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를 든든하게 감싸 안는 산, 팔공산. 이 팔공산에는 어디 가서 빠지면 서러워할 명찰이 자리를 틀고 있다. 대구의 다양한 절이나 암자들을 말사로 둔 동화사가 바로 그것이다. 팔공산 자락에 드넓게 펼쳐져 있는 동화사의 모습은 그 오랜 역사를 웅변하듯 고색창연한 맛이 강하다. 수행자들이 마음을 닦는 팔공총림이자, 24시간 기도가 끊이지 않은 약사여래대불의 모습은 그 언제라도 마음을 의탁할 수 있는 불빛 같은 모습을 자랑한다.
오동나무와 봉황은 단짝이라
오동나무 꽃 절. 동화사가 지니고 있는 이름이다. 신라 흥덕왕 때 심지 왕사가 중창했던 이 절은 겨울에도 오동나무꽃이 만발해 동화사라 지었다는 말이 내려온다. 그 당시의 이야기를 증언하는 듯 칠성각과 서별당 사이에는 심지왕사의 이름을 받은 오동나무가 꿋꿋이 푸른 잎을 흔들고 있다. 본디 전설에는 중창불사가 겨울에 이루어졌을 때 꽃이 만발했다 전하지만 지금은 늦봄에서 초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연보라빛의 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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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나무가 있는 곳에는 봉황이 깃드는 법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한 풍류를 보여주듯 동화사로 들어가는 정문도 봉화문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보통 다른 절의 정문을 일주문이라고 칭하는 것을 생각하면 여러모로 이름에 특색이 있다. 이렇게 오동나무와 봉황의 관계는 대웅전 부근을 둘러볼 때 한 번 더 느끼게 된다. 봉황이 깃든 누각이라는 뜻의 봉서루가 대웅전 앞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누각으로 오르는 계단 중간에는 봉황의 꼬리를 상징하는 자연석이 떡하니 놓여져 있다. 이 누각 오른쪽 귀퉁이에 있는 둥근 돌은 봉황의 알을 상징하는데, 이를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니 한번 찾아볼 일이다. 동화사의 터가 풍수상으로는 봉황이 알을 품은 형세라고 하니 여러모로 봉황이 깃드는 자리에 미리 적합한 이름을 붙여둔 셈이다.
동화사를 굽어살피는 자애로운 불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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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사의 이름을 한층 높이는 것으로 약사여래대불을 뺄 수 없다. 좌대 높이를 포함해 30m의 거상을 자랑하며 약합을 들고 아래를 굽어보는 약사여래는 그 이름에 걸맞게 간절히 빌면 중생의 질병을 씻은 듯이 낫게 해 줄 것만 같다. 이 약사여래대불은 다른 불상들에 비해 상당한 신참이다. 1990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해 약 2년이 지나서야 온전히 그 모습을 대중에게 드러낼 수 있었다, 팔공산 일대에 형성되어 있었던 약사신앙을 대표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한편 2014년부터는 오랜 역사를 지켜온 팔공산을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취지로 약사여래로 향하는 길의 통제를 철폐했다. 늦은 밤이라도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약을 받고 싶거든 찾아가 볼 만하다.
한편 커다란 약사대불 밑에 미처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불상도 있다. 동화사 입구에 있는 마애불좌상이다. 8세기와 9세기의 특징이 아로새겨진 이 마애불이 크게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던 데에는 마애불 위에 툭 튀어나오듯이 위치한 상단의 바위가 큰 몫을 했다. 약사여래상과는 또 달리 화려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화려하고 다채로운 동화사 전각을 말하다.
절에서 가장 중심 되는 전각을 뽑으라면 단연 대웅전이다. 대체로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모시는 절이 많기 때문에 석가상을 모신 불전인 대웅전이 가장 중요한 전각으로 위치하는 경우가 많은 것. 동화사의 대웅전도 동화사의 중심지에 편안히 안착해 있어 그 위상을 짐작하게 한다. 이 전각의 품위를 한층 끌어올리는 것은 바로 출입문에 그려져 있는 꽃살창문이다. 부처의 신력을 담은 금강저와 함께 활짝 핀 모란과 국화꽃이 새겨져 있어 화려함을 더한다. 특히 맨 정면에는 정교하게 채색되어 활짝 피어난 모란은 사람들의 눈을 확 끌어당긴다. 부처에게 올리는 여섯 가지 공물로 향, 등, 차, 과일, 꽃, 쌀을 든다. 이 중 꽃은 한 송이를 피워내기 위해 오랜 시간을 견뎌낸다는 점을 들어 수행을 뜻하기도 하고 그 아름다움으로 장엄한 부처의 세계를 나타내기도 한다. 부처님을 모신 전각에 정성을 들여 한층 장엄한 세계를 현현하고 싶었던 옛사람들의 마음이 전해져 오는 유물이다.
이와 함께 보기를 추천하는 전각이 극락전이다. 극락전은 서방정토를 이루는 아미타불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짓는 전각이다. 한편 이 극락전은 다른 전각과도 다소 차이 나는 특징이 있다. 바로 신라 시대에 지어진 기단의 양식이다. 보통은 자연석을 층층이 쌓은 자연석 기단이나 길게 자른 석재를 겹치는 장대석 기단 양식을 볼 수 있는 반면 극락전의 기단은 마치 가구를 조립하듯이 판석을 짜 맞춘 형식을 보여주는 것. 통일신라시대에 세워진 사찰에서 주로 볼 수 있어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유물이다.
팔공산 자락 흐르는 물줄기에 몸을 맡기면
여름에는 자연스레 물을 찾게 되고, 물이 있는 곳에서 더위를 식힌다. 대구의 명산 팔공산 자락 여기저기에도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들이 장관을 이루니, 산자락을 오르다 힘이 부칠 때면 근방의 계곡을 찾아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훔쳐보는 것은 어떨까.
동화사 입구에 자리한 계곡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오싹해진다. 물은 또 어찌나 맑고 영롱한지 계곡 위를 드리우는 나무 그림자가 다 비칠 정도, 가만히 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곳이 마치 무릉도원인 듯싶다. 시원스레 쏟아지는 계곡 물에 수박 한 덩이를 담가 두고 그 옆의 바위에 앉아 사색에 잠기기도, 함께 온 이들과 정담을 나누기에도 더없이 좋다. 그럼에도 날이 너무 더워진다 싶으면 물가에 살짝 발을 담그며 물장구치는 것도 무더위를 피하는 좋은 방법.
동화사의 고즈넉한 사찰 풍경을 눈에 담고, 시원한 계곡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물아일체의 경지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팔공산의 푸르름이 궁금하다면, 동화사와 근방의 계곡을 찾아보자.
대구와 동구를 든든하게 감싸고 있는 팔공산. 팔공산 안에 자리한 동화사로 마음 치유를, 시원한 계곡 물에서 한여름의 피서를 한껏 만끽해 볼까요?
글 트래블투데이 홍성규 취재기자
발행2018년 06월 24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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