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추억의 아련함에 빠지고 싶다면, 화랑대역으로

예전처럼 역사만의 한적함이나 아담함을 느끼기에는 요즘의 역사는 대부분 세련되고 규모도 커져 어렵지만 그래도 아직 서울에 그러한 정취와 분위기가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역이다. 화랑대역은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으로 지금은 폐역이 되어 기차역으로의 역할은 하지 않지만, 아직도 옛 추억에 아른거리는 사람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명소 중의 하나이다. 이곳은 육군사관학교 바로 근처에 위치해 있는데 여기에 이름에 얽힌 재미난 사실이 하나 있다. 원래는 ‘태릉’역으로 불리다가 후에 육군사관학교가 이리로 오게 되었는데 사관생도는 곧 담대한 정신과 기개를 지닌 ‘화랑’과 같다 하여 이곳 역시 태릉역이 아닌 화랑대역으로 그 이름이 바뀌었다는 이야기이다. 
 

화랑대역은 1939년에 근대 양식으로 지은 목조 건물 역사이기도 해 건축적인 측면에서도 굉장히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보통의 역사는 책을 펼쳐서 엎어 놓은 모양의 박공지붕으로 이루어지는 데 반해 이곳은 비대칭의 삼각형 지붕을 이루는 것이 다른 역사와의 차이점이다. 게다가 세워질 당시 모습 그대로 잘 유지된 편으로 2006년에 역사 문화재로 등록되었을 만큼 그 가치가 대단하다.  

 

설렘과 그리움과 추억이 공존하는 곳

언뜻 보았을 때는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 만큼 낡고 초라하다. 그러나 역사를, 철길을 따라 시선을 쏟다 보면 어느새 다른 데서는 볼 수 없는, 느낄 수 없는 분위기와 정취에 매료당할 것이다. 아담하지만 단단한 역사, 그리고 그 밖으로 펼쳐져 있는 철길의 모습이 마치 우리 인생을 보여주는 듯하다. 우리가 살아왔던, 살고 있는, 그리고 살아가야 할 많은 날이 주마등처럼 펼쳐지며 아련한 추억과 그리움에 잠시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멈춰버렸지만 어디선가 경적이 들리고, 기차에서 타고 내리는 사람들로 왁자할 것 같은 이곳, 화랑대역에서 어쩌면 새로운 희망까지도 생겨나는 듯하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음에도 아름다움이 있는 화랑대역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