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제일의 역사와 문화가 빛나는 강진. 이곳에서는 정약용, 김영랑 등 인물과 관련한 곳 외에도 산천과 그 안에 숨은 사찰을 찾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가끔은 신나게 바람을 쐬는 드라이브보다 풀밭의 들꽃을 보며 거니는 게 어떨까. 인파가 몰리는 명소 대신에 마을로 깊이 들어가면 아낌없이 커온 나무가 우릴 반길 것이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나무들은 긴 세월동안 마을과 함께 자라고, 또 마을을 지켜온 굳건한 기둥이다.
500살을 잡쉈다, 성동리 은행나무
병영면 성동리에 자리한 은행나무는 그간 쌓아온 세월만큼 거대하고, 묵묵하게 서 있다. 천연기념물 제385호로서 무려 500년 이상 나이를 먹었다는데, 이 나무를 관찰하다 보면 마치 큰 덩어리가 들어있는 듯이 볼록 튀어나온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에는 궁금증이 새록새록 생겨나는 설화가 전해지는데 한번 들어보시라.
아주 오래전 어느 날, 폭풍우가 휘몰아쳐 은행나무의 가지들이 수없이 부러졌다. 이를 보고받은 한 병사는 가지들을 성으로 가져와 여러 가구를 만드는 데 썼는데, 개중에는 목침도 있었다. 그런데 이 목침을 베고 잔 병마절도사가 큰 병에 걸리고 말아 시름시름 앓게 되었다. 어떤 의원도 원인을 알지 못하여 결국 무당을 불러 점쳤는데 그제야 목침이 원인임이 밝혀졌다. 무당이 말하기를, 가지를 잃은 은행나무에 제사를 올리고 목침을 다시 붙여줘야 병이 나을 거라 하니 이를 그대로 따랐고, 병사는 씻은 듯이 나았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으니 직접 가서 목침을 붙였다는 부분을 만지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겠다.
쓸모없는 나무에서 뿌리 깊은 나무로, 삼인리 비자나무
병영면 삼인리의 명물인 비자나무도 수령은 만만치 않다. 마을 뒷산에 자리 잡아 자그마치 500년을 버텨온 나무의 높이는 약 10m, 둘레는 5.2m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 우람한 나무가 1417년경(태종 17)에는 유독 키가 작고 굽었다고 한다. 당시 이곳에는 전라병영성을 세우기에 앞서 목재로 쓰기 위한 대대적 벌목이 행해졌는데, 왜소한 외형 덕에 혼자만 베이지 않고 오늘까지 살아남았다고 한다. 이를 상기하며 주변의 나무와 비교해 구경하다보면 전라병영성은 물론이고 인근의 대나무숲도 볼 수 있으니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겠다.
한편 나무에는 비자열매가 기생충 박멸에 효과적인 약재라 보존돼온 거란 설도 있고 나라에 큰일이 생기면 울음소리가 난다는 신이한 전설도 내려오니 이렇듯 다양한 이야기가 전하는 걸 보아 그동안 땅이 아니라 사람들의 머릿속에 뿌리내려왔음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나무는 주민들의 많은 관심과 애정 속에 수호신 역할을 맡고 있으며 매년 음력 1월 15일이 되면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동제가 치러진다고 하니 궁금한 사람은 날을 맞춰 가보자.
무엇도 당해낼 수 없는 신성함, 사당리 푸조나무
대구면 사당리 당전마을에는 500여 년에 만들어진 고려청자 가마의 터가 있다. 그 부근에는 푸조나무 한 그루가 도공들의 보살핌 아래 자라났는데 300여 년 전인 17세기 후반, 폭풍으로 인해 나무 원간이 쓰러졌다. 하지만 밑동에서 새로 맹아가 돋아나 성장한 것이 지금의 모습에 다다르게 됐다. 높이 19m에 가슴높이 둘레는 9.7m인 웅장한 수목이 된 것이다. 사방으로 여섯 개 가지가 14m 이내 퍼진 모양은 폭풍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신비한 형상이겠다.
이 나무에는 나무꾼이 가지를 꺾고서 급사했다는 전설도 엮여있는데 이로 미루어볼 때 자연재해도, 인간도 감히 범할 수 없는 나무의 신성성을 엿볼 수 있다. 그리하여 주민들은 매해 정월대보름 자정이면 마을의 안녕을 바라는 동제 행사를 치르며, 칠월칠석에는 함께 나무의 관리를 의논하고 주변 환경을 정비한다는데 이로써 나무를 향한 사람들의 애정과 믿음이 짐작 가능하다. 고요하고 커다란 그늘과 햇빛을 받아 푸르게 빛나는 이파리도 좋지만 무엇보다 나무가 주는 심신의 평화와 안정을 느끼고 싶다면 사당리로 가보는 게 어떨까?
나무를 중점으로 바라본 강진군의 또 다른 매력, 캐치하셨나요? 저마다의 자기소개서를 가진 세 그루를 찾아 떠나봅시다!
글 트래블피플 최유진 파워리포터
발행2016년 06월 30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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