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도 어느덧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올겨울 유난히 추운 날씨 탓에 집안에만 웅크려 있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본다. 살은 포동포동 오르고 동작도 날이 갈수록 굼떠지는 것 같다. 방학은 새로운 학년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는 재충전의 시간이다. 그런데 재충전은커녕 오히려 학기 중보다 퇴보하는 느낌이 든다. 방학이 끝난 뒤 ‘뭐했어?’라는 친구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이다.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 될 일이다. 실내생활이라면 지금까지 보낸 시간만으로도 충분하다. 이제는 집 밖으로 나서야 할 때다. 자녀와 함께여도 좋고, 친구 또는 연인과 함께여도 좋다. 추위를 잊을 만큼 즐거운 체험을 해볼 수 있는 전국의 낭만 여행지로 떠나보자.
365일 축제가 열리는 ‘양평 수미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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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마을을 찾은 사람들이 트랙터 달구지를 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2
한 아이가 즐거운 표정으로 연을 날리며 달리고 있다.도심과 가까운 겨울방학 여행지를 찾는다면 경기도 양평으로 떠나보자. 경기 양평에 위치한 수미마을은 2007년 농촌체험마을을 시작한 이래로 평일과 주말을 불문하고 가족 단위 체험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인기 체험마을이다. ‘365일 계절별 공(公) 정(正) 축제가 열리는 마을’이라는 테마로 사계절 농촌체험을 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봄에는 딸기 축제, 여름에는 물놀이 축제, 가을에는 수확축제 등이 열리며 겨울철 축제로는 빙어축제가 대표적이다.
양평 수미마을은 예부터 물(水)과 쌀(米)이 많아 수미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2000년대 들어 대량생산에 밀리면서 농가 형편이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이에 따라 마을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마을 공동체를 구성하여 농촌체험사업을 구상한다. 그렇게 지난 약 3년간의 준비단계를 거쳐 2008년 감자 캐기 체험 등을 통해 첫 성과를 낸다. 처음에는 마을의 13가구가 모여 소박하게 시작했던 마을 축제가 사계절 축제로 커지면서, 이제는 연간 수만 명이 찾는 스타 체험마을이 됐다.
현재 수미마을의 도토리골 저수지에서는 ‘물 맑은 양평 빙어축제'가 한창이다. 꽁꽁 언 얼음을 깨어 1급수에서 자란 빙어를 잡을 수 있다. 즉석에서 잡은 빙어를 맛볼 수 있는 한편, 빙어튀김, 빙어회 무침 등 다양한 빙어 요리도 맛볼 수 있다. 다만, 얼음낚시의 경우 안전상 이유로 얼음이 단단히 얼었을 때에만 이용할 수 있으며 기상에 따라 일정이 변경될 수 있으니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축제는 오는 2월 8일까지다. 이 밖에도 수미마을에서는 달구지 타기, 눈썰매 타기, 연 날리기, 제기차기 등의 체험과 군밤, 군고구마, 찐빵 등 다양한 겨울철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겨울 감성이 모락모락 ‘섬진강 기차마을’
새하얀 눈이 내린 섬진강 기차마을의 풍경이 더욱 운치 있어 보인다.
검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새하얀 연기가 파란 하늘을 가른다. 선로 위를 가득 메우는 ‘칙칙폭폭’ 소리가 익숙하면서도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KTX를 타고 두세 시간 남짓 달리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닿을 수 있는 시대다. 그런데 여전히 1960년대 모습 그대로 느릿느릿 증기기관차가 달리고 있는 곳이 있다. 전라남도 곡성군 오곡면에 위치한 섬진강 기차마을이다.
