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군 이원면에는 아직도 살아있는 전설의 이야기가 있다. 개가 호랑이의 위협에서 살아나기 위하여 몸을 피한 작은 골짜기, 피구지의 이야기다. 태안군 이원면 내리의 피구지 해변. 1894년 청일전쟁 시 청나라 군함 제원호가 패하여 도주하다 침몰한 곳이기도 하다. 이에 병사들이 이곳에 군막을 치고 주둔하다 돌아가기도 했다. 이렇듯 피구지는 불행을 당한 사람이나 동물이 피신하여 몸을 숨긴 곳이다. 높은 산과 울창한 산림이 둘려있어 오래전에는 접근이 힘든 곳이었다.
아름다운 노을이 머무는 해변
이곳 피구지 해변은 작은 해변으로 정원을 연상케 한다. 밀물 때는 모든 것이 물에 잠기지만, 썰물 때는 갯벌이 아닌 모래사장이 넓게 나타난다. 바위에는 석화가 붙어 있어 굴을 채취할 수가 있고, 바위사이에 간간히 보이는 갯벌에서는 낙지를 잡을 수도 있다. 물이 멀리 나간 모래사장에는 엄청난 광경을 보게 된다. 마을주민의 굴 어장이 끝없이 펼쳐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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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들어온 후 갯바위에서는 우럭, 광어 그리고 놀래미도 잡을 수 있다. 개가 피신하여 몸을 숨긴 피구지 해변의 주변은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둘려있어 삼림욕도 가능하다. 또한, 이곳은 태안의 트레킹 코스인 솔향기길이 지나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오후의 소나무 삼림욕은 피톤치드의 향기 속 힐링의 공간이 된다.
해안선과 소나무 숲을 걷는 트레킹 코스 솔향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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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구지 해변을 지나는 트레킹 솔향기길 제2코스는 꾸지나무 해변에서 희망벽화까지 9.9km로 약 다섯 시간의 거리이다. 꾸지나무 해변을 출발하여 시원스레 펼쳐진 바다를 보며 곰솔림 속을 걸으면, 바다와 어우러진 소나무의 풍경이 펼쳐져 절로 감탄이 나온다. 동양 최대의 가로림만으로 이정표는 안내한다. ‘뱀의 목’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사목해수욕장의 모래를 밟으며 걷기도 하고, 낮은 산의 오솔길도 따라 걷다 보면 피구지 해변이 눈앞에 펼쳐진다. 잠시 정자에 앉아 아름다운 해변을 보고 있노라면 모든 시름이 사라진다. 다시 걸으면 호젓하게 들어앉은 음포해수욕장을 지나 희망벽화로 인도한다. 희망벽화는 기름유출 사고 때 자원봉사자들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방조제에 그림과 손도장을 그린 벽화이다.
위험을 피해 숨어들은 피구지 해변
피구지 해변을 배경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들이 있다. 위암 수술 후 이곳으로 피신한 남편과 그 아내의 이야기이다. 남편의 의지, 그리고 부인의 피나는 희생과 사랑으로 투병생활이 시작되었다. 텃밭을 일구어 채소를 키우고, 바위에 붙은 굴과 갯벌의 낙지를 잡으며 생활했다. 그렇게 5년을 지냈다. 피나는 시간과 사투를 한 뒤, 마침내 병원에서 완치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에도 피구지를 떠나지 않은 채 깨끗한 산길과 바다, 산림 안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지냈다고 한다.
앞서 짧게 말한 것처럼 청일전쟁의 이야기도 있다. 청일전쟁은 1894년 6월부터 일어난 조선의 지배권을 놓고 다룬 전쟁으로 1895년 4월에 끝난 전쟁이다. 당시 청나라는 초대형 장갑 군함 정원호, 진원호 그리고 쾌속함 제원호로 일본을 능가했다. 그러나 피구지 앞 경기도 풍도 방향 해전에서 일본에 패하고 말았다. 도주하던 청나라 수군은 피구지 앞 바다에서 침몰했고, 그 사상자가 해안 일대에 들어오게 된다. 이후 사상자를 수습한 뒤 군막을 설치하고 주둔하다가, 3개월 후에 돌아갔다고 전해진다. 이후 산 너머에 있는 골짜기를 ‘숨은 개’라고 부르고 있다. 이렇듯 역사 속의 피구지 해변은 격동의 세월을 지나면서 많은 이들의 안전과 생명을 구원한 곳이기도 하다.
하루의 해는 밝은 세상을 만든 후, 저녁에 수평선 너머로 아름다운 노을을 만들며 사라집니다. 인생의 긴 세월, 생사의 기로에서 피구지의 전설처럼 살아나 아름다운 노을이 머무는 곳에 잠시 머무르지요. 피구지의 전설은 지금도 이어져 가고 있답니다.
글 트래블투데이 지역 주재기자 유병국
발행2018년 04월 18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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