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곳, 칠장사

안성의 칠현산 자락에는 천 년의 긴 세월 동안 한결같이 우리네 인생살이를 말없이 지켜봐 준 고마운 절, 칠장사가 자리 잡고 있다. 오랜 시간 우리 곁에 있어왔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곳엔 수많은 전설들이 이어져 내려오고, 간절한 염원을 안고 칠장사를 찾아들었던 이웃 하나하나의 바람이 모여 있다.
 
칠장사로 향하는 굽이굽이 왕복 2차선 도로를 지나노라면 수려한 산세와 함께 아기자기한 꽃들과 들풀들이 마음껏 손짓하며 환영하는 시골 풍경이 상쾌함을 준다. 입구에는 9.75m나 되는 칠장사 당간이 높게 서 있다. 청두 용두사지와 공주 갑사, 그리고 이곳에서만 볼 수 있다는 이 철당간은 매우 귀중한 문화재라 할 수 있다. 그 옆으로 화강암 석비인 사적비가 있다.
 

칠현산칠장사(七賢山七長寺) 안내 입석을 지나 올라가면 널찍한 주차장이 있고 그 위로 올려다보이는 낡은 누각은 칠장사의 오랜 역사를 눈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7세기 중엽에 지어졌다고 전해지는 칠장사는 혜소국사가 왕명으로 중창하였고 칠장사와 칠현산이란 이름은 혜소국사가 이곳에 머물면서 7명의 악인을 교화하여 현인으로 만들었다는 설화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천황문을 들어서면 흙으로 만든 소조상인 사천왕상이 지키고 서 있다. 범종과 함께 아기자기하게 서 있는 사찰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설화에 나오는 궁예와 임꺽정이 그려져 있는 명부전을 만나게 된다. 어린 시절을 이곳에서 활 쏘는 연습을 하며 보냈다는 궁예의 이야기와 의적 임꺽정이 스승으로 모시던 병해대사가 이곳에 있어 평소 임꺽정이 자주 들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경내에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범상치 않은 모습의 삼층석탑이 자리한다. 이 석탑은 이 지역의 죽산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탑부재를 찾아서 세웠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탑의 모습이 많이 훼손된 것처럼 보인다. 대웅전의 옆으로는 보물인 석불입상이 모셔져 있는데 과거 봉업사지와 근처 학교에 있었으나 다시 이곳으로 옮겨왔다.
 

어사 박문수의 이야기가 깃든 곳으로 오르는 길목에는 깊은 산속의 옹달샘처럼 깨끗한 물이 흐르는 약수터가 있다. 또, 칠장사를 에워싸고 있는 산에는 복조리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산죽이 무수히 많이 자라고 있다. 산죽의 시원함을 안고 둘러볼 수 있는 둘레길도 조성되어있다.
 

암행어사 박문수가 과거시험을 보기 전에 나한전에서 기도를 드리다가 잠이 든 새 꿈에 나타난 나한이 과거시험 문제를 알려주어 장원급제했다는 이곳, 나한전으로 오르는 길에는 합격의 다리가 조성되어 있어 방문한 사람들에게도 그 힘이 고스란히 전달된 듯하다. 이 합격의 다리를 건너 칠현산으로 올라가면 어사 박문수길이 둘레길로 펼쳐져 있어서 칠장사를 품은 칠현산의 정기도 함께 느낄 수 있다. 경내에서는 청소년들이 우리 역사를 현장에서 느끼고 올바른 역사의식과 호연지기를 키우기 위해 매년 어사 박문수 전국 백일장이 개최된다.
 

나한전의 앞으로는 보물 제488호인 혜소국사비가 있다. 안성에서 출생한 혜소국사는 말년에 칠장사에서 보내며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았다고 한다. 뒤편에는 나옹스님이 심었다는 2.1m 굵기의 굵은 소나무가 경기도 보호수로 지정되어있다. 특히 조선시대 인목왕후가 아버지 김제남과 아들 영창대군의 명복을 위해 자주 찾았던 절이기도 하다.
 
수려하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칠현산에서 만난 칠장사는 국보인 오불회괘불탱을 비롯해 보물 3개, 유형문화재 5개의 유적을 간직하고 있다. 수많은 역사 속 인물들과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가득한 곳, 전설과 세월을 그대로 담고 자연을 자연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곳, 칠장사로 나들이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