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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와 일제강점기를 거친 제단, 서울사직단


‘서울사직단’은 흘려들으면 얼핏 영화 ‘검은사제단’이 떠오르는 이름이다. 하지만 사직단이 가진 의미는 따로 있다. ‘사직’은 이 건축물이 종로구 사직동에 남아있으므로 붙여진 것이며 ‘단’은 흙, 또는 돌을 쌓아 올려 제사 지내는 터를 말한다. 여기서 봉사를 받았던 신은 둘, 토지를 관장하는 국사신과 곡물을 관장하는 국직신이다. 이곳에서는 이제껏 어떤 일이 일어나고 벌어졌을지 사직동으로 가서 알아보도록 한다.

                    
                

삼국시대의 정신을 계승한 조선 시대의 유물

예부터 곡식과 국토의 두 신을 모시기 위한 목적으로 세워 제사를 지내온 서울사직단.

사직단 자체의 유구한 역사는 삼국시대에서 출발한다. 문헌 『삼국사기』와 『문헌비고』를 살펴보면 지금은 감도 잡히지 않는 세 자리 숫자 연도 때의 일이 나온다. 391년에 국사를 세운 고구려, 783년에 사직단을 세운 신라의 기록에서 삼국시대부터 사직단이 존재함을 알 수 있는 것. 그러한 가운데 서울사직단은 조선의 개국 시기에 맞춰 한양 경복궁의 서쪽에 세워졌다. 태조 이성계가 계승한 고려의 수가지 제도 중 하나가 바로 도성을 기준으로 하여 동서 방면에 각각 종묘, 사직단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고려의 전통을 물려받은 것은, 역시 제도의 목적이 조선에 넘어와서도 부합했기 때문이다. 삶에서 가장 필요한 세 가지인 의식주 중에서도 으뜸인 게 ‘식’인데 오늘날이 아닌 고대 농경사회에서야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더구나 곡식이 자라는 땅이야말로 대대손손 물려줄 재산이었다. 이렇듯 백성과 나라의 안녕에 근본이 되는 게 국토와 곡식이었기에, 사직단은 두 신에게 여러 제를 올리는 역할을 맡았다. 대사는 1년에 4번 치렀으며 중사와 더불어 농사가 잘되길 염원하는 기곡제와 기우제를 지냈다.

 

일제강점기 때 부르던 이름은 사직공원

한때 사직공원이라 불리며 훼손돼 갔지만, 이제는 서울사직단이란 명칭으로 돌아와 문화재청의 보호를 받고 있다.

사직서의 관료들이 동분서주하며 사직단 제사 업무를 보던 옛날, 그때와 달리 현재 사람 없이 이곳이 고요한 것은 단순히 현대로 넘어와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일제 강점기 전까지도 정기적으로 이어지던 제례가 1908년 일제에 의해 강제로 폐지된 것. 이후 1922년에는 심각한 훼손을 입히며 공원을 조성한 일제는 이곳에서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뛰놀도록 내버려 두었다. 이는 신성한 의식을 거행하던 소중한 장소를 더럽히고자 한 악질적인 의도에서였다. 80년대까지 사직공원이라 불리며 사람들에 의해 훼손이 진행되던 사직단 터는 해방과 함께 겨우 자유를 얻는다.
 
국권이 우리나라로 돌아오고 문화재청이 복원사업을 추진하며 비로소 그전의 모습을 되찾은 서울사직단은, 이후 외부인의 개입 없는 보호를 받게 되었다. 해설 프로그램이나 특별한 행사가 없이는 평소엔 개방하지 않는 것. 창경궁도 이와 같은 케이스인데, 안타까운 역사를 되새기면서도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는 우리의 문화재를 생각하면 마음 한 편이 씁쓸해진다. 다만 서울사직단을 빙 둘러쌓은 둘레담을 거닐어보면서 과거 삼국시대 조상부터 가까운 우리 증고조대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함께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눌 뿐이다.

 

서울사직단의 현장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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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을 지나 동신문으로 들어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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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신문 맞은편의 서신문이다. 문 안쪽으로는 제단이 보인다.

총면적 9,075㎡에 사적 제121호로 지정된 서울사직단은 동대문 성곽 안에서 만날 수 있다. 담장 없이 사직로와 맞대고 서서 정면은 3칸, 측면은 2칸으로 맞배지붕이 덮인 정문을 지나면 동서남북으로 뚫린 홍살문 안 너른 터의 정중앙에 나란히 단이 쌓인 단지 둘이 보인다. 각각 국사신의 사단과 국직신의 직단으로, 서울사직단은 이 단만을 일컫는 게 아니라 주변의 여러 건축물을 포함한다. 서신문을 통해 나가면 우물과 악기고, 신주 등이 있으며, 동신문을 통해 나가면 안향청과 제기고, 차장고 등이 있다.
 
일제강점기에 굴하지 않고 삼국시대부터 이어온, 신을 섬기는 정신을 따르는 사직단. 정보를 알아도 출입이 어려우니 볼 일은 없겠다 싶겠지만 주목해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11호로 지정된 사직대제가 봉행 되면서 어가행렬과 제례악, 제례의식이 차례로 행해지기에, 이 기회에 평소 닫혀있는 사직단을 관람하길 권한다. 그간 꽁꽁 닫혀있던 만큼 서울사직단은 의미 있는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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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꼽아 기다린 서울사직단 개장 날, 이곳에 찾아온다면 그만큼의 보람은 보장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의 흐름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사직단을 만나보세요!

트래블투데이 홍성규 취재기자

발행2018년 02월 26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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