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섬 영도에는 해돋이마을로 이름붙여진 청학동이 있다. 해돋이마을이란 명칭은 봉래산 동쪽 사면에 위치하고 있어 해돋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원래 예전에는 이곳에 공동묘지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6.25전쟁 당시 부산에는 전쟁을 피해 내려온 피난민이 물밀 듯이 밀려들어와 산을 타고 자리를 잡게 되었는데, 영도의 봉래산도 그 중 하나였다. 봉래산 중에서도 가장 고도가 높은 곳에 위치한 마을, 피난민의 생활상이 묻어난 바로 이곳 청학동 해돋이마을을 취재했다.
봉래산의 가장 높은 곳까지
해돋이마을이란 명칭은 사실 전국 어디서나 흔하다. 하지만 이곳 영도에 위치한 청학동해돋이마을은 다른 지역과 사정이 조금 다르다. 6.25전쟁으로 인해 갈 곳 잃은 피난민이 산이 많은 부산에서 위로, 더욱 더 높은 곳으로 거슬러 올라가 겨우 자리 잡은 마을이기 때문이다. 가파른 경사와 높은 고도가 힘겨웠던 지난 세월을 대변해주기 때문에 이 마을은 단순히 해돋이 명소를 떠나 사연이 많은 곳이다. 영도 내 가장 높은 곳에서 해돋이를 볼 수 있다는 청학동해돋이마을은 고단한 삶 속에서도 매일같이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잘 사는 동네가 되어 보자는 주민들의 의지와 의미가 모여 해돋이마을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해돋이마을이 더욱 새롭게
청학동해돋이마을은 전쟁을 피해 이주해 온 피난민이 직접 돌과 흙으로 집을 지어 조성한 마을이다. 오래된 역사를 지닌 만큼 대부분의 주민이 고령자이고 노후된 집과 방치된 폐가가 많다. 좁고 구불거리는 도로와 골목, 공동묘지와 함께 서 있는 마을은 다소 음습하고 어두운 느낌을 주기 쉽지만, 이곳은 최근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주민의 생활개선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주택정비와 순환도로 개설 등 안전하고 살기 좋은 마을로 개선되고 있는데, 마을지도를 살펴보면 ‘셉테드’라는 생소한 단어를 발견할 수 있다. 영도에서는 이곳 청학동해돋이마을을 비롯한 4개의 지역이 생활여건 개조사업 대상지로 선정되어 범죄예방환경개선사업이 진행되었는데, 이곳 해돋이마을은 범죄예방 환경디자인, 즉 셉테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마을을 둘러보고 싶다면 셉테드 안전지도를 참고하면 여행이 용이하다. 마을 곳곳에서는 수많은 벽화가 조성되어 있는데, 벽화는 1구간부터 8구간까지 총 8개의 구간으로 나뉘어 각각의 테마에 따라 개성이 다르기 때문에 벽화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만약 해돋이나 야경을 보기 위해 어두운 시각을 이용해 마을을 다니게 되더라도 마을지도에 표시된 비상경보벨과 CCTV, 비상대피소 등의 위치를 확인해두면 마음놓고 마을을 돌아볼 수 있다.
해돋이마을 전망대, 청학마루
관광프로그램과 복지서비스를 통해 마을 공동체의 수익이 발생하는데, 여행객은 이곳의 명소인 해돋이마을 전망대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 8구간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청학마루라는 해돋이전망대가 자리하고 있는데,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여행지임에도 불구하고 입소문을 듣고 이곳의 전망을 보기 위해 찾아온 여행객으로 붐빈다. 해돋이마을인 만큼 일출을 감상하면 좋겠지만 새벽 이른 시간에 출발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일몰시간에 맞춰 해가 지기 전까지 마을을 돌아 본 후 전망대에 올라 야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청학마루에는 전망대뿐만 아니라 마을에서 운영하는 카페와 음식점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 발생한 수익은 마을 공동 텃밭을 가꾸는 데에 쓰이는 등 마을 공동체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전망대는 아쉽게도 주말에만 운영되기 때문에 평일에는 전망대를 이용할 수 있다. 청학마루 옥상에는 전망공간이 꾸며져 있다. 봉래산 정상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내려다 보는 전경은 확실히 영도의 타지역 보다 탁트인 시야와 경치의 아름다움이 두드러진다. 마을에 닿기까지의 길은 아무래도 접근이 쉽지는 않지만, 마을 내에서는 입구에서 전망대까지 이동하는 길이 그리 멀지 않아 생각보다 힘들지 않게 전망대의 경치와 마을 구석구석을 구경할 수 있다. 예전에는 안전에 취약했던 마을이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게 될 만큼 정겨운 벽화와 아름다운 경치가 여행객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는 청학동의 해돋이마을. 부산의 떠오르는 여행지를 찾는다면 이곳을 방문해보자.
글 트래블투데이 지역 주재기자 홍수지
발행2019년 01월 18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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