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한국의 아픈 역사를 간직하는 곳이다. 예부터 유배지로 쓰이는 일이 많았던지라 유배문화가 발달했고, 현대사에서는 포로수용소로 인해 한국전쟁에 대한 중요한 사료를 남긴 곳이기도 하다. 특히 이 거제 포로수용소는 그 당시 제네바 협약에 따른 인도주의 원칙과 친공, 반공 포로의 혼합으로 인해 여러 참상을 안고 있는 곳이다. 지금은 유적공원으로 꾸며진 포로수용소를 둘러보면 평화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느끼게 된다.
이념의 차이가 극명한 또 다른 전장
전쟁과 평화에 대한 전시와 체험이 어우러진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의 전경.
거제시청 근처에 자리한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은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과 북한군 포로를 수용하고 관리했던 곳이다. 본디 제주도에 수용소를 세울까 논의를 하던 것이 리지웨이 장군의 반대로 거제도에 세워지게 된 것. 이후 북한과 중국으로 포로들을 송환시키고 1953년 7월에 휴전협정이 조인되며 거제 포로수용소는 2년 5개월 가량의 임무를 마치게 된다. 이 자체로도 충분히 역사성이 살아 있지만, 거제 포로수용소가 한층 중요한 역사명소가 된 데에는 반공포로와 친공포로의 알력으로 인한 다양한 사건이 일어난 데에서 기인한다. 이는 그 당시의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고서는 쉽게 잡아내기 어렵다.
1950년대 거제도 인구는 10만 명. 하지만 전쟁 포로는 무려 17만여 명이나 됐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불청객으로 인해 거제는 한국역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품을 수밖에 없었다. 수용소의 처우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물자가 부족한 만큼 자기 집처럼 편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지만, 제네바 협약에 따른 인도주의적 원칙이 수용소를 지배했기 때문이었다. 하루 세 끼의 식사를 제공하는데 매일 94톤의 곡물이 소비되었고 각종 고기와 야채, 계란 등이 국과 반찬의 재료로 지급되었다. 17만 명의 식사를 준비한다는 것이 UN군에게도 벅찬 일이었기에 포로 중 요리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이를 담당했다. 이렇게 조리 담당이 되면 신선한 채소와 콩, 1일 10개비의 일제 담배 등이 배급되어 일반 포로보다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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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만명의 포로를 수용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규모였다.2
디오라마관에서는 당시 포로수용소에서 지내던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준다.상황을 따지자면 국군보다도 더 나은 대접을 받는 상황이었지만 이미 충돌의 씨앗은 생겨나고 있었다. 바로 반공포로와 친공포로의 분화로 인한 충돌이었다. 1951년 6월부터 포로교육이 시작되었는데 여기에는 기술 훈련 외에도 민주주의에 대한 사상교육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교육은 반공과 친공의 중간 입장에 서 있던 포로들을 반공주의자로 끌어들이는 데에도 효과를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친공 포로들의 꾸준한 반발을 일으켰다. 인민군 군가를 부르거나 각종 단식투쟁, 자해사건 등의 저항활동이 격렬해져도 이를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이 없는 상황 역시 이를 악화시켰다. 결국 이는 거제도 포로수용소의 소장으로 부임한 돗드준장의 피랍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후에도 반공포로와 친공포로 간의 폭력행사, 서로간의 알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인민재판 등 수많은 부작용 끝에 북한과 중국으로 송환되길 원하는 사람과 남한에 남고 싶은 사람을 서로 분리하는 것으로 소강상태에 접어든다.
평화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체험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이 본격적으로 개관한 것은 2002년 11월 16일. 대부분의 시설이 무너지던 차, 탱크전시관, 디오라마관, 포로폭동 체험관 등을 새롭게 지어 유적공원의 면모를 새롭게 했다. 이 유적공원은 크게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의 각종 시설물과 평화파크 체험, 아바타포 체험시설과 1950 체험관으로 나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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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서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도 불렸던 흥남철수작전의 기념비를 볼 수 있다.2
한국전쟁 당시 철교가 끊겨 피난하지 못한 실제 상황을 재현했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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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쓰였던 수용소 건물들도 공원에서 관람객들을 맞고 있다.유적공원에서는 탱크전시관, 디오라마관, 흥남철수작전기념비, 포로사상대립관 등 총 23개의 전시 및 체험이 갖추어져 있다. 흥남철수작전기념비는 이북 흥남에서 연합군이 해로로 철수했을 때를 기념해 세운 것이다. 단일 선박으로 사상 최대의 구조작전을 수행한 배로 유명한 메레디스 빅토리 역시 이 흥남철수작전 때 피난민들을 실어날랐던 배다. 디오라마관은 거제도 포로수용소의 배치상황과 생활상 등을 생생하게 재현한 곳이다. 비록 모형에 불과하지만 사상의 차이가 얼마나 많은 희생을 불러왔는지 알려준다. 그 외에도 공원 내에 분포되어 있는 많은 건물들이 영상과 모형, 사진 등으로 그 당시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평화에 대한 각종 체험을 즐길 수 있는 평화파크. 게임과 4D 영화관 등 흥미로운 시설이 배치되어 있다.
평화파크는 말 그대로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한가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슈팅게임인 평화수호대에 참여하면서 세계 각지의 전쟁무기를 없애볼 수도 있고 4DFX 씨어터에서 거제 포로수용소의 서글픈 역사를 다시금 되새겨볼 수도 있다. 격렬한 전쟁 뒤 비로소 찾아온 평화를 가끔씩은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1950 체험관과 아바타 포는 따로 추가 요금을 내야 하는 시설들이다. 아바타 포는 맨 몸으로 롤러코스터와 짚라인의 장점을 융합해 만든 체험시설로 낙차가 있는 철봉 시설에 안전장치와 로프로 몸을 고정시킨 채 쭉 내려가며 스릴을 맛보는 체험이다. 한편 1950 체험관은 거울과 착시현상을 이용해 한국전쟁의 실상을 느끼고 자유를 찾아 다섯가지 미션을 수행하는 등의 체험활동을 할 수 있다. 이 체험관의 모든 체험들은 각각 따로 요금을 받으니 미리 확인하고 자신의 취향을 고려해 참여하는 것이 좋겠다.
아름다움과 아픈 역사가 함께 공존하는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서 모두 피스메이커가 되어봐요!
글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9년 07월 28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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