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어릴 적 부르던 동요의 한 구절이 가장 잘 어울리는 마을이 있다. 내성천을 휘돌아 가는 낙동강 물줄기를 따라 흐르는 강물은 앞산에 막혀 물돌이동을 만들어낸다. 30여 년 전 사람들은 이곳에 외나무다리를 놓았다. 외나무다리 아래로 금모래가 반짝이고 송사리 떼가 헤엄치는 곳, 무섬마을이라 이름난 경북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를 찾아 진한 묵향이 번지는 선비의 풍경으로 들어가 보자.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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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휘감아 도는 강물 길 따라 외나무다리를 건너면 금빛, 은빛 모래가 반짝이는 백사장과 낮은 산, 그리고 고색창연한 50여 고가가 어우러져 한 폭의 수묵화 같은 고즈넉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지금은 마을 입구에 수도교가 건설되어 통행에 불편함이 없지만, 예전 마을 사람들은 이곳에 세 개의 외나무다리를 놓고 물 건너편에 있는 세상과 소통했다. 하나는 닷새마다 열리는 영주 장을 가기 위한 다리, 하나는 논밭에 가기위한 다리, 그리고 학교에 가기 위한 다리였다. 예로부터 많은 선비들을 배출한 부촌이지만, 마을 안에는 논밭 뙈기가 없어 부득이 강을 건너가서 농사를 지어야 했기에 외나무다리를 놓게 되었다고 한다. ‘시집오는 새색시는 가마 타고 다리를 건너오고, 망자는 평생을 살다가 꽃상여를 타고 그 물을 건너가는’ 고단한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던 외나무다리. 현재 두 개의 다리가 복원되어, 옛날 옛적 농사짓기 위해 넘나들던 외나무다리는 이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명품 길로 다시 태어났다.
무섬마을 역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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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부수(蓮花浮水), 즉 연꽃이 물 위에 떠 있는 형태의 길지에 터를 잡은 마을 주변으로는 내성천이 태극 모양으로 휘감아 돌고 있다. 때문에 예로부터 수도리(水島里) 즉, 무섬마을로 불렸다고 한다. 그럼 무섬마을엔 언제부터 사람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한 것일까? 현종 7년 반남 박씨 박수가 처음 마을을 개척하여 터전을 이룬 후, 선성 김씨가 이 마을로 혼인해 들어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반남 박씨와 선성 김씨 두 집안만의 집성촌으로 오늘날까지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외나무다리 건너 마을에 들어서면 해우당 고택과 만죽재 고택 등 경북 북부의 사대부 집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입구자형 가옥, 까치구멍집, 겹집 등 다양한 형태를 가진 100년 넘은 고택들과 단아한 모습의 초가집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만죽재 고택은 청록파 시인의 한사람인 조지훈의 처가로, 시인은 무섬마을의 아름다움을 “별리”라는 시로 표현했다. 무섬자료전시관 앞에는 이 “별리” 시비가 세워져 있다. 또한, 무섬마을을 방문했다면 일제 강점기 이 마을의 뜻있는 젊은이들이 의기투합하여 문맹 퇴치, 민족교육, 민족정신 고양 등을 목적으로 설립하여 지역 독립운동의 구심체 역할을 한 ”아도서숙“도 찾아보자. 이곳에서 옛 선현들의 자주 독립정신을 되새겨보는 것도 뜻깊은 무섬마을 여행이 될 것이다.
무섬마을 100배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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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섬마을을 방문하였다면 먼저 내성천이 물도리를 이루는 방향으로 설치된 S자형 외나무다리를 건너보자. 길이 150m, 폭 30cm인 다리를 걸으면서 반짝이는 은빛 물결 속 송사리 떼를 찾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다. 다리를 건너다 마주 오는 이를 만날 땐 비껴다리에서 잠시 쉬어가도 좋겠다. 말하자면 일종의 갓길이요 배려의 장소이다. 한여름 무섬마을을 찾는 트래블피플들은 내성천이 흐르는 넓은 백사장에서 펼쳐지는 블루스뮤직페스티벌에 참가해보자. 한국 전통음악의 혼과 많이 닮은 블루스 뮤직의 선율이, 100년 넘은 고택의 담장과 굽이돌아 흐르는 강물에 반사되며 트래블피플의 마음속에 깊은 울림으로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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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곱게 물드는 가을이 오면 무섬둘레 길은 코스모스가 피어나며 외나무다리축제가 막을 올린다. 전통 혼례식, 사또 행차, 말 타고 장가가기, 상여 행렬 등 외나무다리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펼쳐지는 다채로운 행사를 구경할 수 있다. 또한, 자전거를 타고 귓가에 흐르는 가을바람을 맞는 코스모스 길 달리기도 색다른 추억으로 다가올 것이다. 무료 자전거 대여소가 운영 중이니 참고해도 좋겠다. 자전거를 타고 마을 한 바퀴를 돌다 이마에 땀이 맺힐 즈음이면 무섬자료전시관을 둘러보자.
외나무다리를 건너고, 백사장에서 송사리 떼를 찾아 헤메다 보면 배가 슬슬 고파 올 것이다. 여행하면서 빠질 수 없는 맛난 음식을 찾아 무섬골동반, 선비정식 등 전통 먹거리를 즐기는 것도 빼놓지 말자. 마을에서 직접 정성으로 가꾼 식재료로 만든 골동반은 비빔밥의 한자어로 문헌 <시의전서>에 한자로 골동반(骨董飯)이라 쓰고 한글로 부뷤밥이라 적은 기록이 있다.
금모래 빛 백사장과 외나무다리, 그리고 다리 밑으로 흐르는 내성천 맑은 물과 함께 고택이 즐비한 무섬마을을 찾아왔다면, 묵향 그윽한 선비의 산수화 한 점을 감상한 것과 같아요!
글 트래블투데이 지역 주재기자 안중열
발행2017년 11월 14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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