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개혁, 진지의 역사를 닫다

화도진지는 인천 앞바다의 해안을 경계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서해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한편 3 개의 능선이 모이는 지점에 위치해 쉽게 눈에 뜨이지 않는다는 군사적 이점이 있었다. 육지 깊숙이 들어와야 볼 수 있으니 감시업무에는 최적이었던 것도 장점이었다. 이렇게 방어와 감시임무를 맡았던 화도진지는 갑오개혁이 발효되면서 돌연 그 흔적을 지우게 된다. 군대 편제를 현대식으로 바꾸면서 화도진지도 철수하기로 결정된 것. 이 곳을 지키던 군사들만이 아니라 그 건물도 모조리 해체하며 화도진의 모습도 사라지는 것 같았다.

이런 화도진의 모습이 새롭게 복원된 것은 그 이전에 그려졌던 화도진도라는 지도 덕분이었다. 산세에 진지가 어떻게 위치했는지, 어떤 구조로 건물이 서 있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이를 기반으로 한 복원이 가능했던 것. 1988년 동헌과 안채, 사랑채 등이 새롭게 복원되어 현재는 화도진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특히 이 화도진공원은 단순히 옛 건물만 복원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수호통상조약을 맺는 모습, 진지에서 근무하던 병사들의 모습 등을 함께 복원해 역사를 짐작해볼 수 있게 만든다.

구미와의 조약을 생각하다

이 화도진공원에서 상기시켜야 할 역사적 사건으로 서양 세계에 문호를 여는 계기가 된 조미수호통상조약을 뺄 수 없다. 당시 일본만 통상관계가 맺어져있던 상황에서, 청나라는 조선에 대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일본의 독점적인 침투를 막고자 했다. 한편 [조선책략]이라는 책이 조정에 유입된 것도 서양과의 수호통상을 부추겼다. 중국과 한반도에 면해있는 러시아의 남하를 막기 위해서는 함께 국경을 접한 중국과 친하게 지내고 또 다른 서양의 열강인 미국과 연결될 필요가 있다 역설한 이 책은 조선의 정부가 서양 열강과의 수교에 나서도록 만드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런 상황 판단 아래서 처음으로 서양과 조약을 맺게 된 것이 조미수호통상조약이었다. 이 안에는 관제 협정, 조계지 범위, 영사재판 등의 항복이 들어가 있었다. 이후 이 조약은 다른 서양국가들과 체결한 조약은 조미수호통상조약에 준해 체결되었다. 외세로서 외세를 제압한다는 전략이었지만, 이 방침은 이후 조선이 식민지 처지로 전락할 때 그리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조약 내용에 “제3국이 한쪽 정부에 부당하게 또는 억압적으로 행동할 때에는 다른 한쪽 정부는 원만한 타결을 위해 주선을 한다”는 거중조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일본이 가쓰라 태프트 밀약을 맺었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수호조약에 얽힌 역사를 공원 내에 있는 전시관에서 볼 수 있다. 이와 함꼐 볼 수 있는 것은 조선의 무관들이 착용했던 전투복이나 무기들이다. 화도진지는 인천 앞바다를 지키기 위해 설치된 포대를 총괄하는 관청이었던 만큼 조선시대의 여러 화포들도 전시되어 있다. 여러 수호조약의 내용을 담은 문서들과 그 당시 외교관으로 활동했던 관리들의 흑백사진과 초상화들을 보노라면 화도진지가 그 당시 조선의 방위를 담당하는 진지이자 근대사에 남을 역사명소라는 것이 한층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