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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철 메밀꽃이 필까, 이효석 문화마을


봉평면 창동리 물레방앗간을 기웃거린다. 도란도란 허생원이 성씨 처녀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 같다. 이효석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된 평창군 봉평면은 9월이 되면 메밀꽃 향기에 코가 아리다. 그러나 문학에서 시작된 향기가 어찌 코끝에만 머물까. 이효석 문화마을을 돌아보는 내내 머릿속으로부터, 마음속으로부터 메밀꽃 향기가 퍼져 나오니 문학을 사랑한다면 평창을 찾지 않을 수 없겠다. 

                    
                

가산 이효석, 그의 기억에 남은 풍경 속으로

  • 봉평의 메밀밭은 작가의 기억 속에 남은 풍경의 가장 아름다운 것들 중 하나이리라.

가산 이효석. 순수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인 그는 봉평면 창동리 남안동에서 태어났다. 삼십 대 중반의 젊은 나이로 요절하였으니 평창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것은 아니다. 삶의 상당한 부분이 가난했고, 부인과 어린아이를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작가 또한 뇌막염으로 숨지고 말았으니 그의 삶이 ‘소설처럼’ 아름다웠다 할 수도 없겠다. 

평창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자랐기 때문일까, 남달랐던 그의 감수성은 주옥같은 작품들의 탄생을 가능케 했다. 그리고 다른 모든 작가들이 그러하듯, 그의 소설 속에도 종종 그의 삶의 장면들이 드러난다. 그중에서도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인 <메밀꽃 필 무렵>에는 이효석 작가가 보았던 평창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들이 아낌없이 들어 있으니 여행을 사랑하는 트래블피플이라면 작가의 손을 빌려 전해진 평창의 풍경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도록 하자. 작가가 그리워했을 풍경, 작가의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있을 풍경이 어떤 것인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작가의 눈으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기회, 그리 흔한 것은 아니니 말이다. 

 

이효석의 발자취 가득한 이효석 문화마을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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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레방아, 메밀꽃 사이로 산 따라 오르는 길, 그리고 자그마한 당나귀. 이효석 문화마을에서 만나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이효석 문화마을에 들어서기 전에는 <메밀꽃 필 무렵>을 한 번 더 읽어보는 것이 좋다. ‘효석문화마을’이라고도 줄여 이르는 이효석 문화마을은 이효석 작가와 관련된 볼거리가 가득한 곳이기도 하나, 소설 속의 장면들이 생생히 살아 숨 쉬는 곳이기도 하다. 

가산공원을 지나 충주 집 앞에서는 전통 먹거리 장터를 만날 수 있고, 홍정천을 건너가면 메밀밭 가득한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오르막길을 따라 눈에 들어오는 것은 물레방앗간과 이효석문학관, 이효석문학비, 복원된 이효석의 생가와 본래 이효석의 생가가 위치해 있던 생가터, 그리고 효석 문학 숲 공원. 이효석 생가 근처에 묶인 당나귀들까지를 마주하고 있노라면 앞서 인용한 소설의 문장들이 더욱 생생히 살아날 것. 긴 산허리에 걸린 길, 소금을 뿌린 듯, 달빛을 머금은 듯 메밀꽃이 빛난다. 풍경 하나하나를 마주할 때마다 소설 속의 장면들이 천천히 되살아나니, 이효석 문화마을을 걷는 걸음 또한 따라 느려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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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석 문학관에서는 작가의 삶과 작품 세계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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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석 문화마을에는 두 개의 '이효석 생가'가 있다. 하나는 본래 생가가 있던 곳, 다른 하나는 복원된 생가.

풍경으로 마주하기에도 좋은 이효석 문화마을이나, 문학이나 이효석 작가 자체에 관심을 두고 있는 트래블피플이라면 이효석문학관과 이효석 생가를 찬찬히 둘러보도록 하자. 이효석문학관에서는 이효석의 삶과 문학세계에 대한 식견을 넓힐 수 있겠고, 이효석 생가에서는 작가가 아닌 평창의 시골 마을에서 나고 자란 한 사람으로서의 이효석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겠다. 소담스러운 초가지붕, 그 아래 걸려 있는 농기구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라면 심심찮게 볼 수 있을 풍경들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효석 작가 어느 시절에는 까무잡잡한 얼굴을 한 시골 소년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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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문화마을에 메밀밭이 가득하기 때문일까요? 이효석 문화마을 인근에는 맛난 메밀 음식 전문점들이 있으니, 평창의 메밀 맛을 보는 것도 잊지 마세요!

트래블투데이 심성자 취재기자

발행2021년 11월 10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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