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위상이 드높아진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거스 히딩크란 이름으로 인연이 깊어진 우리나라와 네덜란드의 관계는 이미 오래 전 낯선 땅에 표류한 이방인을 통해 또 다른 의미의 관계가 맺어진 바 있다. 우리에겐 ‘하멜 표류기’로 너무도 잘 알려진 인물. 우리나라에는 그와 관련된 유적과 이를 기념하는 스팟이 여럿 있는데, 이곳 전라남도 강진군 전라병영성 하멜기념관은 1666년 우리나라를 서양에 최초로 알린 ‘하멜 표류기’의 저자 ‘헨드릭 하멜’을 기념하는 전시공간이다. 하멜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일원으로 일본으로 이동하던 중 표류해 제주도에 표착, 서울, 강진, 여수에서 13년 동안 유배되어 살았다. 이곳 강진에서는 7년 동안 지냈는데 이를 기념하여 하멜의 고향인 네덜란드 호르큼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문화교류를 해오다가 2007년 기념관을 건립했다.
전라병영길과 하멜
하멜기념관은 그 주변으로 하멜 동상 이외에 네덜란드의 상징물 풍차와 다양한 모습의 ‘하음이’ 조형물이 있다. 하음이는 '하멜의 마음'이란 뜻으로, 캐릭터 이름 그대로 조선에서 생활한 하멜의 마음이 어떠 했을지 함께 공감 해보기 위해 만든 캐릭터라고 하며, 때로는 웃기도 울기도 했던 하멜의 발자취 따라 기록을 더듬고 상상을 더해 지금의 하음이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하음이 캐릭터 옆에는 방문객이 남기고 싶은 글이나 문구를 넣을 수 있는 우체통이 하나있는데, 이는 마치 병영생활을 하던 하멜이 자신의 고향이나 병영 생활에 대한 청원을 품었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제주도와 조난선을 상징하는 하멜기념관 전시관과 하멜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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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를 사용해 타원형으로 건축한 하멜기념관 내 왼쪽 전시관은 하멜이 표착한 남도의 섬 제주도를 상징하며, 그 오른편의 각진 형태의 건물은 망망대해를 표류한 조난선 스페르베르(Sperwer)호를 상징한다. 전시관 입구에는 하멜 동상과 함께 하멜과 그의 동료를 기리는 상징물이 있고, ‘하멜 표류기’의 복사본이 전시되어 있다. 복사본을 보면 서기(書記)였던 하멜의 필체를 엿볼 수 있으며, 기념관 내 동상은 마치 힘들었던 타향살이를 통해 멀고 먼 네덜란드에 대한 그리움을 느꼈던 하멜이 손가락으로 고향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하멜 관련 주제별 전시, 전시관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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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전시관은 강진군과 네덜란드 호르큼시의 자매결연 등을 통해 하멜의 생애, 17세기 조선과 네덜란드의 사회와 문화, 역사적 상황을 각 주제별로 감상할 수 있도록 조성한 전시공간이다. 첫 번째 저시실에는 하멜의 생애와 그의 고향을 소개하는 내용과 하멜이 근무했던 동인도회사의 범선 조형물이 전시되어 있으며, 이곳에는 방문자가 인증샷을 담을 수 있도록 포인트존을 만들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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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전시실에는 일본으로 이동 중 난파되어 표착한 조선에서의 13년 생활에 대한 내용을 전시하고 있다. 그 중 서울 압송 이전 제주도에서의 생활상 중에서는 조정에서 통역과 호송의 임무로 파견한 네덜란드인 박연(얀 야너스 벨테브레이(Jan. Janse. Weltevree)과의 만남이 눈에 띈다. 조선에 귀화해 정착한 후 오랜 세월을 보내온 박연과 하멜. 이들의 첫 만남은 과연 어떠했을까. 모국어를 다 잊어버려 대화가 안통하는 박연과 하멜, 두 네덜란드인의 심정과 대화 장면이 매우 흥미로울 수 있다. 또한 다른 전시물에는 곤궁했던 하멜의 조선 생활이 묘사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무기제조 특기로 훈련도감에 배속돼 조선인으로 여생을 보낸 박연과 달리 조선에 적응하지 못한 하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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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기념관이 위치한 전라병영성 인근에는 석장승, 돌담, 특이한 생활용품 등 하멜 일행에 대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데, 특히 병영성에서 조금 떨어진 곳 ‘홍교’ 위에 세워진 이국적인 모습의 석장승은 병영성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자, 하멜 일행의 영향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또한 병영성에는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빗살무늬 돌담이 있으며, 이 역시 하멜의 영향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전라병영성 답사와 연계해 관람할 수 있는 하멜기념관의 전시관은 현재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데, 강진군에서는 협소한 공간을 증축해 민속동, 숙박동 등 주변 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2019년 완공 예정이다.
전라병영성 엣담장, 한골목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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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병영성 내 골목길에는 하멜 일행의 영향을 받아 지어진 것으로 추측되는 빗살무늬 돌담길이 조성되어 있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강진 한골목’ 길을 걷다 보면 옛 담장 위에 걸린 감나무 풍경과 곡선을 이루며 길게 펼쳐진 골목길이 여행객으로 하여금 고즈넉한 옛 정취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또한 병영성 동문 밖 은행나무 근처는 하멜이 강진에 유배되어 7년간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곳 한골목과 전라병영성 사이에 위치한 800년 넘은 은행나무 아래는 하멜이 병영에서 사는 동안 떠나온 고국을 그리워한 곳일지도 모른다.
하멜 유배지, 전라병영성
전라병영성은 조선 탈출을 시도한 하멜이 1656년 유배되어 7년 동안 살면서 노역한 곳으로, 조선시대 500년간 전라남도와 제주도를 총괄한 총 지휘부이다. 주변의 '하멜기념관'과 함께 하멜 관련 역사·문화 유적지로서의 역할도 겸하고 있는 전라병영성은 1894년 갑오농민전쟁(동학)을 맞아 병화로 소실, 1895년 갑오경장 때에 폐영되었다. 병영성 성곽의 총 길이는 1,060m이며, 높이는 3.5m, 면적은 93.139㎡(28.175평)이며, 병영성 내의 당시 건물이나 유적은 소실되고 없으나 성곽은 뚜렷이 남아 있어 강진군 여행 코스 중 하멜권역의 기점이기도 한 역사 유적이다.
전문가, 트래블피플 모두가 손 꼽는 답사 여행지 강진군. 강진이 궁금하시다면 하멜·영랑·다산·청자 권역 등 다양한 강진 여행지와 강진만 ‘A로의 초대’에 꼭 응해보시기 바랍니다~^^
글 트래블투데이 지역 주재기자 왕재군
발행2018년 11월 15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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