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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색을 머금은, 남이섬의 봄


봄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새해를 맞아 다짐했던 나와의 약속이 하나둘 잊힐 때쯤 마음을 다잡기 좋은 계절이자, 새로운 시작이다.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던 겨울바람이 잦아들면서, 남이섬의 새하얀 겨울왕국도 봄의 정원으로 차츰 탈바꿈해 가고 있었다. 겨우내 움츠렸던 자연과 연신 꽁꽁 싸매왔던 사람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는 계절, 봄내음이 묻어나는 남이섬 특유의 색을 찾아 이곳에 왔다.

                    
                

섬에 봄을 수놓은 따뜻한 분홍색

남이섬 전경

초록은 초록만으로 이 세상을 적시고 싶어한다.
작은 것들은 아름다워서
비어 있는 세상 한켠에 등불로 걸린다.
아침보다 더 겸허해지려고 낯을 씻는 풀잎
순결에는 아직도 눈물의 체온이 배어 있다.

- 이기철 「풀잎」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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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 곳곳이 분홍 물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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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꽃비

남이섬 봄의 첫인상은 분홍이다. 유독 분홍 봄꽃이 많은 남이섬을 가면 섬 곳곳에서 분홍색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따뜻함을 생각할 때 흔히 떠올리는 색인 분홍색은 다른 말로 엷고 고운 빨강이다. 어찌 보면 조심스레 슬그머니 찾아오는 봄과도 같다. 외국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인근 수변공원과 같은 오묘한 느낌이 드는 남이섬은 해마다 많은 이들이 꽃구경을 위해 방문하는 곳이다. 남이섬은 확실히 튀는 색이지만 모두에게 호감을 사는 분홍색과 똑 닮았다.

 

낭만이 피어나는 ‘수양벚나무 군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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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벚나무 군락지

지난해 여름 푸르름으로 가득했던 중앙 잣나무 길에서 동쪽으로 걸어가니 길게 늘어선 수양벚나무 군락지가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평소에 보던 벚나무와는 다르게 아래로 가늘게 휘어 늘어뜨린 가지 사이로 새하얀 벚꽃이 흩날려, 마치 유명 멜로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았다. 벚나무 군락지에는 가족, 연인 등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앉아 봄을 즐기는 상춘객이 가득했는데, 남이섬은 곳곳에서 이렇게 잠시 경치를 즐기면 쉬었다 갈 수 있으므로 돗자리나 휴대용 방석을 꼭 지참하길 추천한다.

 

꽃비 흩날리는 ‘벗(友)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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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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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길의 벚꽃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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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친구와 함께 벗길을 지나본다.

섬 중앙광장부터 이어지는 벚나무길 ‘벗(友)길’은 호텔정관루 방향으로까지 이어져 있다. 소중한 사람과 꼭 함께 걸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름 붙여졌다는 벗길은 꽃비가 내리는 길목마다 사이사이 내려앉은 꽃잎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여백을 메워주는 듯했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해가 뉘엿뉘엿 지는 동안까지도 연신 꽃비를 맞기 위해 벗길을 떠날 줄 모른다. 보송보송 솜털처럼 올라온 꽃잎과 섬을 둘러싼 연한색 봄녹음의 조화가 완연한 봄을 알려준다.

 

봄의 고요함 ‘호텔정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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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정관루 낮과 밤

남이섬의 봄기운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섬 남단에 위치한 호텔정관루다. 마지막 배가 떠나고 난 텅 빈 남이섬, 정관루에 불이 켜지면 한밤의 아늑함에 바삐 움직였던 하루의 일과가 아득해진다. 정관루 일대의 고요함 속에서는 누구나 여유를 부리기 마련인데, 심지어 이곳에는 TV도 없어 옛 광고 속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문구를 떠올리게 한다. 정관루의 객실은 58개로 남이섬을 찾는 수많은 관광객과 대비해 그 규모가 큰 편은 아닌데, 주변 경관과의 조화, 관광객의 당일치기 방문이 많다는 점 등의 이유로 객실을 더 늘리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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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이국적인 한국의 멋! 남이섬 봄의 다양한 색을 찾아 봄 나들이를 떠나보는 것은 어떠할까요?

트래블투데이 지역 주재기자 박희준

발행2018년 04월 10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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