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추운 계절에 길을 나선다는 것, 무모하다 싶을지도 모른다. 산도 숲도 들판도, 보이는 건 죄다 삭막하다. 그러나 천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자연의 일부가 된 산사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날씨 서늘한 어느 날, 경북 청도의 운문사를 찾았다.
삼국유사의 지혜가 피어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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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사(雲門寺). 신라 시대 진평왕 때 창건되어 고려 시대 일연스님이 삼국유사를 집필한 장소이기도 하다. 신라의 원광법사가 화랑들에게 세속오계를 전수하기도 한 천년 고찰로, 지금은 200여 명의 비구니 스님들이 공부하는 승가대학으로도 운영되고 있다.
법당은 물론 각기 다른 무늬의 형태의 담과 탑, 비질 자국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마당, 사람이 만든 건축물에 자연이 스며든 듯한 자연스러움에 여 수도승 특유의 정갈함이 배어 있는 운문사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 하나하나가 꽃이요, 나무다. 천년고찰의 꽃과 나무는 한겨울에도 시들지 않고 한 폭의 수묵화처럼 은은하게 감성을 자극한다. 이는 곧 필자가 한겨울 여행지로 운문사를 택한 이유다.
절집으로 향하는 길이 대개 그렇듯 운문사 오솔길도 제법 운치 있다. 못생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잘생긴 것도 아닌 소나무 숲길. 1km, 10여 분간 이 길을 걸으면 참선을 한 듯 몸과 마음도 개운해진다. 운문사의 자랑이기도 한 솔바람길, 이 길을 걷지 않고 차로 지나치는 사람은 ‘왠지 손해 봤다’라는 기분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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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내로 들어서면 처진 소나무가 빈 절을 가득 채우고 있다. 모든 가지가 땅을 향해 내리뻗은 모습이 마치 온몸으로 기도를 올리는 오체투지를 보는 듯하다. 매년 열두 말의 막걸리를 받아 마시는 이 소나무는 나라 안에서 가장 크다. 나이는 약 400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있는 운문사의 보물이자 자랑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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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건축물에 대한 안목이 없어도 천년고찰에 들어서면 절집이 주는 묘한 아우라가 느껴진다. 부처의 장엄한 빛이 스며든 듯한 화려한 단청,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고풍스러운 건물, 꽃도 단풍도 없지만 그 아름다운 조화 앞에서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여기에다 아침저녁으로 먼 산봉우리까지 메아리치는 여 수도승들의 예불 소리를 들으면 절로 마음이 경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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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교를 건너 스님들의 수행공간으로 가는 길. 길 없는 길인가. 탐, 진, 치의 삼독에 빠진 중생들은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진다. 다리 밑으로는 청정 옥수가 흐르는 계곡이다. 맑은 계류에 몸을 씻고 나면 저 문이 열릴까.
운문사와 함께 찾아야 할 명소, 북대암
경내에서 마주한 산을 바라보면 암봉 아래로 건물이 보인다. 운문사의 사내 암자인 북대암이다. 북대암 역시 운문사와 함께 꼭 찾아야 할 명소다. 수려한 암봉 밑에 터를 잡고 있어 기품이 대단한 데다 경내도 맑고 청신한 기운이 가득하다. 암자가 지녀야 할 기품과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소나무 숲길이 끝나는 운문사 입구에서 급경사, 급커브길의 시멘트 포장도로로 연결돼 있다. 걸어가든, 차로 오르든 둘 다 결코 만만치 않다. 걸어서는 30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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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경우에는 반은 차로, 반은 걸어서 올라갔다. 경내로 들어서니 홍시와 연양갱이 놓여 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나 할까. 절집의 배려가 참으로 따뜻하게 다가왔다.
운문사 일주문으로 향하는 솔바람길을 거닐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산사에서 무색무취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남다른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글 트래블투데이 지역 주재기자 양창현
발행2018년 02월 27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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