 바깥쪽으로 석수(짐승의 형상을 새겨 만든 돌)를 배치하고 곡장(봉분을 보호하기 위한 나지막한 담)으로 둘러져 있어 고려시대 지배계급의 묘제를 일컫는다.
 

석릉을 찾아가는 길은 진강산을 완주해야 하는 산행이 필요하며, 마을 입구에서부터 1.2km로 안내되어 있다. 강화에는 고인돌이 산재한데, 석릉 능묘가는 길에서도 ‘어두고인돌’을 볼 수 있다. 진강산 능선에 오르면 곤릉, 석릉, 가릉으로 가는 안내 표시가 보인다. 마을 입구에서는 곤릉으로 가는 길을 찾지 못했는데, 곤릉은 산중턱에 위치하고 있다. 석릉은 진강산 계곡 골짜기에 있어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는 깊은 산속에 있다. 고려 희종의 묘로 무인정권 당시 최충헌의 횡포가 심해지자 그를 제거하려다 실패해 재위 7년 만에 폐위되었고, 용유도에 유배되어 세상을 떠나자 이곳에 안장되었다. 이곳의 능은 ‘ㄷ’자형의 석축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12~13세기의 상감청자가 출토된 바 있다.

 

강화 씨사이드 리조트, 동양 최대 1.8km 루지체험

고려왕릉 가는 길 코스 중 길상면 인근에는 강화에서 꼭 체험해볼 만한 강화리조트 루지체험장이 조성되어 있다. 특히 성인 중 젊은 연령층과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의 여행객이 많이 찾는 명소로,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쉽게 루지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과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으로 인해 평일과 주말 상관없이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강화 루지 이용시간은 동절기에는 10~18시까지 운행을 하고 있고,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 강화 초지대교를 건너 전등사 방향으로 5km 정도 이동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