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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도 나무가 뿌리를 내릴 수 없는 곳이 있다. 나무가 없다고 해서 산이 아닌 것 아니라는 듯.
아래에서 내려다본 거리는 의외로 한산해서 왜인지 자꾸만 그림자를 쫓게 된다.
진즉 꺼진 불빛, 전에는 무슨 색을 내며 빛났을까를 생각하다 그만두었다. 다시는 켜질 일도 없기에.
칠하고 또 칠한 듯 벗겨진 틈 사이로 또 벗겨지고 있다. 겹겹이 두른 껍데기가 전부 사라지면 다시 칠해질 수 있을까, 하면서.
녹이 슨 기찻길 사이로 인사를 주고받았을 너는 이제 과거의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부서졌구나.
불암산을 뒤로 하고 차곡차곡 쌓인 시멘트 더미 사이로 누구의 것인지 모를 발자국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것 같다.
왕으로 기억되지 못하고 이곳에 묻혔으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어미를 잃은 그의 슬픔.
어지러이 난 길을 눈앞에 두고 고민한다. 어느 길로 가야할까 고민하지만 결국 어디로 가든 똑같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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