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겨울을 나는 철새 중 대표적인 것으로 가창오리를 들 수 있다. 가창오리는 국재자연보호연맹의 취약종으로 등록되어 전세계적으로 보호받는 희귀조 중 하나다. 심지어 전세계 가창오리의 90%가 한국에서 겨울을 버틴다니 한국에서의 생태계 유지가 실로 종 보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셈. 이런 가창오리가 모여들어 겨울을 나는 장소로 해남의 고천암이 있다. 드넓은 갈대숲과 오염되지 않은 물가가 있어 먹이를 구하기도 쉽고 겨울에도 온난한 기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 고천암에서 철을 잘 맞추면 철새들의 웅장한 군무를 볼 수 있다. 이른바 고천후조다. 해남의 신관광 8경 중 하나로 지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 위협적이지 않되 압도적인 정경을 자랑하는 해남의 대표 명소다.
압도적인 군무를 보여주는 해남 고천암 일대
고천암에 들르면 가창오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아름다움으로 유명한 가창오리, 해남군을 찾다.
가창오리. 이름이 다소 특이하다. 푸른 등을 가진 오리라는 뜻의 청등에서 변화된 청둥오리, 몸이 까맣기 때문에 가마괴라고 불리다가 점차 변화된 까마귀처럼 그 유래를 쉽게 알 수 있는 이름이 아니다. 가창력이 좋아서 가창오리인가 생각해봐도 수컷은 ‘코로, 코로’ 하고 암컷은 ‘괏, 괏’ 하며 운다니 정답에서도 저만치 멀어진 가설이다. 새박사 윤무부 교수는 가창오리 수컷에게 나있는 무늬가 유리처럼 아름답다 하여 가창오리라 한다고 밝혔으나 그 당시의 문헌에서 기록을 찾아볼 수 없어 여전히 그 유래가 분분하다. 혹자는 길가에서 손님을 끄는 창기처럼 화려하게 꾸몄다 해서 가창오리라고 부른다지만 이 역시 별다른 문헌자료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일본과 중국의 이름을 고려해 보면 가창오리가 수컷이 지닌 태극문양의 아름다움에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일본명인 도모에가모(巴鴨)의 도모에는 밖으로 소용돌이치는 문양을 뜻하고 중국명인 화롄야(花臉鴨)는 꽃같은 뺨을 가지고 있는 오리라는 뜻이니 실로 수긍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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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에도 철새의 모습을 담으려는 사람들은 꾸준히 고천암을 찾는다.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가창오리지만 살아남기가 녹록하지는 않았다. 아름다운 외모와 맛있는 고기로 인해 밀렵도 많이 당했지만 그 이상으로 환경오염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가 영향을 많이 미쳤다. 그렇게 꾸준히 개체수가 줄어가는 가창오리가 겨울에 한국에서 몸을 쉬는 곳이 있으니, 바로 고천암에 드넓게 펼쳐진 갈대숲이다. 이를 일컫는 말이 고천후조, 고천암의 고천과 철새의 한자어인 후조를 합성한 말이다. 1998년 방조제가 완공되면서 호수와 넓은 간척지가 생겨 오늘날의 비옥한 땅으로 거듭났다. 호수에 갈대밭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철새들이 몰려들었고, 특히 매년 1월과 2월 사이에 한국에서 겨울을 나는 가창오리의 90 퍼센트가 이곳으로 몰려들어 철새도래지로 명성이 높았다. 현재도 철새도래지의 이름은 여전하지만 그 내용물은 조금 다르다. 바로 85년부터 방조제를 쌓고 논을 만드는 개답공사를 했기 때문이다. 하여 영산강 하굿둑의 영암호로 보금자리를 옮기며 철새들의 마지막 보루로 불렸던 고천암의 이름이 무색해졌던 것. 그러나 작년 12월에는 가창오리를 비롯한 30여만마리의 철새가 관찰되었다니 늦가을을 기대해 볼 일이다. 더욱이 2015년부터는 고천암 일대가 자연생태공원단지로 새롭게 변하기 위한 시설공사가 시작되어 철새 도래지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고천암의 매력은 철새만이 아냐
물가에서 잘 자라는 갈대는 고천암호에 한층 운치를 드리운다.
설령 철새들이 모여드는 겨울에 가지 않는대도 고천암 일대는 여전히 매력적인 곳이다. 방조제를 따라 끝이 안 보일 정도로 이어지는 농경지와 염전들은, 우리나라가 산악지형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야를 압도하는 지평선을 만든다. 낙조가 시작될 무렵 갈대를 배경으로 장관을 담기 위한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도 듣는 이라고는 가끔 지나가는 철새들이 전부인 고즈넉함이 고천암 방조제 일대의 매력이다. 180만 미터 제곱(55만평) 규모의 갈대군락지의 아름다움은 국내 영상산업 분야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영화 <서편제> <살인의 추억> <청풍명월> <바람의 파이터> 등을 비롯해 새털처럼 많은 드라마와 CF가 촬영됐다. 해남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다.
한편 이 지명에 대한 유래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고천암이라는 한자를 풀어보면 창고 천개가 들어갈만한 바위라는 뜻이다. 그러나 바다를 막기 전에는 그저 해남 귀퉁이에 붙은 커다란 바위였을 뿐이니 그 당시 사람들도 과장이 심하다 생각했을 법 하다. 그러나 그 주변의 물길을 막고 커다란 개간지를 조성해 실제로 창고 천개를 메울만한 쌀을 만들고 있으니 이제야 그 이름이 맞아떨어졌다고 할 수밖에. 광대한 지대와 함께 생겨난 고천암호에서 만나는 일출과 일몰도 좋은 구경거리니 되도록 이른 아침이나 낙조가 질 때 찾기를 권한다.
광할한 갈대밭의 가창오리 떼를 만날 수있는 고천암으로 떠나는 해남군! 이 곳에서는 자연보호를 철저히 해주세요!
글 트래블투데이 심성자 취재기자
발행2022년 01월 01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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