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미거나 딸린 것이 없는’, ‘그것이 없음’ 또는 ‘그것이 없는 것’의 뜻을 나타내는 접사인 ‘민-’은 우리가 평소 쓰는 말인 ‘민낯’, ‘민소매’에서 심심치 않게 봐왔을 것. 맨얼굴을 뜻하는 ‘민낯’처럼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지는 ‘민-’은 강원도 정선에 자리한 민둥산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이름 그대로 마치 벌거벗은 양 초록 나무 대신 억새로 가득한 이곳 민둥산에서 가을축제 하나가 열린다니 어떤 축제일지 그 현장 속으로 떠나보자.
나무 대신 참억새로 가득 찬 민둥산
강원도 정선군의 남면과 화암면에 걸쳐 있는 산인 민둥산은 나무 대신 참억새가 가득 들어서 있다. 억새도 그냥 억새가 아닌 그야말로 온통 억새 천지, 억새밭이다. 능선을 따라 드넓게 펼쳐진 억새의 장관은 10월 중순에서 11월 초순까지 이어진다.
그렇다면 이곳 민둥산은 왜 나무 대신 억새들로 가득 차게 된 것일까. 재미난 이야기가 몇 전해오는데 그중 하나는 옛날에 하늘에서 내려온 말 한 마리가 주인을 찾아 산 이곳저곳을 헤맸단다. 이후 주인을 향한 말의 애타는 마음을 하늘도 알았는지 그 이후로 이곳에는 나무 대신 참억새로 가득 차게 되었다고, 다른 하나는 이곳에 산나물이 많이 나게 하려고 매년마다 불을 질러 그리되었다고도 한다.
이유야 어찌 됐든 이곳의 아름다움은 가을이 되면 절정을 이룬다. 웬만한 시골에 가도 보기 힘든 억새 군락을 실컷 감상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장관인가. 정상에 다다르기까지 30여 분 동안은 억새가 워낙 무성해 마치 정글 속 밀림에 온 것처럼 억새 하나하나를 헤쳐 가며 산을 올라야 한다.
그렇다고 이곳에 정말 나무 한 그루도 없을까? 아니다. 산 7부 능선에 해당하는 부분까지는 각종 수목이 우거져 있다. 대신 산 정상 일대가 참억새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 산 정상까지 오르는 길이 잘 정비되어 있는 데다 경사로가 완만한 편이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오르내릴 수 있다, 특히, 가을이 되면 산 전체가 황금빛 물결로 일렁이는 경관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니 이곳의 매력은 아무래도 억새가 피어나 군락을 이루며 가을바람에 일렁일 때가 아닐까.
가을이 성큼, 우리 앞에 온 순간! 민둥산억새꽃축제
요즘은 계절이 어떻게 왔나 싶을 정도로 급작스레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찾아온다. 이 말은 곧, 봄에서 여름, 여름에서 가을이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를 만큼 계절의 변화가 급변한다는 뜻이다. 그래도 봄이면 벚꽃이, 여름이면 쨍쨍한 햇빛이, 가을이면 울긋불긋 단풍으로 계절의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비단 단풍만이 가을의 주인공은 아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황금빛 바다 같은 억새를 통해서도 우리는 가을의 존재를 확인한다.
국내 5대 억새 군락지로 손꼽히는 민둥산은 이를 기념하여 매년 가을마다 억새꽃축제를 개최한다. 축제이기는 하나 특별히 거창하거나 화려하지는 않다. 그저 억새밭으로 가득 찬 물결에 둘러싸여 주변 경관을 감상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뿐.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경관이 아니니 더욱 귀하고 아름답다. 정상까지 오르는 길 곳곳에서 황금빛 억새밭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남기려는 사람들의 모습과 빛나는 억새의 물결이 장관을 이루니 그저 감탄사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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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축제는 9월 21일부터 11월 4일까지 이어질 예정. 전보다 훨씬 풍성해진 억새 군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산신제를 시작으로 정선아리랑 공연, 풍물놀이, 가요제가 차례로 열릴 예정이며 해마다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민둥산 등반대회, 달집태우기 체험, 토속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기회도 있으니 참고하자.
다가오는 가을, 홀로 혹은 다른 이와의 여행을 계획한다면 진정한 가을의 멋을 느낄 수 있는 정선 민둥산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자. 한 걸음씩 뗄 때마다 억새밭의 반짝이는 모습에 빠져들며 그 어떤 순간보다 아름답고 낭만적인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민둥산의 억새밭 장관과 더불어 저물어가는 해의 모습은 이곳만의 특별한 아름다움이랍니다! 민둥산억새꽃축제로 다가오는 가을을 만끽해 보세요!
글 트래블투데이 홍성규 취재기자
발행2018년 09월 05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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