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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다볼 수 있는 벽이란 무엇보다 슬프다. 닿을 수 있을 것 같은, 하지만 결코 닿을 수 없을 발걸음.
내 것이 아닌 기억들이 책장 가득 꽂혀 있다. 누군가의 기억을 더듬어 읽어 나갈 수 있는 일의 설렘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닐지.
물고기, 에서 생선, 으로 바뀌게 되는 것은 어떤 순간일까. 아직 바다를 업은 등이 푸르다.
먼 길을 달릴 준비를 마친 상상. 결국, 어디까지 가 닿을 것인지 가만히 눈을 감아 본다.
무엇이 담겼을까, 정말로 담기는 것일까. 동화책 속에서 빌려온 듯 새침한 모양새.
가끔 우리는 일부러 미끄러져보곤 한다. '미끄러짐'이라는 것을 놀이로 만들 생각을 한 것이 누구일까.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고 있을까. 작고 흐린 것은 눈길 주는 이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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