1930년대 개통된 옛 곡성역은 본래 익산과 여수를 잇는 전라선 열차가 지나는 곳이었다. 1990년대 이후 전라선 복선화 사업으로 철로가 옮겨지면서 곡성역이 자리를 옮겨가고, 구 곡성역은 폐철로와 함께 철거 위기에 놓인다. 이때 곡성군에서 구 곡성역과 폐철도 구간을 매입하여 관광자원으로 탈바꿈을 시도한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섬진강 기차마을은 이제 옛 추억을 되새기고자 하는 부모님 세대와 특별한 추억을 쌓고자 하는 젊은 사람들로 사계절 북적이는 전천후 관광지가 됐다. 기차마을의 상징인 증기기관차는 곡성역에서 가정역까지 약 10킬로미터 구간을 달린다. 보통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3~5회에 걸쳐 운행되며 한 번에 370명의 인원이 탑승할 수 있다. 단, 좌석은 190석에 불과하므로 발 빠른 예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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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기차마을에는 사계절 이용할 수 있는 인공아이스링크가 마련돼 있다.2
섬진강을 따라 폐철로 위를 달리는 레일바이크도 빼놓을 수 없는 체험거리다.한편, 섬진강 기차마을에는 사계절 스케이트를 즐길 수 있는 인공아이스링크장이 조성되어 있다. 인공링크는 얼음 대신 특수 플라스틱 패널을 이용해 제작된 것으로, 넘어져도 옷이 젖지 않고 안전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계절을 불문하고 언제든 탈 수 있지만 특히 설경이 아름다운 겨울철에는 분위기가 한껏 살아나 인기가 높다.
버려진 폐철로를 활용한 레일바이크도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체험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길거리다. 눈 덮인 철로 위를 달리고 있노라면 추위는 어느새 사라지고 낭만만이 오롯이 남는다. 이밖에도 섬진강 기차마을에는 놀이기구, 동물농장 등 다양한 즐길거리와 볼거리, 먹을거리가 마련되어 하루를 알차게 여행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목장의 하루가 궁금해 ‘미르낙농체험장’
미르낙농체험장을 찾은 아이들이 젖소에게 건초를 주고 있다.
이 겨울, 팍팍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자연과 하나 되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전남 영광으로 떠나보자. 영광군 법성면에 위치한 미르낙농체험장은 본래 젖소농가와 산양농가였던 곳이 함께 모여 만든 체험목장이다. 젖소와 산양뿐만 아니라 닭, 조랑말 등도 함께 만날 수 있는 목장으로, 무뎌 있던 오감을 자극시키는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이 연중 상시 운영되고 있다.
미르낙농체험장에 들어서면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목장의 널따란 마당에 잠시 시선을 빼앗긴다. 이윽고 눈에 들어오는 독특한 형태의 건물이 있으니, 바로 체험장 건물인 ‘미르’다. 초가지붕처럼 둥근 지붕을 얹은 모습이 인상적인 ‘미르’는 체험객들의 교육과 실습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주로 치즈를 직접 만들어 보는 치즈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건물은 영화 속에서나 봤을 법한 통나무집이다. 이 통나무집의 정체는 목장에서 짜낸 우유를 이용해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보는 아이스크림체험장이다. 겨울철에는 아이스크림체험을 ‘미르’에서 진행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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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객들을 위한 체험공간인 '미르' 주위로 눈이 소복이 쌓였다.2
미르낙농체험장을 찾은 학생들이 직접 치즈를 만들어보는 체험을 하고 있다.한편, 미르 건물의 맞은편으로는 미르낙농체험장의 축사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축사에서는 목장의 하이라이트 체험 격인 젖소 건초주기, 송아지 우유주기 등의 체험이 이루어진다. 축사 옆으로는 산양 체험장과 닭 체험장이 각각 마련돼 있어, 산양 우유짜기, 건초 주기 등 체험을 함께 해볼 수 있다. 낯선 이들의 손길을 마다하지 않고 건초와 우유를 잘 받아먹는 동물들의 모습에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신기한 얼굴로 바라본다.
학기 중 하고 싶었던 많은 일들은 방학이 되면 뒤로 제쳐놓기 일쑤다. 그러나 따뜻한 방 안이 최고라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동안에도 시간은 흐른다. 긴긴 겨울 방학도 돌아보면 눈 깜짝할 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이제는 밖으로 나가 보자. 추위를 잊게 하는 가지각색 체험들을 하고 있다 보면 이제껏 집 안에서 보낸 시간도 아쉽게 느껴질 것이다.
추운 겨울에도 바깥에서 이처럼 다양한 체험을 해 볼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겨울 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잖아요. 이제는 이불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서 보아요!
글 트래블투데이 엄은솔 취재기자
발행2015년 01월 31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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