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구 고척동의 야산에 올라 산책을 하다보면 ‘선사유적지 가는 길 80m’라고 적힌 팻말이 보인다. 팻말이 가리키는 쪽을 따라 가보면 의뭉스러운 돌덩이를 만날 수 있는데, 이것이 고인돌의 잔재라고 한다. 안내판과 보호 펜스로 둘러싸인 돌은 고인돌치곤 작고, 모양새도 엉성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무덤에 얽힌 한 많고 탈 많은 사연이 있다고 하는데, 어디 한 번 들어보자.
구로구의 유일무이한 고인돌, 그런데…?
흔히 알고 있듯이 고인돌은 청동기시대의 무덤양식으로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의 절반 이상, 즉 3만여 개가 우리나라에 모여 있다. 그러나 서울은 도시 개발이 급격히 진행되던 때에 거의 멸실되어서 다른 지역보다 고인돌을 훨씬 찾아보기 힘들다. 그 정도가 어느 정도인가 하니, 서울시내에 총 4개뿐이라는 것. 그 중 하나가 구로구에서 유일무이한 이 고인돌이다. 그만큼 귀중한 유적인 것인데, 모양새가 보통 떠올리는 대형 고인돌과 달라서 안내판 없이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그저 ‘돌치고 큰 돌이구나’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럼 과연 이 돌의 정체가 어떻게 밝혀진 것일까? 시작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일반 사람들이 돌무더기라 부를만한 것을 서울대조사단은 '무덤방(돌방)'이라 부르며 처음으로 발견했다. 그리고 2003년 전문조사단의 발굴 조사로 고인돌이란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돌의 표면에 일부러 판 구멍인 성혈과 돌방의 존재, 굄돌 등의 배치로 미루어 내린 결과였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훼손으로 인한 낮은 사적가치 때문에 방치되고 만 것이다.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고 동네 주민 일부도 고인돌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지내는, 무덤 주인으로서는 한탄할 세월이 흘렀다.
이곳은 내 무덤이 있을 곳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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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조사단의 발굴 조사 당시, 고인돌이란 추정과 함께 제시된 학자들의 의견은 이것이었다. 덮개돌 주변에 덮개돌과 비슷한 형태의 거친 돌들이 있어야 하는데 없는 걸 보니, 본디 다른 데 있었을 거라는 주장. 고로 누군가 덮개돌을 옮겨 원위치를 벗어나게 했다는 것이다. 이는 고대 혹은 그 이후에 어떠한 사연이 있었던 것인지 보는 이로 하여금 무한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거기다 옮기기 편하게도, 다른 대형 고인돌에 비해 꼬마 수준인 돌의 크기가 의문을 부추긴다. 이 돌 앞에 서면 마치 탐정이라도 된 듯이 공상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한편, 고인돌이 있는 이 산도 삼국시대에 지어진 신정리 토성 경내에 포함되는 곳이라고 하니 시대를 거치면서 이 자리에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지 궁금해진다. 혹, 이 궁금증을 풀어줄 실마리는 없을까? 고인돌에서 나오는 유물이 갖가지로 다양할텐데, 안타깝게도 이 주변에서 출토된 유물은 없다고. 결국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지고 만다. 지금이야 보호 펜스가 지켜주지만 방치된 사이 1998년에 처음 발견할 때 있었던 무덤방도 유실되었다고 하니, 무덤 주인의 사연을 알아보려면 지금 상태에서 더 잃어버리는 일은 없어야겠다.
누구든지 탐정으로 빙의해보자
꼭 고척동 소재의 고인돌이 아니더라도 고인돌 자체는 참으로 수수께끼이다. 기원부터가 아직 밝혀진 바 없으며, 타국과 비교해 현저한 양의 차이로 우리나라에 더 많이 존재하는 이유도 베일에 쌓여있다. 아무리 돌 사이에 흙을 채우고 축조한 뒤 제거했다고 한들, 그 시기 인간들이 영차영차 거대한 덮개돌을 굄돌들 위에 올리는 과정을 떠올려보면 신기하고 불가사의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는 고인돌인데, 그중 하나가 고척동의 소중한 유물로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고인돌은 소규모 고분임에도 불구하고 크기와는 관계 없이 수많은 한과 탈을 겪으며 세월을 보냈다.
보호 펜스가 세워진 후에도 화재가 일어나 철망이 시꺼멓게 그을리는 둥 모진 일을 겪었는데. 무덤가 주인의 심정은 과연 어떠할까. 그의 밝혀지지 않은 사연에도 호기심이 듬뿍 쌓이지만 이 이상의 증거가 없으니 추적해볼 길이 만무하다. 그러니 다만 찾아와서는 돌에다 대고 미친 척 물어보는 것이다. ‘당신에겐 무슨 일이 있었나요?!’ 이렇듯 보는 것만으로 탐정에 빙의하게 만드는 고척동 고인돌. 이 외로운 무덤의 덮개돌이 남아있는 현장에 트래블피플도 와서 함께 단서를 탐색해보면 어떨까.
인근에 고척동 유물산포지도 있으니 구로구 일대의 청동기시대 문화를 이해하기 좋을 거예요~ 우리 주변에 숨어 있던 선사시대의 흔적, 놀랍지 않나요?
글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7년 10월 03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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