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먹고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했으니 조세로 곡식을 걷기도 하였음은 다들 아는 사실이다.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에 걸쳐 각 지방은 조창이라는 관청 겸 창고를 세웠고 나라에 바치는 쌀로서 백성들에게서 조세미를 거둬들였다. 받은 세곡은 보관하다가 일정 기일이 되면 중앙으로 운송했는데, 이러한 조창이 원주시 법천동에도 있었다. 지금은 터로만 남아있으나 ‘흥원창’이라 불린 이곳의 강가를 거닐면서 당대를 회고해본다면 어떨까.
오늘날의 국세청 지방센터, 조창 흥원창
흥원창은 고려 말 설치한 조창을 조선 개국 때 명칭을 개칭하여 계승한 것이다. 강에서의 수송을 다루는 조창인 수참 중에 좌수참에 소속되어서 소양강창, 가흥창과 함께 업무를 맡아보았다고 한다. 흥원창이 관할한 지역은 강원도 남부지방으로, 영서 쪽은 원주, 평창, 영월, 정선, 횡성의 5개 고을이고 영동 쪽은 강릉, 삼척, 울진, 평해 등 4개 고을이었다. 이렇게 수합한 조세부담액은 13,839결 중 총 3,690석으로 전국의 1.1퍼센트를 차지했다고. 1413년부터는 영동의 세곡을 군 물자로 쓰면서 영서지방의 것만 운반했다고 한다.
그럼 당시의 조창은 어떤 과정에 의해 돌아갔을까. 향리가 창고관리를 하고 초공, 수수라 불리는 뱃사공은 선박을 운항했다. 이들은 한강에서 용산강 변에 이르는 수로를 이동하여 저장한 세곡을 중앙에 전달하였다. 중앙에서 파견된 판관은 외관록이란 녹봉규정에 따라 20석을 받으며 모두를 감독했다고 한다. 그러니 무인세금납부기나 인터넷이 없었던 시기, 조창은 국세청의 지방센터나 다름없었고 흥원창은 강원도 남부지역 본부쯤 되는 것이다. 어떤가? 수 킬로의 쌀을 창고에 쌓고 다시 그것을 배에 옮겨 출항시키는 관료들의 모습에서 오늘날 공무원들의 모습이 상상되는가?
세곡 실은 배를 떠올리며 걷는 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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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 부론면과 여주시 강천면의 접점에 있는 흥원창은 동시에 남한강과 섬강의 합수머리가 있는 강변 부근이기도 하다. <동사강목(東史綱目)>에서는 원주에서 남쪽으로 30리, 그러니까 약 12km 떨어진 섬강의 북쪽 언덕에 위치한다고 적었는데, 이처럼 바로 옆에서 흐르는 강은 한양으로 통하는 중요한 수상로였다. 매년 2~4월이면 흥원창이 소유한 21척의 평저선은 한양을 오가기 바빴는데, 배 하나당 적재량이 200석인데 반해 날라야 할 것은 3,690석이기 때문이다. 쌀을 한가득 싣고 예성강 입구의 경창으로 향하는 뱃사공의 구슬땀이 눈앞에 보이는 듯 선연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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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에 들면서는 사선업자가 짐삯을 받고 운반하는 임운제도가 번성해 조창에서 실시하는 관선조운체제는 시들해졌단다. 그래서 조창 소속의 평저선을 볼 일이 드물어지고 조창 자체도 유명무실한 입장이 되어 쇠퇴하고 말았다고. 그렇지만 오늘날 강가를 거닐며 수척의 배가 떠나는 장관을 상상해보노라면 마치 지금 저 강 위에 뭔가 떠 있는 듯, 당시의 관청 관료들과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게 남한강 산책로를 걷다가 저녁 무렵이 되면 강을 발갛고 노랗게 물들이는 노을이 반겨오니 애틋한 기분이 마음속 가득 차오른다.
흥원창 주변의 볼거리, 즐길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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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흥원창 주변에는 흥원창을 지나서 이어지는 원주역사문화순례길이 정비돼 있다. 부론 법천 소공원에서 출발해 흥원창을 더불어 선곡저수지와 거돈사지, 법천사지, 그리고 임경업장군과 이달시인 기념비 등 곳곳의 명소와 만날 수 있는 총 22km의 길이다. 국보 제59호인 지광국사현묘탑비가 있는 법천사지, 국가 지정 보물인 원공국사승묘탑비가 있는 거돈사지, 원공국사탑비, 거돈사지 삼층석탑이 있어 볼거리의 즐거움을 한층 더해준다. 한적함을 누리며 자유롭게 구경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라이딩하기에도 더없이 좋다.
향후 흥원창에는 전통한옥, 민속장터, 공연장, 나루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랍니다. 새롭게 바뀌는 흥원창을 기대하며 강 따라 배 따라 흥원창으로 곡식여행을 떠나볼까요?
글 트래블투데이 홍성규 취재기자
발행2017년 09월 21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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