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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기슭에 깃든 몇 척의 배. 출항 전에 슬쩍, 실어보는 생각 한 자락.
신선이 노니는 곳인 듯 신비로운 풍경. 선뜻 다가서지 못하고 한참을 망설여 본다.
다닥다닥 붙은 간판들 사이로 파고든 그림자가 유독 짙다. 달그락 소리가 들릴 때마다 식욕을 돋구는 곳.
불꽃이 식어버린 새하얀 돌 위에는 사람들의 입김만 배었다가 쉬익 소릴 내며 빠져나가네.
불 꺼진 거리에는 타다 만 연탄 냄새만 맴돌고 지난 밤 피어오르던 왁자한 말소리 온데간데없네.
썰렁하던 길가가 웬일로 북적인다. 온갖 나물의 향취에 흥정소리가 섞여든다.
같은 방향을 보고 서서 기다란 꼬리를 휙휙 날려댄다. 살짝 내리깐 눈에는 무엇을 담고 있는 걸까.
우연히 마주친 쉼터에서 맞이하는 고즈넉함. 이 풍경을 보기 위해 이곳까지 찾아들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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