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이야기했듯이 벽화가 그려진 골목길은 이제 조금 과장된 표현으로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 되었지만, 이번에는 봄을 맞아 오래도록 걸을 수 있는 골목길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 

  1

• 

  2

• 1

  2

  행궁동 벽화마을이 간직한 따스한 분위기가 봄과 잘 어울린다. 

이 길은 수원시의 행궁동 벽화마을에서 시작된다. 옛 모습을 잃지 않고 새 옷을 입은 것이니 온고지신이라 해야 할까. 수원 화성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더욱 특별한 감상을 남길 수 있는 곳인 행궁동 벽화마을은 화홍문에서 5분 정도를 걸으면 도착할 수 있다. 행궁동 벽화마을은 7080세대의 기억 속에 남아있을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재조명하고 있는 곳. 손글씨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안내 표지판부터가 눈길을 사로잡는 이곳은 길의 이름에 따라 테마를 달리하고 있으니, 표지판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 좋다. 

사랑의 쉼터길, 무지개 꽃길, 사랑하다 길, 처음 아침 길, 뒤로 가는 길, 로맨스 길 등의 정겨운 이름 때문일까, 걸음이 자꾸만 느려진다. 따뜻한 봄볕 아래 조금은 나른한 기분이 되어 골목을 걷다 보면 하나둘씩 옛 기억이 떠오르게 될 것. 어쩌면 골목의 군데군데 자리한 옛 물건들 때문일지도 모른다. 마징가 제트며 은행놀이와 같은 추억의 물건들을 살펴볼 수 있는 작은 박물관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있는 사이 봄은 깊어만 간다.

 

행궁동 벽화마을의 골목길을 따라 걸으며 봄의 나른함을 한껏 즐겨 보았다고 해도 섣불리 산책을 끝내서는 안 된다. 봄 산책에 어찌 꽃구경이 빠질 수 있을까. 봄날의 수원 산책은 경기도청 방면으로 이어져야만 하는데, 도청의 벚꽃길이 수도권 안에서도 명소 중의 명소로 꼽히는 곳이기 때문. 행궁동 벽화마을에서 도청까지는 넉넉잡아 30여 분 정도를 걸어야 하니, 버스의 창가 자리에 앉아 봄 햇살을 즐겨 보는 것도 좋겠다. 

• 

  경기도청 앞 벚꽃길은 수도권 최대의 벚꽃 명소 중 한 곳이다. 

경기도청의 벚꽃길에는 40여 년의 수령을 가진 벚나무 200여 그루가 서 있다. 차를 타고 지나던 사람들마저 일부러 내려서 걷게 만든다는 이 길을 걷고 있으면 아름드리 벚나무들에서 떨어진 꽃잎들로 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찾는 사람들이 워낙에 많다 보니 도청에서 주최하는 벚꽃 행사가 열리기도 하는 이곳은 밤에도 불을 환히 밝혀 두어 야경 명소로 꼽히기도 하니 해가 저물고 있더라도 마음을 급하게 먹을 필요는 없다. 천천히 걸으며 봄을 즐기자. 봄날의 산책이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