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역
<금 따는 콩밭>, <만무방>, <봄봄>, <동백꽃> 등의 명작을 남긴 김유정은 강원 춘천의 자그마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연이어 뛰어난 작품들을 내놓으며 소설가로서는 세간의 명성을 얻었지만, 평범한 한 사람으로서 김유정의 인생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일곱 살에 어머니를 여의어 모정을 모르고 성장했고, 평생을 가난으로 고생했다. 젊은 나이에 지병을 앓았고, 폐결핵 진단을 받은 뒤에야 등단을 했다. 불우하고 짧은 생에 기댈 곳이 마땅치 않아서였을까. 그는 그의 고향을 쉬이 잊지 못했다.
영원히 남을 그 이름 ‘김유정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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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역'은 국내 최초로 사람의 이름이 역명이 된 역이다.2
지난 2012년 ITX 청춘 열차가 개통되며 해마다 김유정 역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강원도 춘천에는 소설가 김유정을 추억할 만한 공간이 유난히 많다. 그가 춘천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이다. 공지천 공원의 김유정 문학비와 신동면의 김유정 문학촌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김유정의 이름을 딴 ‘김유정 역’도 있다. 국내에서 역명에 사람의 이름이 붙은 것은 김유정 역이 최초다. 춘천에 남아 있는 소설가 김유정의 흔적을 돌아보기 위해서는 여정의 시작을 ‘김유정 역’으로 잡는 것이 좋다.
말끔한 기와지붕을 얹은 역사는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절로 카메라를 꺼내 들게 만든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김유정이 사랑했던 풍경들이 가득하니, 김유정 역 앞에서는 모든 것이 낯설고도 사랑스럽다. 역사의 이름은 본래 신남역이었으나 2004년에 김유정 역으로 그 이름이 바뀌었다. 2010년에는 수도권 전철인 경춘선이 개통되면서 새로운 역사로 이전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내일로’ 티켓과 2012년 개통된 ITX 청춘 열차 등으로 해마다 김유정 역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김유정의 흔적들이 가득한 ‘김유정 문학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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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문학촌'에는 기념관을 비롯한 생가, 연못 등이 자리 잡고 있다.2
'김유정 문학촌'이 자리한 실레마을은 실제 김유정 소설의 배경이 된 곳이다.김유정 역에서 김유정 문학촌까지는 도보로 5분 남짓한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한국단편소설의 거장이라 불리는 소설가 김유정의 문학 혼을 기리고자 지난 2002년 개관했다. 개관 첫해 관람객은 약 3만여 명에 불과했으나, 한 때에는 무려 80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 누적 방문객은 300만 명을 넘어섰을 정도. 기차역과 가까워 접근성이 용이하고 볼거리가 풍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행객들의 입소문을 탔다.
김유정 문학촌은 기념관과 생가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문학촌이 자리한 실레마을은 김유정이 남긴 10여 편 작품 속 실제 무대가 됐다. 문학촌뿐만 아니라 마을 전체에서 그의 작품이 살아 숨 쉬는 셈이다. 문학촌 내에 있는 기념관에는 김유정의 생애와 작품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그가 살던 시대의 물건들, 영화화된 작품, 작품 속 유명한 문구들 등 전시품들을 둘러보다 보면 새삼 그가 우리 문학사에 있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를 실감하게 된다.
김유정 문학촌에는 두 가지 특이점이 있다. 첫째는 김유정의 이모저모가 여러 각도에서 조명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소설가 김유정이 아닌 평범한 청년으로서의 김유정을 조명하기도 했다. 청년 김유정이 짝사랑했다는 여인에 대한 기록도 엿볼 수 있다. 둘째는 김유정의 유품이 한 점도 없다는 것이다. 그가 스물아홉이라는 젊은 나이로 요절하기 전, 얼마나 불우한 생애를 보냈는지에 대해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유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실망할 필요는 없다. 마을 전체가 김유정의 흔적 그 자체이므로.
제2의 김유정을 꿈꾸며 ‘김유정문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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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문학제'에서는 점순이 찾기 대회, 김유정 소설 낭송 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김유정 문학촌에서는 매년 5월경 ‘김유정문학제’를 개최하고 있다. 한국 현대단편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소설가 김유정의 업적을 기리고, 장차 국내 문학을 이끌어갈 신인을 발굴하는 문학축제다. 매년 문학제에서는 김유정 산문백일장을 비롯한 김유정 소설 낭송대회, 김유정 소설 속편 쓰기, 청소년뮤직페스티벌, 점순이 찾기 대회 등 사흘간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젊은 나이에 쓸쓸히 세상을 떴으나, 김유정이 남긴 문학은 따스한 봄날, 여전히 많은 이들의 마음을 향기롭게 하고 있다.
소설가 김유정은 불과 2년 동안의 작가 생활을 하면서 무려 30편에 가까운 작품을 남겼는데요. 지병으로 안타깝게 요절했지만, 그의 뜨거운 열정이 담긴 작품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글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9년 05월 14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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