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한사온이라는 말도 무색하다. 겨울이 이상 기온으로 인해 가을처럼 살갑고, 밤에도 기온이 많이 내려가지 않아서 청량한 느낌마저 든다. 겨울의 황량한 느낌이 드는 도시는 낮보다 은은한 조명이 비추는 밤에, 자연과 도시가 어우러지는 경관을 보기에 좋다.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것은 물론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 여유롭고 낭만적인 산책을 즐기고 싶다면, 영등포 수변 둘레길로 떠나보자.
겨울철 힐링하기 좋은 밤마실 코스
밤마실 코스는 영등포 올레길 중 일부 구간인 수변 둘레길로 한강 양화지구~안양천 녹지대~도림천 생태하천 산책로를 연결한 11.8km의 코스이다. 구간별 거리는 한강양화공원 3.6km, 안양천 5.2km, 도림천 생태하천 3.0km이다. 출발점인 당산역(2, 9호선)에서 대림역(2, 7호선)까지 코스 중간마다 신목동역, 오목교역, 양평역, 신도림천역, 신도림역이 있어서 교통이 편리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전망의 명소, 당산역 보행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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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실의 출발지점은 2호선 당산역 4번 출구. 대부분의 한강공원 진입이 굴다리를 통해 구불구불 걸어 들어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다. 지하철역에서 계단을 내려오지 않고 올림픽대교를 넘어 양화지구 한강공원과 직접 연결된 폭 3.8m, 길이 200m의 보행교가 있기 때문. 이곳에서 바라보는 여의도 전경은 일품이다.
당산역 보행교에서 바라본 국회의사당은 시원하게 뚫린 올림픽대로와 어우러진 야경 조망장소로 손꼽힌다. 영국이나 미국의 국회의사당은 관광명소로도 유명한데, 우리나라의 국회도 민주주의의 산실이 되는 기관으로 외국의 어느 곳 못지않게 가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다리를 건너면 2016년부터 운행이 재개된 수상관광 콜택시 승강장과도 가깝다.
양화대교와 선유도 무지개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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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제목으로도 유명한 양화대교는 야경을 보기에는 썩 큰 매력이 없지만, 이곳만의 색다른 재미가 있다. 바로 다리 교각에 그려진 뮤지션과 그의 어록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메이카의 전설 밥 말리, 기타의 신 지미 헨드릭스, 싱어송라이터 스티비 원더를 찾아보자. ‘시력을 잃어버린 사람일지라도 꿈까지 잃은 것은 아니다'라는 스티비 원더의 말을 새겨 넣은 글과 그림이 인상 깊다.
눈이 보이지 않았던 스티비 원더가 ‘당신들이 보는 세상보다 내가 듣는 세상이 더 아름답다’고 말했듯, 길을 걸을 때 어둠을 즐기는 방법은 한가지이다. 어둠 속에 빛을 기부한다는 마음가짐. 눈에 보이는 것을 믿는 것이 현실이라면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것은 비전이다. 이 길을 걷는 것은 곧, 주어진 현실 대신 비전을 탐구하는 사색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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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연인들이 수없이 건넜을 선유도 무지개다리에 고요가 찾아왔다. 선유도의 여러 볼거리가 사라진 이곳에는 어떤 스토리가 있을까? 어둠이 깔린 한강 변을 소중한 사람과 함께 걷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신뢰를 주는 자리라는 것과 그 길을 함께 걸어가도 좋다는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길은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연인들이 걸으며 서로의 믿음을 확인한다.
영등포 수변 둘레길의 킬러 콘텐츠, 성산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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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구 양평동과 마포구 망원동을 잇는 성산대교. 길이 1,410m. 너비 27m 한강의 12번째 다리인 이곳은 밤이 되면 그 자체로 예술품이 된다. 성산대교의 야경은 단순히 지나치는 풍경이 아닌 밤마실을 나와 잠시 머무는 공간이다.
사진 마니아들이 이곳을 즐겨 찾는 까닭은 무엇일까? 다리 상판은 아치형과 반달 모양으로 설계된 성산대교는 구조적으로 독특하고 우아한 조형미를 갖고 있고, 어둠 속에서 가까이 갈수록 조명의 화려함을 조망할 수 있어 손에 꼽는 야경 명소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화려하게 변신한 성산대교를 느림의 철학으로 가슴에 담아보자.
삼각대를 세우고 노출 값과 셔터 스피드를 조절하여 사진을 담는 요란한 방식이 아니다. 눈으로 다리의 조명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강물에 비친 그림자와 같이 다리와 어우러진 주변 경관을 주의 깊게 바라보면 어느덧 어둠 속에 눈이 익숙해진다. 가장 좋은 카메라는 곧 눈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365도의 시야가 그날의 감성과 느낌을 ‘기억’이란 앨범에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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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천 합수부를 지나 오목교~목동교 사이 철새도래지가 있는데, 달빛이 비치는 날이면 억새와 갈대가 어우러진 풍경이 도림천까지 이어진다. 어느덧 밤마실 길을 걷다 보니, 영등포 수변공원의 어둠 속에서 도심의 불빛이 있는 세계로 돌아왔다. 어둠이 익숙하지 않았던지 그 빛이 반갑기만 하다. 그럼에도 영등포 수변 둘레길 밤마실을 통해 건강해진 느낌과 더불어 어둠과 좀 더 친해진 기분이 든다. 트래블피플 또한 시간을 내서 걸어본다면 이곳의 겨울 밤마실은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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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트래블투데이 지역 주재기자 김주원
발행2018년 02월 05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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