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신들이 사는 마을

전북 임실군 삼계면의 박사마을은 현재 전국의 면 단위로는 최고로 많은 숫자인 165명의 박사가 배출된 마을로 유명하다. 이에 임실군은 세심리에 박사마을의 이야기와 문화를 담은 박사골체험관을 건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네모난 박사모를 쓰고 있는 체험관은 이곳을 들어갈 때 마치 박사의 머릿속을 살펴보러 들어가는 듯 재미난 기분이 들게 한다. 박사골체험관에 들어가기에 앞서 우리의 시선을 잡아끄는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입구에서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박사 모습의 조각상이 바로 그것이다. 박사모를 쓰고 한손에는 책을 들고 있는 조각상은 마을 대부분 사람이 조각상의 모습과 같은 박사일 것이라는 생각에 체험관에 들어서기 전 다시 한 번 마을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박사골체험관에 들어가면 먼저 박사골에서 배출한 박사들의 사진과 간단한 이력을 비롯한 마을에 대한 전시물들이 소개되어 있다. 이렇게 작은 시골 마을에서 나라의 대단한 일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 이리도 많이 배출되었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다. 박사골체험관의 옆에는 박사골전시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선 박사골의 특산물과 마을의 정보에 대해 얻을 수 있으며 마을에서 배출된 박사들의 저서를 검색할 수 있다.
 
전시관에서 판매하는 마을의 특산물인 아로니아 잼, 구운 소금, 세심오이 등은 박사들이 마을에서 자라며 자주 먹던 것들이기에 박사 합격의 비밀이 여기에 숨겨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박사골 합격엿은 이 엿을 먹고 마을의 박사들이 시험에 붙었다고 알려지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상품이다. 왠지 이 엿을 먹으면 어떤 시험이라도 합격할 것만 같은 자신감이 가득 차오르는 느낌이다.

 

박사골은 우리에게 낯선 마을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TV와 신문 등 언론에 소개되었고 전북 임실에서도 손 꼽히도록 많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뉴스 매체부터 연예오락 프로그램, 생활정보 프로그램 등에서 해마다 빠짐없이 박사골을 조명하고 있다. 2012년에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중화권에서 더욱 유명한 故허세욱 박사의 문학비가 건립되기도 했다. 외국인 박사학위 취득을 불허하던 대만에서 최초로 인정한 외국인 박사가 고인이다. 고인은 우리나라 고전 문학 뿐 아니라 중국고대문학사, 중국현대문학사 등에 큰 발자취를 남긴 공로가 인정되어 고향인 임실에 문학비가 세워졌다.

또 박사골체험관에서는 가족, 친구와 함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마을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천연비누 만들기, 연 만들기, 나무공예, 머루 수확 및 와인 제조, 다슬기 잡기 체험, 텃밭 둘러보기 체험, 농촌체험을 비롯해 계절에 따라 썰매타기, 밤 줍기, 봄나물 채취 체험 등을 즐길 수 있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체험을 꼽는다면 강정 만들기 체험이다. 먼저 강정 만들기 체험은 준비된 밥산과 깨, 물엿, 설탕을 잘 섞어 밀대로 평평하게 밀어준 후 모양이 굳어지면 잘 굳혀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면 끝이 난다. 고운 분홍빛을 띠는 아로니아 가루를 함께 넣어주기 때문에 알록달록한 색의 강정은 보기에도 좋고 그 맛도 좋다.
 
아마도 예전부터 마을에서 살던 아이들이 자연과 어우러진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하며 건강하게 자라왔기 때문에 마침내 이러한 박사마을이라는 영예를 얻게 된 것 같다. 맑은 공기, 청정한 물, 수려한 자연경관과 함께 박사골체험관에서 휴식을 취한다면 박사의 꿈에 한결 가까워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