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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에서는 때때로 아무런 이유 없이 걸음을 멈추어 보아야 한다. 들여다볼수록 새로운 것들이 인사를 건네 올 것이다.
모양새는 달라도 뿌리가 같은 이들. 굳게 다문 입들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동그란 꽃인 줄 알았는데 잠시 눈을 깜빡인 사이 꽃잎이 한 장 더 생겼다.
아무렇게나 놓여진 돌 사이를 흐르는 소리가 내 마음에도 흐르기 시작했을 때, 조용히 눈을 감아본다.
꿰어지길 기다리며, 우리는 또 얼마나 설레왔는지. 꿰어나가는 동안 가만히 숨을 죽여 본다.
시간을 건너 온 풍경이 이곳에 내려앉았다. 춘향이나 심청이 같은 옛 이름을 가진 소녀들을 상상하게 되는 이유.
하얀 길 위에 붉은 낙엽 하나 묻어있지 않아. 벌써 누군가 다녀간 걸까.
낮은 돌계단을 밟는 동안 시선이 절로 낮아진다. 곱게 닳아가듯, 올라선 내 시선도 한결 무뎌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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