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도 끝자락에 위치한 영도. 남포동에서 다리를 건너 들어가야 하는 영도에는 수많은 명소가 자리 잡고 있어, 발길 닿는 곳 어디에서든 절경이 펼쳐지기 때문에 그야말로 보물섬이라 할 수 있다. 그중 영도 서남쪽, 서구로 이어지는 남항대교 방향에는 절벽 위에 마을이 하나 조성되어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그리스의 산토리니를 연상케 하여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영도의 숨은 여행지로 사랑받고 있다. 비교적 최근인 영화 ‘변호인’과 ‘범죄와의 전쟁’으로 더욱 유명해진 이곳, ‘흰여울문화마을’은 그 매력적인 풍경으로 방문객의 시선과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아 가고 있다.
흰 물거품 눈이 내리는 곳
‘흰여울’의 뜻은 봉래산에서 내려온 물줄기가 빠르게 바다로 굽이쳐 내리는 모습이 마치 “하얀 눈이 내리는 듯하다.”는 데서 연유한다. 이러한 물줄기와 파도는 좀처럼 눈 구경을 할 수 없는 부산의 작은 마을에 소소한 즐거움을 안겨줘 왔다. 또한 집 밖으로 한 걸음만 나서면 넓은 바다가 마치 앞마당처럼 펼쳐져 있고, 바다 위에는 무거운 닻을 내리고 숨을 돌리는 여러 척의 배가 두둥실 떠 있다. 넘실대는 바다 물결이 바위 틈 새로 부서져 내리는 소리가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까지 스며들고 있는 흰여울문화마을은 겉보기에 수채화와도 같은 낭만적인 풍경이지만, 그 속에는 파도처럼 거칠었던 삶, 한국전쟁과 함께 나고 자란 낡고 오래된 마을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흰여울길의 골목과 계단
1
2
흰여울문화마을은 다닥다닥 좁은 어깨를 맞대고 있는 작은 집과 집 사이의 샛길이 미로처럼 얽혀있다. 예로부터 “흰여울마을로 도망가면 찾을 수 없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복잡하고 비좁은 골목은 전쟁을 피해 벼랑 끝에 삶의 터전을 일군 까닭에 세탁기는 커녕 화장실이 없는 집도 더러 있다. 흰여울길에 유난히 공중화장실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흰여울길은 마을의 앞마당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은 위로 올라가면 절영로에 버스가 다니지만 예전에는 영도다리나 태종대로 가는 유일한 길이었다. 흰여울길을 중심으로 마을과 주변 명소까지 모든 길이 통해져있다.
1
2
여행객의 방문이 잦아지면서 마을은 분주해졌다. 더 많은 사람과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나누게 된 것은 분명 기쁜 일이지만 이곳이 생활공간이란 점에서 여러모로 고충도 발생하고 있다. 이곳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작은 공동체에서는 ‘마을사랑방(무지개방)’이라는 민박집과 소소한 요깃거리를 판매하는 가게 ‘흰여울점빵’을 운영하고 있는데, 벌어들인 수익은 마을을 청소하거나 무료로 국밥을 나누는 등 마을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민박은 6월부터 9월 사이에만 운영하고 있고 평일과 주말, 4~6명이 사용하는 독채 등 이용하는 날짜와 방 크기에 따라 이용금액이 상이하다. 흰여울점빵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커피, 에이드, 차 등의 음료와 라면, 우동, 토스트, 떡볶이 등 간단한 간식을 맛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음식을 먹으며 담벼락 너머 펼쳐진 시원한 바다와 거침없는 파도소리, 바닷바람까지 느껴볼 수 있다.
흰여울길을 걷다보면 맏머리계단부터 무지개계단, 꼬막집계단 등 독특한 이름의 계단이 많이 보인다. 그 밑으로 절영산책로가 이어지는데, 경사가 꽤 가파르지만 바다를 향해 한 걸음 더 가까이 내려가 보는 것도 좋다. 이곳 조망권에서 남항대교와 건너편 서구 암남동의 송도해수욕장을 볼 수 있다. 송도 못지않게 좋은 곳이라 하여 ‘이송도’라고도 불리는 흰여울문화마을 끝의 피아노계단을 따라 가다보면 이송도전망대가 나오는데, 마을 앞바다를 더욱 아름답게 조망할 수 있는 명소이다.
흰여울문화마을에 해가 기울면 하나 둘 조명이 켜지며 새단장을 시작한다. 해가 아직 머물고 있는 동안에는 신비로운 색을 머금은 구름이 시선을 사로잡고, 점차 하늘에 푸른빛이 돌며 한국의 산토리니라는 별칭을 실감하듯 이국적인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몰아치는 흰 거품 파도가 가로등 불빛 아래 환하게 비춰지는 모습은 완전한 어둠이 깔린 뒤에도 그 여운이 계속 남아 보는 이로 하여금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글 트래블투데이 지역 주재기자 홍수지
발행2018년 08월 09 일자
해당 콘텐츠에 대한 기여도 기사+사진 기사 사진 오류수정
테마리스트 페이지 버튼 테마별 기사리스트 페이지로 이동
테마리스트 해당기사와 같은 테마기사 리스트
테마리스트 바로가기 버튼 테마별 리스트 정보제공
핫마크 콘텐츠에 대한 중요도 정보
콘텐츠호감도
콘텐츠들에 대한
트래블피플의 반응도
사용방법 안내버튼 설명 페이지 활성화
함께하는 트래블피플
트래블파트너, 슈퍼라이터,
파워리포터, 한줄리포터로 구성된 트래블피플
스크랩
마이페이지
스크랩 내역에 저장
해당기사에 대한 참여
추가정보나 사진제공,
오탈자 등 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