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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히 낡지만 빛바래지 않는 마음. 그 한 켠을 열어 기다리고 있으니 감사하는 마음에 잠시 고개를 숙인다.
제 살이 깎이는 것을 알면서도 자리를 지켰던 이유를 물으려다 그만둔다. 그 모습 그대로, 충분히 아름답다.
가장 먼저 소원을 빌기 시작한 이가 누구일까. 차례로 덧입혀진 마음들이 꾹꾹 눌러담겨 있다.
하나씩, 하나씩. 오랜 세월에 걸쳐 늘어왔다는 부도들. 그 안에 얼마나 많은 기억들이 쌓여 있을지 쉬이 짐작하기가 어렵다.
무엇이 숨어있지는 않을까 하는 설렘이 꼭 들어 맞았던 순간.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작은 심장.
창이 열리고 글 읽는 소리가 새어나오지는 않을까. 생생한 붉은 빛깔이 푸른 담장과 어우러져 한층 더 짠한 곳
이처럼 정교하고 빽빽한 풍경을 누가 이리 정갈하게 닦아 두었을까. 내려오다 괜히 한 번 더 뒤를 돌아본다.
건너 오는 것이 먼저일지, 건너 가는 것이 먼저일지. 건너는 일을 잠시 미루고 그만 자리에 주저앉아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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