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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 향기 따라 떠나는 '죽녹원' 여행


전남 담양은 대나무의 고장, 이른바 '죽향(竹鄕)'으로 통한다. 사방천지가 대나무 숲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담양에 있는 354개의 마을 중 무려 350개의 마을에 대숲이 있을 정도다. 담양에 있는 대숲의 면적을 합하면 축구장 1,800여 개를 지을 수 있다고 한다. 과연, 대나무의 고장이라 할 만한 규모다. 담양 곳곳에 분포해 있는 대숲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숲을 꼽으라면 단연 '죽녹원'을 들 수 있다. 담양하면 죽녹원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을 정도로, 이제 죽녹원은 담양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다. 

                    
                

죽림욕장으로 가는 길

  • 죽녹원 대숲 전경. 높이 15m 이상의 대나무가 시원하게 뻗어 있다.

    죽녹원 대숲 전경. 높이 15m 이상의 대나무가 시원하게 뻗어 있다.

전국적으로 웰빙 열풍이 불면서 산림욕, 삼림욕이라는 말에는 제법 익숙해졌지만, '죽림욕'이라는 말은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죽림욕이란 문자 그대로 대숲의 청정 공기를 쐬는 것. 죽녹원은 죽림욕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다. 울창한 숲으로 유명한 관방제림과 담양천의 풍광을 감상하며 가다 보면 자그마한 향교 하나가 나타난다. 담양향교다. 죽녹원은 이 향교의 바로 왼편에 자리 잡고 있다. 애써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가보면 금세 안다. 숲이 울창하기 때문이다. 죽녹원은 담양군에서 성인산 일대에 조성한 대숲으로 지난 2003년 처음 개원하였다.

죽녹원으로 들어가기 위한 첫 관문은 돌계단. 본격적으로 대숲을 둘러보기에 앞서 몸풀기를 하듯, 계단을 한 칸 한 칸 따라 오른다. 돌계단을 오를 수록 굳어 있던 몸이 차츰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히는 땀방울이 싫지만은 않다. 잠시 숨을 고르고 고개를 들어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마주한다. 척 보아도 십여 미터를 훌쩍 넘는 대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나부끼는 바람과 함께 상쾌한 대나무 향기가 불어온다. 댓잎이 서걱거리는 소리도 함께 들려온다. 몸 풀기가 끝난 다음 단계는 감각 풀기다. 잠자고 있던 모든 감각들이 되살아나는 느낌이 든다. 

 

몸도 마음도 맑게 하는 죽녹원 산책

  • 죽녹원에 조성되어 있는 물레방아와 판다 조형물. 대숲과 어우러져 운치 있는 풍경을 만들어 낸다.

예부터 우리 선인들은 대나무를 각별히 여겨왔다. 모름지기 군자라면 대나무의 곧게 뻗은 모습과 품성을 닮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 쭉쭉 뻗어 있는 대숲을 마주하면, 우리 선인들이 어떤 연유에서 대나무를 좋아했는지 알 것만 같다. 푸르고 곧게 뻗은 대나무는 그 자체만으로도 깊은 깨우침을 준다. 대숲의 향기로운 공기는 몸뿐만 아니라 정신도 맑게 해준다. 한편, 대숲에 들어서면 온 몸이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대나무가 뿜어내는 산소 때문이다. 실제로 죽녹원 내부 기온은 외부 기온보다 섭씨 4~5도 가량 낮다. 대숲이 시원한 데에는 음이온 발생량도 한 몫을 한다. 보통 음이온이 700 정도 발생하면 시원함을 느끼게 되는데, 대숲의 경우 1,500 가량의 음이온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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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뻗은 죽녹원의 대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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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녹원 곳곳에는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산책로가 자리 잡고 있다.

대숲이 뿜어내는 산소와 음이온을 살짝 맛봤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대숲을 탐방할 차례. 죽녹원에는 모두 8개의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제1길은 1년 좋을 운수를 10년 좋게 만들어준다는 운수대통길(460m), 제2길은 친구와의 우정을 두텁게 만들어준다는 죽마고우길(150m), 제3길은 짤막한 길이의 샛길(100m), 제4길은 까마득히 잊고 지내던 추억을 떠올리게 해준다는 추억의 샛길(210m), 제5길은 영원한 사랑을 약속해준다는 사랑이 변치 않는 길(630m), 제6길은 담양향교 뒤쪽에 자리 잡고 있는 성인산을 오르는 성인산 오름길(150m), 제7길은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고 맑은 정신을 일깨워준다는 철학자의 길(360m), 제8길은 옛 선비가 되어 거닐어 볼 수 있는 선비의 길(370m)이다.

총 길이 2km를 살짝 넘는 이들 산책로를 걷다 보면, 몸이 건강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정화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푸른 대나무와 댓잎 사이로 이따금 스며드는 햇살, 얼굴에 와 닿는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며 걷다 보면, 이것이 바로 '힐링'이구나 싶다. 죽녹원에는 대나무 잎에서 떨어진 이슬을 먹고 자란다는 죽로차와 대나무아이스크림 등을 맛볼 수 있으므로, 이들을 맛볼 수 있는 기회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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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싶다면 담양이 자랑하는 대나무숲, 죽녹원을 찾아 보세요. 하늘을 향해 쭉쭉 벋은 대나무숲에 서면 누구나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답니다.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8년 09월 20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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