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대 호수 걷자고 꼬셔

버스커버스커는 ‘꽃송이가’에서 좋아하는 연인에게 단대 호수를 걷자고 꼬드긴다. 연인은 한 번도 제안을 마다치 않는다. 참으로 로맨틱한 노랫말이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오류가 있다. 바로 명칭이다. 곡에 등장하는 ‘단대 호수’는 사실 단대 호수가 아니다. 굳이 바르게 표현을 하자면 ‘단대(단국대) 앞에 있는 저수지’가 맞겠다. 진짜 이름은 ‘천호지’다. 동네의 이름을 따 ‘안서호’라고도 한다.
 
천호지는 천안시 도심에 있는 유일한 수변공원이다. 천안 12경 중 하나로 지난 2009년 천호지 생활체육공원으로 탈바꿈하며 천안 시민들의 휴식처로 자리매김했다. 단국대 천안캠퍼스 바로 앞에 자리 잡고 있다 보니 버스커버스커의 노랫말처럼 단국대 소유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실상은 한국농어촌공사에서 관리하고 있다. 지난 1957년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준공된 것으로 50여 년의 세월을 거치며 천안시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천호지 생활체육공원은 자연지형을 살린 가족형 웰빙공원을 지향한다. 약 2.5km에 이르는 산책로를 비롯하여 인라인스케이트장, 농구장, 배드민턴장 등이 체육시설이 조성돼 있다. 평탄한 지형이어서 천천히 걷기에도, 힘차게 달리기에도 무리가 없다. 또 산책로 주변에는 인공 섬, 버드나무 군락지, 수변 식물 관찰지 등이 조성돼 있어 잠시 쉬어 가며 풍경을 감상하기에도 더없이 좋다.

 

연인들의 달달한 데이트 명소

천호지는 연인들의 대표적인 데이트 명소로 손꼽힌다. 산책로와 벤치 등의 잘 조성돼 있어 함께 손잡고 거닐며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기 때문이다. 천호지를 찾는 것은 비단 연인들만이 아니다. 봄철이면 인근 북일고등학교 벚꽃을 보기 위해 온 상춘객과 새 학기를 맞은 단국대 학생들, 나들이를 나온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한데 뒤섞여 사람으로 북적인다. 그러나 천호지의 백미는 다른 데 있다. 
 

천호지는 해 질 녘 노을과 야경이 특히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멀리 외지에서도 이 야경을 구경하기 위해 찾아올 정도다. 해가 서산으로 질 무렵, 천호지의 수면은 금빛으로 물든다. 이윽고 땅거미가 내리면 이번엔 불빛으로 수놓아진다. 멀리 대학 캠퍼스에서 내뿜는 청춘의 불빛과 산책로를 밝히는 가로등 불빛, 천호지에 조성된 다리 조명 등 형형색색의 불빛들이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좋은 음악을 틀어놓고 애써 분위기를 잡지 않아도, 일단 한번 어둠이 깔리고 나면 천호지는 그 자체로 로맨틱한 모습이다. 해가 지고 달이 뜨는 서편을 향해 서 있는 카페에는 이 낭만을 즐기기 위해 나온 연인들로 가득하다. 잔잔하게 흐르는 물결 위로 반짝이는 불빛이 쉼 없이 수놓는 밤. 반짝반짝 빛나는 천호지의 밤은 두 손 맞잡은 연인들의 애정과 함께 깊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