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로 유명한 고장 청송이 미술관으로도 유명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되는 즈음, 청송의 야송미술관을 방문하면 완연한 계절의 느낌을 제대로 느껴 볼 수 있다. 고독을 즐기고 싶은 나 홀로 배낭여행객이든 가족과 함께 추억을 쌓고 싶은 가족 단위 관광객이든 누구나 환영한다. 청송야송미술관에서 멋진 갤러리 탐험가가 되어 한국의 화풍을 운치 있게 관람해보자.
이원좌 화백과 청량대운도
청송야송미술관은 지역출신 한국화가로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지낸 야송 이원좌 화백이 소장하고 있던 한국화 및 도예작품 등 350점, 국내외 유명 화가와 조각가들의 작품 50여 점, 미술 관련 서적 1만여 점을 기증받았다. 이어 신촌초등학교를 현대식 미술관으로 단장하고 2005년에 개관한 것이 현재까지 이르렀다.
야송 이원좌 화백은 초대형작인 ‘청량대운도’로 널리 알려진 작가이다. 야송연대산수화전, 현대작가 초대전, 서울정도 600년 야송화전 등 다양한 전시활동을 하고 있으며 의제 허백련미술상 심사위원 등을 역임한, 그야말로 한국화단을 대표하는 화가이다. 이원좌 화백이 그린 ‘청량대운도’는 봉화군에 있는 청량산을 배경으로 한 실경산수화이다. ‘서울 천도 600주년(1994년)을 기념해 1992년 4월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약 180일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다. 당시 한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초대형 작품으로 평가됐지만, 작품 크기 때문에 변변한 전시조차 못 한 채 20년 넘게 수장고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청송야송미술관에서는 2013년 청량대운도전시관 개관식을 열며 처음으로 주민들에게 청량대운도를 공개했다. 작품 크기가 가로 46m, 세로 7m로 초거대작인 청량대운도를, 주민들은 그림으로부터 한두 발짝 물러서서 전체를 살피며 감상했다. 한 주민은 산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처럼 실감이 난다며 감상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청량대운도를 보기 위해 청송에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청량대운도는 청송야송미술관의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검은 먹이 선사하는 감동, 한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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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대운도 이외에도 청송야송미술관에는 뛰어난 한국화 작품이 많다. 울퉁불퉁하게 여기저기 우뚝 솟은 산이 그려진 한국화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당장 산으로 달려가고 싶어진다. 먹으로 세심하게 그려진 한국화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먹 냄새가 콧속으로 스미는 느낌이 든다. 묵직하면서도 아름다운 그림은 마음속에 깊이 박혀 계속해서 생각이 난다. 검은 선으로 메워지지 않은 흰 여백은 감상에 있어 여유를 느끼게 해준다. 여백을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림 속으로 빠져들 것만 같기도 하다.
어릴 적 미술 시간에 먹으로 그림을 그려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굵기가 일정치 않은 붓으로 굵은 선부터 얇게 곧은 선까지 표현하기가 얼마나 까다로운가를. 청송야송미술관에 있는 작품들이 완성되기까지 작가의 얼마나 많은 고민과 붓 터치의 시간이 작용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긴 시간 동안 천천히 갈아낸 먹으로 그린 한국화는 관객과 마주했을 때서야 진정한 진가를 발휘한다. 관객들에게 긴 인고의 시간이 그대로 전달되기만 한다면, 그림의 존재가치는 그 자체로 의미가 깊어질 것이다.
산 그림이 그려진 한국화뿐만 아니라 꽃과 나무가 하나씩 그려진 한국화도 감상의 깊이를 더해준다. 특히 꽃이 그려진 그림에는 빨강 혹은 노란색이 덧입혀져, 검은색과 흰색이 주를 이루는 한국화에 예쁜 색감의 미를 더해준다. 색을 입은 꽃과 나무를 보고 있으면 갤러리 안에도 가을이 풍성하게 들어앉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가을 단풍이 밖에 살아있는 나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벽면에 걸린 작품에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벽면을 아름답게 수놓은 한국화 작품을 통해 또 다른 가을을 느껴볼 수 있으니 금상첨화이다.
미술관의 또 다른 즐거움, 조각 작품과 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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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야송미술관에 있는 조각가들의 작품도 자랑거리다. 흉상부터 가부좌를 튼 사람 모양까지 다양한 사람의 형상을 한 조각들이 창가에 전시되어 있다. 흙으로 빚어진 듯 대다수의 작품이 갈색빛을 띠어 영롱한 느낌을 들게 한다. 표정과 머리, 옷깃 하나까지 세심하게 조각된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경이로움마저 느껴진다. 서양의 미켈란젤로 못지않게 한국의 조각가들도 뛰어난 손재주를 자랑했음에, 한국인으로서 괜히 으쓱해지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조각을 다듬었던 작가들의 숨결이 느껴져, 그 거룩한 마음에 침묵의 감사 기도를 올려야 할 것 같은 기분도 든다.
한국화와 조각들을 모두 둘러보았다면 마지막으로는 미술 관련 서적을 보러 가 보자. 1만여 점의 미술 관련 서적이 미술관 내부에 자리하고 있다. 갤러리에 와서 책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실감할 수 있다. 미술 관련 서적을 통해 한국화란 무엇인지 조금 더 깊이 알아보고, 조각의 역사는 어떻게 되는지 알아가도 재미있다. 책을 통해 한층 더 심고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으니 이보다 더 기쁜 일이 또 있을까. 지식인이 된 듯 우쭐한 기분과 함께 책을 뒤적이며 미술의 세계로 빠져보자. 책을 통해 그림을 알아갈 수 있는 미술관은 청송야송미술관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화부터 조각, 서적까지 다양한 볼거리와 풍성한 감상 작품들을 가지고 있는 청송야송미술관. 청송에 가서 사과만 먹고 오지 말고, 미술관에도 들러 지식과 감성을 채워오면 더없이 좋겠다. 배낭에 미술 관련 서적을 챙겨가 미술관에 있는 책과 비교도 해보고, 직접 그린 한국화를 챙겨가 비교해 봐도 좋겠다. 또는 미술관에 서서 그림을 보며 연습장에 따라 그려보는 재미도 있겠다. 청송야송미술관에서는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본, 미술가나 조각가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마음이 움직인다면, 어서 청송야송미술관으로 떠날 채비를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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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트래블투데이 황태희 취재기자
발행2017년 01월 06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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