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하고 문화에 취하는 술 박물관. 충주 리쿼리움
우륵의 가야금 뜯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탄금호 수변에 문을 연 종합 술 박물관 ‘리쿼리움’에는 악마가 인간에게 남겨준 최고의 선물이라 불리는 술의 모든 것을 알아볼 수 있는 곳이다. 일본에 누룩을 전파해 지금도 일본에서 주신으로 모시는 백제인 수수보리(須須保理)가 중원지역 출신이다. 오미자를 이용한 와인, 오미로제 개발에 혼신의 힘을 쏟은 명인 이종기 박사가 수집한 세계 술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리쿼리움을 찾았다.
리쿼리움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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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대에 실제로 사용했던 거대한 증류기와 피라미드 모양으로 쌓인 61개의 오크통은 단박에 이곳이 술 박물관임을 알 수 있는데, ‘리쿼리움’이라는 이름은 리쿼(LIQUOR : 술)와 리움(RIUM : 전시관)의 합성어로 ‘술 박물관’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계 곳곳에 문을 연 술 박물관이 단일 주종을 전시하는 곳이라면 충주의 리쿼리움은 우리나라 술 문화뿐만 아니라 전 세계 술의 역사와 문화를 통합해 전시한 ‘세계 최초 종합 술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박물관은 와인관, 맥주관, 동양주관, 증류주관, 음주문화관 등 5개 전시실과 술과 건강에 대한 자료를 모은 전시관, 직접 칵테일을 만들거나 테이블 매너를 실습할 수 있는 문화체험관으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와인과 함께 떠나는 역사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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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61개의 오크통으로 지붕을 쌓은 지하 1층은 서양 술 문화관으로 와인, 위스키, 코냑, 맥주가 소개된다, 로마 신화 속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초상화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면 와인 역사·문화관으로 들어선다. 이곳에는 고대 와인 문화의 발달과 전파 경로를 설명하고 있으며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의 유명 와인 실물 전시 및 와인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복잡한 와인 구별법과 잔의 종류, 코르크 마개를 쉽게 열 수 있도록 개발된 다양한 코르크 스크류를 볼 수 있다.
또한 리쿼리움의 주인인 ‘이종기 와인 마스터의 오미로제 코너’에서는 단맛·쓴맛·짠맛·신맛·매운맛을 절묘하게 브랜딩해 선보이는 경북 문경산 오미자 주원료의 오미로제 스파클링 와인을 볼 수 있는데, 2012년 3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세계핵안보정상회의의 공식 건배주로 선정된 바 있다.
오크통 관에는 오크통 안에서의 위스키 숙성 과정을 재현해 놓았는데, 증류 직후부터 12년, 17년, 21년 등 세월의 경과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육안과 후각으로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첫해 생산된 무색의 위스키는 세월이 갈수록 황금빛으로 변하는 모습이 신기하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위스키 몇 년산이란 오크통에서 숙성된 햇수의 구분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는 '천사의 몫'이라는 재미난 이야기가 숨어있다. 오크통에서 위스키를 숙성시킬 때 그 위스키가 조금씩 증발되어 줄어드는 양을 '천사의 몫'이라 부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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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관에서는 바빌로니아의 함부라비 법전에도 기록되어 있는 대중의 술인 맥주의 역사와 문화, 세계의 맥주를 볼 수 있는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데, 맥주의 주원료는 보리, 효모 그리고 물이다. 맥주의 어원은 곡물을 뜻하는 ‘BERE’(베레)와 ‘BIBERE’(비베레, 라틴어 마시다)라는 설이 대립하고 있다. 국내 맥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라거는 1420년경 독일에서 하면발효 방법으로, 수입 맥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에일은 영국식 상면발효 방식으로 제조된 맥주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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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류주관'에는 1830년 프랑스 꼬냑(Cognac) 지방에서 제작되어 1980년대까지 사용된 고전적 브랜디 증류기 실물을 원형 모양 그대로 전시해 놓았는데, 증류 솥, 환류기, 냉각기로 구성된 꼬냑 브랜디 증류기를 통해 와인 생성 및 증류주의 발전과정을 알 수 있다. 또한 아시아 각국의 술 문화가 전시된 '동양주관'은 막걸리를 숙성하던 대형 항아리, 소주 고리, 꿰맨 항아리 등 옛 선조의 음주문화를 엿볼 수 있다. 중국의 곡주는 기원전 3000년경 하왕조 시대부터 빚기 시작했던 동양주의 원조로서 우리의 양조기술이 중국으로부터 전수되었음을 알 수 있으며, ‘발효관’에서는 선조의 지혜와 전통 발효과학에 대해 알 수 있는 김치류, 장류 등 고유의 전통 발효음식과 관련된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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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술안주는 뒷담화가 아니라 알차고 좋은 얘기일 터, 박물관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면 머릿속은 온통 술에 관한 알찬 지식의 안주로 가득 찰 것이니 이때에는 2층의 문화체험관에서 와인과 맥주 등을 구매해 마실 수 있다. 이처럼 ‘음식의 꽃, 술’이라는 독특한 주제의 박물관인 리쿼리움은 바람직한 술 문화 형성을 위해 청소년을 위한 무알코올 칵테일 체험, 전통주 빚기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충주박물관에서 느껴보는 중원문화
술 박물관 옆에는 통일신라 시대 석탑 중 유일하게 7층 석탑인 국보 6호 탑평리 칠층석탑(중앙탑)이 탄금호를 배경으로 단아하게 자리하고 있다. 탑이 있는 뜰이라 옛 지명은 탑들, 탑평리는 남북을 통틀어 나라의 한복판 지점 높직한 토단 위에 있어 중앙탑이라 부르는데 높이는 14.5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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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과 칠층석탑이 잘 어울리는 사적공원내에 위치한 충주박물관은 1986년 시민들이 기증한 유물을 분류해 실내 1관은 불교 미술품과 민속품, 실내 2관은 충주의 역사를 알아볼 수 있는 역사관으로 전시하고 있으며, 야외에는 충주를 비롯한 지역 인근에 흩어져 있던 석조유물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전시하고 있다.
글 트래블투데이 지역 주재기자 안중열
발행2018년 08월 09 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