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에 물길을 터주던 곳, 청문당

안산 상록구에 있는 청문당은 조선시대 중기의 사대부 가옥이다. 충청북도 괴산에 살고 있던 진주유씨 16세손 유시회가 안산 주변에 세거지를 정하며 지어진 집이다. 조카가 선조의 부마로 낙점되며 도읍 주변에 세거지를 정해야 할 필요를 느끼고 지은 만큼 사대부가의 가옥양식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한편 이 곳의 서고인 만권루는 조선 4대 서고에 손꼽힐 정도로 역사적인 가치가 있다. 조선 중기에는 이미 남인들이 공부하고 교류하던 곳으로 이름을 떨쳤다.

대대로 진주유씨가 거하던 이 곳에 표암 강세황과 단원 김홍도의 기록이 남은 데는 사연이 있다. 20세손이었던 해암 유경종의 매부이던 강세황이 가정사정이 어려워 안산으로 집을 옮기며 처가인 청문당에 신세를 지곤 했던 것. 이러한 모습은 1747년 6월 초복에 지인들과 함께 지니는 모습을 그린 <현정승집도>를 비롯한 강세황의 그림 속에서 꾸준히 나타난다. 한편 단원 김홍도가 이 곳에서 그림을 배우곤 했다는 것도 강세황의 기록에서 발견되었으니 실로 예상치 못한 발견이었던 것이다. 이 외에도 안정복과 체제공의 기록에는 남인 실학의 터전이었던 청문당의 모습을 짐작케 하는 구절들이 자주 나온다.
 
만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었던 대가였지만 청문당의 지금의 모습은 그 옛날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예전에는 정자와 괴석원이라는 정원까지 있을 정도로 넓은 집이었지만, 지금은 사랑채와 안채, 아래채, 사당 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작지붕으로 된 사랑채의 지붕에서는 여전히 사대부가의 풍모를 짐작할 수 있다. 

김홍도의 작품, 쏙쏙 들어본다.

김홍도의 작품세계를 키운 안산일진대, 그 작품을 볼 수 있는 미술관이 없을 수 없다. 노적봉 공원 근방에 위치한 단원미술관은 김홍도의 미술세계와 함께 현대 미술의 조류를 느낄 수 있는 안산시의 명소다. 2개의 전시관과 김홍도 영인본관이 있는데 그 중 먼저 들어가길 권하는 곳은 단연 김홍도 영인본관이다. 1관이나 2관보다 작은 규모지만 원본을 그대로 촬영해 다양한 작품을 한층 선명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와 함께 꼭 들어보길 추천하는 것은 영인본관에서 그림의 이해를 보다 더해줄 수 있는 도슨트 해설을 듣는 것. 보통 하루에 3번 가량 진행되지만, 각종 기획전시나 단원 축제 때에는 시간과 횟수가 변동이 있는 만큼 미리 전화해보고 가길 추천한다. 또한 10명 이상이 영인본관을 찾을 때는 단체예약을 하는 것이 좋겠다. 한편 영인본관에 함께 비치되어 있는 어린이 미술체험 아뜰리에도 추천하고 싶은 테마. 풍속화에서 나타나는 과거의 생활 모습을 이해해보는 것, 풍속화 따라 그려보기 등의 체험들이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1, 2관에서는 현대작품 기획전이 꾸준히 열리고 있다.

드넓은 공원, 예술을 만나다

단원미술관에서 열리는 행사로 단원미술제를 빼놓을 수 없다. 단원 김홍도의 업적은 기리고 한국미술계의 역량 있는 작가를 발굴하고자 하는 행사로 매년 서예, 문인화, 조각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공모전을 여는 것. 이렇게 수상한 작품 중 한 점은 미술제 주최측에 귀속되는데 그 중 조각들만 모아 공원에 맵시있게 배치한 것이 바로 단원조각공원인 것이다, 노적봉 공원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녹지경관과 아이디어 넘치는 조각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풍속화와 진경산수화에서 일가를 이룩한 김홍도처럼 한국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을 작가를 기대하며 산책을 하는 것도 의미 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