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한 국가가 독립된 나라로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전란을 거치게 되어 있는 법이다. 이에 세계 각국에서는 전란에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행사를 하고 있는데, 매년 5월의 마지막 날 열리는 미국의 메모리얼데이(Memorial Day)가 그 대표적인 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6월 6일을 ‘현충일’로 지정하고 나라를 위해 몸 바쳐 희생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추모하고 있다. 동작구에 위치한 ‘국립서울현충원’은 그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현충 시설 중 하나다.
순국선열의 넋을 위로하며
현충일은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애국선열과 국군 장병의 넋을 위로하는 기념일이다.
매년 6월 6일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애국선열과 국군 장병의 넋을 위로하고 추모하는 현충일이다. 이날 오전 10시가 되면 전국 각지에서 동시에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진다. 사람들은 이 소리에 맞춰 1분 동안 묵념을 하거나, 곳곳의 현충 시설을 찾아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를 수립하는 과정에 있어 6․25 전쟁이라는 가슴 아픈 역사를 거쳐왔다. 이때 40만 명 이상의 국군이 사망하였고, 100만 명에 육박하는 일반 시민들이 사상했다. 현충일은 이를 계기로 하여, 휴전이 성립된 지 꼭 3년 만인 1956년 4월에 ‘현충기념일’이라는 명칭으로 처음 지정되었다. 지금의 ‘현충일’이라는 명칭으로 개칭된 것은 이후인 1975년의 일이다. 이 기념일은 한국 전쟁을 계기로 지정되기는 하였으나, 한국전쟁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모든 선열을 추모 대상 범위로 보고 있다.
관악산 아래 나라의 영웅들이 잠든 곳
관악산 기슭에 자리한 국립서울현충원에는 약 16만여 명의 호국 영령들이 안장되어 있다.
서울 동작구의 관악산 기슭에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순국한 호국 영령들이 안장된 국립서울현충원이 자리 잡고 있다. 1955년 국군묘지라는 이름으로 세워져 이후 국립묘지로 승격됐다가 2005년 국립현충원으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6·25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군인을 위주로 안장했지만, 국립묘지가 된 후 애국지사 및 경찰관, 향토예비군 등 국가를 위해 목숨 바친 고귀한 삶을 좀 더 폭넓게 모실 수 있게 됐다고 한다. 현재 165,000여 시신이 이곳에 잠들었으며 이중 10만여 위는 위패로 봉안돼있다. 또 시신은 찾았으나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7천여 명의 무명용사는 납골당에, 5만여 위는 묘역에 각각 안장돼 있다.
국립현충원은 애국 영령을 기리는 것과 더불어, 그 정신과 충의를 후손들에게도 오래오래 알리고 계승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큰 의미를 지니는 장소다. 수많은 정계인사들이 수시로 이곳을 찾아 고개를 숙이는 것은 단지 필요해서일 뿐만 아니라, 국가를 위해 일하는 모든 이들의 신념이 현충원에 묻힌 애국의 정신을 바탕으로 세워져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참배를 할 수 있다. 현충원 내부에는 묘역과 위패 봉안소 외에도 안장식, 영결식을 거행하거나 호국교육영화를 상영하는 ‘현충관’과 사진전시관, 유품전시관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충성분수대 주변으로 수양벚꽃길이 시작된다.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안타까움을 지니고 들어서게 되는 국립현충원 입구. 허나 자연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향연은 무거운 마음을 잠시 잊게 만든다. 특히 입구에서 만나는 '충성분수대'를 시작으로 ‘겨레얼마당’까지 펼쳐진 수양벚나무는 국립현충원의 자랑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아름답다. 분수처럼 솟아올랐다가 아래로 늘어지는 나뭇가지는 흡사 붉은 가느다란 꽃잎 같기도 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현충원 길에는 꽃가지가 하늘하늘 춤을 춘다. 성역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푸른 소나무도 현충원 전역에 걸쳐 주를 이루며 5~6월에 보송보송한 흰꽃을 피우는 이팝나무도 장관이다. 한눈에 다 잡히지 않을 만큼 빼곡한 묘역 사이로 쭉 뻗은 길 양옆으로 이팝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나라를 위해 생을 바친 순국선열의 마음을 나타내듯 순백의 꽃이 묘지 옆을 수놓는다. 이밖에도 현충원에는 다채로운 꽃이 핀다. 진달래, 철쭉 등의 봄꽃을 비롯해 할미꽃, 작약, 비비추, 옥잠화와 같은 야생화도 현충원 구석구석을 지키고 있다.
어제와 오늘,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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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만발하는 계절이면 아름다운 현충원으로 아이들이 견학을 오기도 한다.2
현충원에는 벚꽃 말고도 진달래, 이팝나무꽃 등 다채로운 꽃이 핀다.봄, 여름, 가을, 겨울 내내 현충원의 사계는 관악산 덕분에 늘 아름답다. 다채로운 꽃들은 계절마다 순서를 지키며 피어나고 가을에는 고운 단풍이 마당 곳곳을 물들인다. 현충원 내부는 보전조치로 식생관리가 잘 이루어져서 천연기념물인 붉은배새매를 비롯해 딱따구리, 청설모, 다람쥐 등 여러 동물의 서식처를 제공한다. 이처럼 잘 가꿔진 자연환경을 가진 만큼 사람들이 걷기 좋은 산책로이기도 하다. 그래서 많은 이가 조용하고 아름다운 산책을 위해 이곳을 찾는다.
비록 엄숙함을 지닌 장소이긴 하나, 현충원이라고 꼭 무거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만이 요점은 아니다. 현충원의 의미를 알고 그 뜻을 기리고 또 필히 본받아야 한다는 깨달음이 있다면 현충원을 찾아온 후대를 바라보는 순국선열의 마음도 흡족하지 않을까?
국립서울현충원 미리 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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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서울현충원의 부지는 무려 43만여 평에 이른다.2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참배객들이 묘역 앞에서 참배를 하고 있다.국립서울현충원은 무려 43만여 평에 걸쳐 넓게 자리 잡고 있다.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것은 정면에 우뚝 서 있는 충성 분수탑. 시원하게 물을 내뿜는 분수탑과 금잔디가 깔린 광장을 지나면 이윽고 현충문(顯忠門)과 현충탑(顯忠塔)에 이르게 된다. 현충탑 안에는 위패실과 납골당이 마련돼 있으며, 좌측으로는 애국 투사상이, 우측으로는 호국 영웅상이 자리해 이를 가호하고 있다. 이 탑들을 중심으로 동서묘역에 국가유공자 묘역, 애국지사 묘역, 장군 묘역, 장교사병 묘역, 경찰관 묘역 등 신분별로 묘역이 조성돼 있다.
한편, 국립서울현충원에는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을 역임한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롯하여 제15대 대통령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안장되었으며, 이 외에도 전 국무총리 이범석, 전 민의원의장 곽상훈 등 각계 저명인사들이 묻혀 있다. 이처럼 너무나도 많은 이들이 잠들어 있기에, 해마다 현충일이면 수많은 참배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어느덧 62번째 현충일이다. 오늘 하루, 제 목숨을 다해 이 땅을 지킨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뜻을 새기는 하루가 되기를 바라본다.
오늘날 우리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이 땅을 지켜내기 위해 제 몸을 희생하신 수많은 순국선열과 국군장병이 있었기 때문이랍니다. 그분들의 넋을 기리며, 오늘 하루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글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21년 06월 06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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