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의 일주문에도 가을이 찾아왔다.
신라의 의상대사가 처음 창건한 뒤 화엄종의 뿌리였던 영주 부석사. 그 역사가 오랜 만큼 사찰의 풍모도 남다르다. 봉황산 중턱에 위치해 다소 가파른 입지를 보여주지만 그만큼 짜임새 있는 공간 배치는 부석사를 한층 오밀조밀 입체적인 공간으로 만든다. 지팡이에서 뿌리가 내렸다는 이야기. 절 이름의 유래가 된 떠 있는 돌 등 전해지는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태백산맥의 자락이 절을 품듯이 보여주는 풍광도 눈을 빼앗는다.
극락으로 오르는 길
늦가을 영주시 부석사 오르는 흙길은 단풍의 향연이다. 한여름에 부석사를 찾는다면 입구에 놓인 분수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을 수 있겠지만, 가을에는 어림없이 천왕문까지 직행이다.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은행나무 잎이 떨어진 500m 길은 그야말로 노란 길이다. 사천왕이 지그시 방문객들을 바라보는 듯 생기 넘치는 천왕문으로 들어선 뒤에는 한층 넓은 공간의 가람 배치가 보인다. 범종각을 비롯해 세워져 있는 취현암, 응향각 등이 그 예다. 지금은 산 내 암자로 쓰이고 있는 취현암은 한 때 사명대사의 수도처로도 이름을 날렸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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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 경내에서 가장 경치 구경하기 좋은 곳을 뽑는다면 단연 안양루다. 안양루는 무량수전으로 향하는 출입문이다. 안양은 극락을 달리 일컫는 말로, 안양루를 통과한다는 것은 곧 극락정토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이 극락정토를 터줏대감처럼 지키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안양루 앞에 위치한 부석사의 주불전, 무량수전이다. 보통 한 사찰의 주불전이라면 석가모니불을 모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무래도 안양루와 연결을 지어 생각해보자면 이 무량수전에는 아미타불을 모시는 것이 격에 맞다. 아미타불을 절의 주요한 부처님으로 모신 경우 그 전각에 붙은 이름이 극락전, 혹은 무량수전이라 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름 하나에도 사찰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가 숨겨져 있음을 느끼게 된다.
“무량수전 앞 안양문에 올라앉아 먼 산을 바라보면 산 뒤에 또 산, 그 뒤에 또 산마루, 눈길이 가는 데까지 그림보다 더 곱게 겹쳐진 능선들이 모두 이 무량수전을 향해 마련된 듯싶어진다.”
최순우 선생이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서서’를 집필하고 본문에서 밝힌 소감이다. 이 글은 부석사 하면 떠오르는 명문으로 회자된다. 그만큼 안양루에 올라가 보는 풍경이 부석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기도 하다. 모든 중생을 구제해 서방극락정토로 데려가 주는 아미타불을 모시기에 부족함이 없는 경치다.
부석사, 눈으로만 즐길 수 있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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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18호 무량수전 내부는 현재 사진촬영이 금지돼 있다. 그 유명한 배흘림기둥도 눈으로만 감상해야 한다. 가운데는 불룩하고 위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배흘림기둥은 무량수전 지붕을 떠받치고 있다. 부석사 본전인 무량수전은 돌 기단 위에 초석을 다듬고 정면 5칸, 측면 3칸으로 배치한 것이다. 1916년 해체 보수 시 발견된 묵서명은, 고려 초기에 무량수전 등을 중창했으나, 1358년 병화를 당하여 1376년 무량수전이 재건되고, 1377년 조사당이 재건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조사당 입구 좌우 벽에 그려져 있던 조사당벽화는 1918년 떼어내어 유리 상자에 보관하다 지금은 경내 보장각에서 전시 중이다. 벽화는 모두 6폭으로 제석천과 범천, 사천왕 등의 호법 신장들이다. 고려불화 가운데에서도 독특한 품격을 볼 수 있다. 몇 번에 걸쳐 덧칠하여 원모습은 많이 사라진 상태이다. 현존하는 벽화로는 가장 오래된 작품이다. 676년 의상대사가 왕명으로 창건한 부석사에서는 통일신라 시대의 전형적인 팔각석등을 만날 수도 있다.
부석사 창건 설화, 삼부석 바위
무량수전 서쪽에는 큰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에서 부석사 이름이 유래됐다. 여기에는 사찰을 창건한 의상대사와 선묘낭자의 애잔한 이야기가 전해온다. 중국에서 불법을 공부한 의상대는 잠시 머무른 신도 집에서 선묘낭자를 만나게 된다. 선묘낭자는 의상대사를 연모하여 마음을 바치지만, 승려 신분인 대사의 거절로 둘의 사랑은 이뤄질 수 없었다. 선묘낭자는 신라로 돌아가는 의상을 보호하기 위해 바다에 몸을 던져 용이 된다. 신라에 돌아온 의상이 부석사를 창건하기 전 절터에는 산적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의상은 도적들을 물리치기 위해 선묘낭자의 넋이 변한 바위를 하늘로 띄우고, 이 전설을 간직한 돌을 ‘부석’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현재 부석사 경내에는 부석사 수호신이 된 선묘낭자의 작은 전각이 세워져 있다.
봉황산 능선을 따라 위치한 부석사! 늦가을 부석사로 떠나 노란 은행나무 길을 걸으며 국보 제18호 무량수전을 함께 만나보는 것이 어떨까요?
글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8년 08월 21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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