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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드레로 차리고 막걸리를 곁들인 정선 밥상


‘곤드레’란 무엇인가? 고려 엉겅퀴를 이르는 강원도 말이다. 국화과로 2~3년 사는 다년 생 초본으로 무기질과 비타민, 섬유질이 풍부하면서 소화가 잘 되는 대표 산나물이다. 주로 높은 데서 자라기 때문에 강원도 지역의 특산물로 유명해졌다. 향이 강하지 않고 맛이 순하고 독성이 없어 많이 먹어도 탈이 나질 않는다. 그런데 곤드레 밥은 발음이 입에 착 감기는 데 비해 고려 엉겅퀴 밥은 어감이 영 아니다. 요즘 사람들이 곤드레를 두고 별미다, 웰빙 푸드다 추켜세우기 바쁘지만 사실은 참으로 서글픈 음식이다. 배고프던 시절 몇 줌 안 되는 쌀에 지천으로 널린 곤드레를 뜯어 넣은 밥으로 주린 배를 달래던, 생각해보면 한이 서린 눈물의 먹거리다. 

                    
                

푸성귀 밥상, 씹어야 맛이다

그렇다고 곤드레를 깎아내리려는 것은 아니니 오해 마시길. 곤드레는 참 좋은 음식재료다. 국도 끓이고 볶거나 말려서 무쳐 먹기도 한다. 된장국, 장아찌도 맛있지만 역시 곤드레는 밥으로 지어 먹어야 제 맛이다. 요즘은 인터넷을 조금만 뒤지면 서울 한복판에서도 곤드레 밥을 지어내는 곳을 쉽게 찾을 정도로 보편적인 음식이 됐다. 하지만 기왕 정선에 왔다면 원조 곤드레 밥을 먹으면서 비교해보는 재미를 느껴보자. 
 

  • 간장을 살짝 넣어 비벼먹는 곤드레밥은 별미 중의 별미다. 

정선의 곤드레밥은 나물을 말린 그대로를 거의 손질 없이 통으로 넣고 짓는 경우가 많다. 씹기가 버겁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는데, 익숙해지면 씹는 맛이 가히 예술이다. 잘게 잘라 나오는 대도시의 그것은 먹기는 편하지만 좀 허전하다. 먹을 때 흔히들 강된장이나 양념장을 얹어 비벼 먹는데, 정선의 곤드레 밥을 먹게 된다면 첫술은 아무 양념도 하지 말고 그냥 드셔 보시라. 입안에 넣고 30번을 넘게 씹으면 비로소 곤드레의 참맛이 튀어나온다. 곤드레나물이 맹숭맹숭 별맛이 없는 거 같은데, 은근히 고소한 맛이 달달한 밥맛이랑 어울리기 시작한다. 양념장을 넣는 건 그다음이어도 좋다. 

정선까지 왔는데 곤드레만 먹는 게 섭섭하다면 ‘산나물 비빔밥’을 먹어보자. 같은 뜻인데도 산채 비빔밥에 비해서 더 맛있을 것 같다. 정선 곰취를 비롯해서 참나물, 취나물, 물레나물 따위의 갖은 푸성귀들이 즐비한데, 딱히 정해진 요리법이 없는 듯하다. 그냥 그날그날 찬장에 있는 나물을 모조리 담아내는 것 같은데, 식당으로 오는 길에 본 산자락의 풀밭을 그냥 뜯어다 밥상을 차린 모양이다. 튀기는 조리법에 비해서 찌고 굽는 조리법은 칼로리가 낮다. 나물음식에 ‘웰빙 푸드’라는 거창한 명함을 쥐어주는 것도 다 이유가 있어서다. 정선의 나물요리들은 열량에 비해 포만감이 크고, 평소 부족한 무기질을 보충해 준다. 푸성귀는 섬유질이 아주 풍부하니까 변비 인들이여, 맛있게 드시고 다음날 아침 좋은 소식을 기대해 보시라. 

 

더덕구이에 탁배기 한 사발로 주안상 변신

나물밥이 맛있다고는 해도, 뭔가 그럴싸한 반찬 한 접시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더덕구이가 제격이다. 건강에 좋다는 나물요리를 먹는데 고기가 끼어들면 부담스럽지 않겠는가? 거기다가 더덕구이라는 음식은 의외로 손이 많이 가고 만들기가 까다롭다. 더덕을 불려 껍질을 까랴, 살살 두드려 다지랴, 양념을 만들어 재우랴, 타지 않게 구우랴, 정선까지 왔으니 그냥 요즘 말로 ‘쿨’하게 한 접시 시켜서 원조의 맛을 즐기면 된다. 쌉싸름한 향에 불 냄새가 곁들여지고 야들야들 씹히는 질감이 역시 기대한 대로다. 
 

  • 안주와 함께 먹는 정선 막걸리는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별미다.

더덕구이가 나왔으니 막걸리 한 사발을 시켜 오늘의 밥상을 완성키로 했다. 강원도에 왔으니 탁배기라고 불러야 더 어울리려나. 강원도에는 정말 막걸리 종류가 많다. 옥수수막걸리, 감자막걸리, 곤드레 막걸리에 심지어 송이버섯막걸리도 있단다. 오늘은 옥수수막걸리가 나왔다. 달달하고 고소한 맛에 막걸리와 더덕구이가 순식간에 증발한다. 막걸리 한 병을 더 주문하면서 두부김치를 같이 시켰다. 이제부터는 주안상이라고 불러야할 판이다. 

오늘 밥상의 주인공인 곤드레의 꽃말이 ‘근엄, 독립, 권위’란다. 하지만 곤드레 밥을 먹을 때는 이 말들을 잠시 내려놓자. 소매를 걷고 손바닥으로 숟가락을 움켜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밥공기를 틀어쥐면 준비가 끝났다. 밭을 갈던 농부가 받아든 새참처럼 맛깔나게 먹는 일만 남았다. 두둑해진 배를 두드리며 식당 창밖을 보니 반달이 나무 틈을 비집고 나오며 산중에 밤을 알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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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는 맛을 즐길 줄 아는 당신이라면 곤드레밥을 적극 추천합니다.
곤드레뿐 만 아니라 산나물을 제대로 맛볼려면 정선 밥상 대령!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9년 06월 03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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