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驛舍) 내 최초의 역사 전시관

일반적으로 기념관은 지상에 있는 건물을 생각하기 쉽지만, 특이하게도 동래읍성 임진왜란 역사관은 부산 도시철도 4호선 수안역 내 지하에 위치해 있다. 지도에 검색해보고 지상 위에서 길을 헤맬 필요 없이 지하철 출입구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대합실에서 역사관을 만날 수 있으며, 도시철도를 타고 수안역에서 하차하면 승강장으로부터 한 층 올라온 후 5번과 7번 출구 쪽으로 이동하면 된다.
 

지하철 역사 안의 역사관은 2005년 수안역을 건설하던 현장에서 조선 전기 동래읍성의 해자(垓子)가 발견되었고, 이를 옮겨 출토된 이곳에 2011년 역사관을 개관하게 되었다. 1,029㎡ 크기의 역사관 내부는 주 전시를 기본으로 하여 기획전시와 해자 단면, 전사 그래픽 등 크게 4가지 주제로 공간을 나누고 있다. 특히 발굴 현장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동래읍성 해자가 임진왜란 당시의 생생함을 전달해주는 듯하다.

 

동래읍성 모형과 해자(垓子)

역사관 안으로 들어서면 입구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동래읍성 모형이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 전기의 동래읍성 성곽과 주요 건물을 복원한 것으로, 이는 동래부순절도(임진왜란 때 순절한 송상현의 향전 내용을 담은 조선 후기의 기록화)의 내용을 토대로 만들었다. 주 전시공간에는 임진왜란 당시의 동래읍성 전투 장면이 전시되어 있다. 전투에 사용한 활과 화살, 갑옷과 투구 등 무기와 무구가 진열되어 있으며,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이곳 역사관이 생기게 된 계기라 할 수 있는 동래읍성 해자가 보인다. 해자란 성벽 밖에 땅을 파서 물이 흐르도록 만들어 놓은 도랑 형태의 방어시설을 말하는데, 수안역을 만들면서 발굴한 현장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으며, 그 아래 인골과 갑옷, 투구, 창 등 각종 무기류와 함께 청동숟가락, 짚신, 도자기 등의 당시 생활용품까지 그대로 전시하고 있다.
 

발굴보고에 따르면 칼에 베이고 조총과 둔기에 심하게 훼손된 인골 약 100여 구가 어린아이부터 40대에 이르는 등 다양한 연령층으로 출토되었다고 한다. 1608년 동래부사로 부임한 이안눌(李安訥)의 동래맹하유감(東萊孟夏有感)에 따르면 “곡해주는 사람이 있는 것은 오히려 슬프기가 덜한 것이니, 휘두르는 적의 흰 칼날 아래 온 가족이 다 죽어서 곡해 줄 사람조차 남기지 못한 집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라는 말처럼 당시 전투가 얼마나 처절했는지 알 수 있다.
한편 동래읍성 임진왜란 역사관에는 전시 공간 뿐만 아니라 영상실과 체험실을 통해 더욱 실감나는 전투 장면을 재현하고 있다. 발굴된 자료와 사료를 통해 동래읍성 전투를 동영상으로 관람할 수 있는 영상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당시에 사용된 각종 무기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직접 사용하는 듯 한 체험을 해보는 무기 체험실도 설치되어 아이와 동반한 여행객에게 체험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