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산에 자리한 송광사는 신라 말 혜린 선사에 의해 창건되었다. 창건 당시에는 산 이름을 송광산이라고 불렀고 절 이름은 길상사라고 했다. 고려 인종 때 석조 대사가 크게 확장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후 50여 년 동안 방치되다가 고려 명종 27(1197)년에 지눌 스님이 크게 중창하며 대찰의 면모를 갖췄다. 이때 이름을 수선사라고 고쳐 불렀으나 언제부터 지금의 이름 송광사로 개칭했는지는 알 수 없다.
우리나라 삼보사찰, 송광사
불교에서는 불보, 법보, 승보 세 가지를 귀한 보배로 여긴다. 이를 삼보라고 일컫는데, 불보는 부처님, 법보는 부처님의 가르침, 승보는 부처님의 제자를 말한다. 송광사는 삼보사찰 중 하나이다. 양산 통도사는 불보, 합천 해인사는 법보, 그리고 순천의 송광사는 승보 사찰에 해당한다. 통도사에는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고, 해인사에는 팔만대장경이 봉안되어 있으며, 송광사는 오랜 불교 역사 속에서 전통 승맥을 계승한 사찰이기 때문이다.
주차장에서 일주문까지 올라가는 오솔길은 나무들이 가득한 숲길이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올라간 측백나무 숲을 지나면 울창한 대나무 숲이다. 숲을 빠져나와 내내 함께 걸었던 계곡을 건너면 곧 일주문이다. 탈색된 단청의 일주문 편액은 파란색 바탕에 금색 글씨다. 특이한 점은 가로가 아니라 세로 편액이란 점. 모두 세 줄인데 양쪽에 조계산, 송광사라는 한자가 쓰여있고 가운데에 대승선종(大乘禪宗)이라는 한자가 적혀 있다. 이는 수행과 참선을 중시하는 사찰임을 뜻한다. 일주문으로 오르는 계단 양쪽에 세워진 동물상은 엎드린 자세가 아니라 앞발을 세우고 앉아있는 자세다. 한쪽 발을 가슴에 모으고 있어 보는 방향에 따라서는 마치 기도를 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사자를 닮은 듯도 하고 원숭이를 닮은 듯도 한데, 정확하게 어떤 동물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일주문을 지나면 돌무더기 위에 고목 하나가 서 있다. 가지가 없어서 마치 인공적으로 다듬어서 세워놓은 듯한 모양새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지눌 스님이 송광사에 처음 오실 때 짚고 오신 향나무 지팡이를 이곳에 꽂았다고 한다. 이후 지팡이에서 잎이 나고 자라기 시작했으며 지눌 스님이 입적하신 후에는 나무가 다시 말라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이 나무에 관한 이야기는 1751년 이중환의 택리지(擇里志)에도 기록되어 있다.
경내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삼청교를 건너야 한다. 계곡 위에 놓인 무지개 모양의 다리를 삼청교라고 부른다. 또한 삼청교 위에 세워진 목조 건물을 우화각이라고 부른다. 삼청교와 우화각은 한 몸인 셈이며 송광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다. 우화각 안에 걸려 있는 송광사 편액은 조선말기부터 근대기에 활동한 해강 김규진의 글씨다.
우화각을 지나면 곧바로 천왕문이고 이후 종고루를 지나면 드디어 대웅보전 앞마당이다. 송광사의 대웅보전에는 과거불인 연등불, 현재불인 석가모니불, 미래불인 미륵불이 모셔져 있다. 대웅전 뒤편에 자리한 국사전은 송광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며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정확한 창건 연대는 알 수 없으나 고려 공민왕 18(1369)년에 지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송광사에서 배출한 16국사(國師)를 모시고 있다. 송광사가 승보 사찰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쉽지만 평소에는 일반에게 공개하지 않는 전각이며 매년 보조국사 종재일에만 공개한다.
송광사 뒤편 언덕에는 보조국사 감로탑이 자리하고 있다. 송광사를 크게 중창한 지눌 스님의 부도탑으로, 열반 후 고려 21대 왕 희종이 ‘불일 보조국사(佛日 普照國師)라는 시호와 ’감로탑(甘露塔)이라는 탑호를 내렸다. 송광사는 법정 스님이 잠드신 곳이기도 하다. 수필가로도 유명한 법정 스님은 송광사에서도 수행했다. 특히 1975년 옛 자정암 폐사 터에 새로 암자를 만들고 불일암이라는 편액을 건 후 오래도록 기거했다. 스님의 대표적인 수필집인 [무소유]도 이곳에서 집필했다.
송광사에서 불일암까지는 산길을 편도 40분 이상 걸어 올라가야 한다. 불일암에 다다르면 울창한 대숲을 지나고 터널 같은 대숲을 빠져나가면 아담한 암자 하나를 만나게 된다. 모든 것이 소박하고 고요한 암자다. 암자 앞에는 ‘후박나무’로 일컫는 향목련 한 그루가 서 있다. 순천 지방에서는 향목련을 후박나무라고 부르기도 하며 법정스님 역시 저서에서 여러 번 후박나무라고 언급한 나무다. 법정 스님의 유언에 따라 이 나무 아래에 스님의 유골을 모셨다.
송광사를 대표하는 또 다른 말은 말과 행동을 절제하며 소처럼 묵묵하게 정진한다는 뜻의 ‘목우가풍(牧牛家風)’이라고 합니다.
글 트래블투데이 차예진 취재기자
발행2021년 04월 13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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