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찻길은 본디 둘이서 걸어야 제멋이다. 양 레일에 나란히 서서 침목 한 칸을 한 걸음 삼아 일정한 보폭으로 걷는 모습은 낭만 그 자체다. 특히 사랑의 싹을 막 틔우고 있거나 무르익어가는 사랑을 확인하고자 하는 연인이라면 맞잡은 손의 온기를 느끼며 걷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 있다. 서울 구로구 항동에는 기찻길이 남아있다. 오류동에서 부천을 잇는 오류선 철로다. 국내 최초의 비료 회사인 경기화학공업주식회사가 1954년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옥길동에 설립되면서 원료 및 생산물의 운송을 위해서 설치했다.
항동 기찻길의 추억
이제 기차는 거의 다니지 않는다. 찾은 사람의 걸음만이 철길 위에서 철도를 추억한다. 살아 있는 철도박물관이다. 항동기찻길은 1957년 9월 26일에 착공해 1959년 5월 30일에 준공됐다. 1959년에 준공했으니 반세기 남짓이다. 다른 이름으로는 경기화학선으로도 불리고 있다. 기찻길은 단선 철도이며 산업용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이용 빈도가 극히 드물다. 영풍아파트 자리에 삼천리 연탄공장과 동부제강 등이 있던 때에는 화물 열차가 수시로 다녔으나, 현재는 철도청의 일반 여객·화물용이 아닌 KG 케미칼(구 경기화학)용 사설 철도로 하루 2~3회 정도 운행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철로 주변에 위치한 항동저수지를 포함해 항동기찻길 일대를 푸른 수목원으로 조성하고 있으며, 철로는 레일 바이크 선로로 이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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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동 기찻길은 과거에는 화물차가 수시로 다녔으나, 지금은 하루에 두세 차례 운행된다.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차단기가 아직 운송로의 역할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 철길은 동부 제강입구 교차로를 지나 금강 수목원 아파트와 나란히 이어진다. 아파트가 끝나는 곳에서 철도는 낮은 언덕을 만난다. 나무에 둘러싸인 단선 선로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넘으면 밭과 한창 공사 중인 수목원이 펼쳐진다. 항동 철길의 길이는 약 4.5㎞이다. 하지만 대개는 항동 저수지까지의 2㎞ 구간을 걷는다. 저수지 건너편에는 순두부와 닭볶음탕, 백숙 등을 판매하는 식당과 교회가 있다. 서울에 속해 있지만, 조용한 시골 같은 경관이다. 항동기찻길에 있으면 느릿하고 여유로운 ‘느림의 미학’을 발견할 수 있다. 숲을 지나니 마을이 보인다. 불과 한두 해 전만 해도 철길의 오른쪽에 너른 논밭이 있었다. 가을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벼들이었다. 서울에서 논농사 풍경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토지였다.
주택가를 벗어나자 작은 동산이 나오고 200m 정도의 구간은 항동 기찻길의 가장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기차를 타고 지날 때 빈번하게 등장하는 시골의 숲이지만 웃자란 나무들은 머리 위로 지붕을 만들어 터널을 꾸미고 그 아래 길을 따라 끝의 소실점을 향해 길게 뻗은 철도는 그야말로 절경이다. 항동 기찻길은 그윽한 철길의 멋이 살아있다. 논과 논 사이의 오솔길은 항동 저수지까지 이어졌다. 길의 초입에는 원두막이 있었다. 초가의 그늘 아래 오후의 낮잠을 즐기기 딱 좋은 날씨다. 기찻길보다 그 경치를 찾아오는 이도 많았다. 이곳은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고가면 된다. 지하철을 이용하면 7호선 천왕역 2번 출구로 나온다. 철길 차단기가 나올 때까지 10분 정도 걷는다. 차단기 앞에서 왼쪽 오류동을 향한다.
옛 추억을 그대로 느끼고 싶다면 구로구로 떠나볼까요? 항동 기찻길은 서울 도심 속 숨겨진 낭만을 전달해줍니다.
글 트래블투데이 편집국
발행2015년 08월 17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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