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구와 경기도 구리시를 연결하고 있는 망우리 고개로 넘어가다보면 우측에 자연경관이 잘 어우러진 '망우역사문화공원'이 있다. 망우역사문화공원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스페인의 스톡홀름 공원묘지, 프랑스의 페르라세르 공원묘지처럼 점점 그 역사적인 가치를 조명받고 있다. ‘망우공원 역사문화 숲길’은 한국내셔널트러스트로부터 2012년 시민이 선정한 ‘꼭 지켜야할 자연문화유산’중 한 곳으로, 2015년에는 서울시가 지정하는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5.2km의 숲속 산책길 ‘사색의 길’
한민족이 다른 민족의 간섭을 받지 않으려는 것은 인류가 공통으로 가진 본성으로써, 이 같은 본성은 남이 꺾을 수 없는 것이며, 또한 스스로 자기 민족의 자존성을 억제하려 하여도 되지 않는 것이다. - 만해 한용운 ('조선 독립에 대한 감상' 중)
망우역사문화공원은 약 십여 년 전만 해도 모두가 혐오스럽게 생각하고 발길을 꺼렸던 곳이다. 1933년 일제강점기에 공동묘지로 지정된 후 1973년 폐장되기까지 40년간 28,500여 기의 공동묘지가 조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분묘이전 추진, 망우역사문화공원으로의 개명, 애국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연보비 설치, 문화재 등록 등 묘지공원 이미지 개선 및 역사적·문화적인 보존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중랑구의 꾸준한 노력의 결과, 지금은 7,671기의 분묘만이 남아 있으며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수많은 등산객과 산책하는 사람들로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산책을 하며 잠든 자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사색의 공간이자 미래세대인 청소년들의 역사의 산 교육장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공원을 들어서 입구에서 진입로를 따라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주차장과 관리사무소를 지나 사색의 길 출발점이 나온다. 구는 순환도로 5.2km를 도시 환경림 조성, 자연관찰로 등을 조성해 산책로를 새롭게 정비하고 ‘사색의 길’이라고 이름 지었다. 길은 두 갈래로 나뉘어 있는데 어느 한쪽을 택해서 걸어도 원점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어 있다.
산책로 곳곳에는 중랑구 관내 전경과 서울시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서울의 동쪽을 굽이쳐 흐르는 한강과 그 주변의 자연 경관, 경기도 남양주 일원, 서울의 남산과 불암산, 수락산, 도봉산, 북한산까지 시원스레 눈앞에 펼쳐진다.
애국지사의 숨결이 살아 있는 산책길. 역사 교육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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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길’은 관리사무소 앞에서 출발해 공원 둘레를 한 바퀴 도는 코스로, 숲길을 천천히 걷는 동안 독립운동가와 명인들의 묘역을 두루 거친다. 만해 한용운을 비롯해 시인 박인환, 아동문학가 방정환, 화가 이중섭, 오세창, 문일평, 서동일, 서광조 등 한국 근현대사에 발자취를 남긴 약 50여명의 유명인의 묘소가 한 곳에 모여 있다.
독립운동가이자 시인 만해 한용운 선생의 연보비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있노라면 낮고 깊으면서도 강단있는 울림이 들린다. 연보비에 적힌 글귀 하나하나 마음에 새기며 길을 걷다 보면 마치 그들과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조국의 광복을 열망하던 열사들의 간절함과 절절함에 순간 마음이 숙연해진다. 열사들의 못다 이룬 꿈이 푸르른 신록이 되어 길 옆에 무성하게 우거져 있다.
중랑구는 현재 서울시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인문학 교육 및 전시, 휴식 공간을 갖춘 웰컴센터 건립을 추진 중에 있으며, 내년에는 역사‧문화‧생태적 공간과 어울리는 건축물을 만들기 위한 현상설계 공모도 계획하고 있다.
또한 공원 이용자를 위한 의자 설치, 전망대 확충, 안내판 증설 등의 시설 확충과 함께 역사·문화 교육과 체험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며, 수학여행단을 비롯한 청소년 및 관광객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유스호스텔 등 편의시설을 마련해 인문ㆍ휴식ㆍ관광이 함께 어우러지는 명품 역사문화공원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구 관계자는 “풍부한 자연녹지를 훼손하지 않고 항일독립운동 정신과 역사적 교훈 가치를 보존한 친환경생태공원으로 만들어나가겠다 ”며“앞으로 망우역사문화공원은 중랑구의 미래경쟁력의 원천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근현대사의 가치를 몸소 느낄 수 있는 곳. 그동안 이곳을 묘지공원으로만 알고 있었다면 이제 망우역사문화공원 사색의 길에서 그 진면목을 확인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
글 트래블투데이 홍성규 취재기자
발행2018년 08월 11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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