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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의 애정과 지혜로써 언양에 남다, 언양읍성


언양읍 서부리에 남은 삼국시대의 산성은 사적 제153호인 언양읍성이다. 약 1,000m의 둘레와 4만여㎡의 면적으로 현재 성곽의 일부가 남아 있지만, 과거엔 훨씬 더 웅장한 모습으로서 제 역할을 다했다. 삼국시대에 축조되어 조선 시대에 두 배 가까이 확장되고 다시 시간이 흐르며 허물어간 언양읍성은 과연 어떤 일을 해왔을까. 오래된 지난날을 품고 오늘날을 지내는 이곳에 한번 찾아가 본다.

                    
                

언양에서 벌어진 싸움을 상상하며

그 옛날 울주군 백성들의 안전을 담당한 군사기지, 언양읍성

한국의 대표적 성곽인 산성. 산성은 외적 침입을 대비하고 영토를 보존키 위한 군사방어시설로 지리적 요충지에 세워졌다. 그리하여 왕이 사는 수도를 둘러쌓은 게 도성이라면, 주민을 보호하는 목적에서 마을 주변에 쌓은 것이 읍성이다. 언양에 축조된 이 산성도 ‘언양읍성’이라 불리며 맡은 바 임무에 충실했다. 이곳의 성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끔 돌출된 부분을 볼 수 있다. ‘치(치성)’라 일컫는 이것은 적을 관찰하거나, 성 밑으로 다가오는 적을 격퇴하는데 쓰는 구조물이란다. 그래서 치 앞에 누각, 포를 설치하기도 했다니 괜히 그 자리에 서 보게 된다.
 
단순한 성벽이 아닌 군사시설임을 깨닫는데, 이런 거친 언양읍성에도 단짝이 있다고 한다. 같이 울주군에 위치한, 취서산의 단조성이 장본인. 이곳도 유사시 방어를 위한 산성이지만, 사실 신라 시대 이래로 울산에는 외적의 침입이 잦아서 조선 초 이들 방어기지가 지어졌다고 한다. 단조성과 함께 숱한 싸움을 벌였을 언양읍성을 상상하니, 지금 걷는 이 땅이 보통 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라를 사랑하고 지켜내겠단 이유로 흐른 수많은 피가 있었기에 지금 여기 서 있는 게 아니겠는가.

 

읍성 가운데서도 돋보이는 보존의 비결

성을 쌓는데 쓰는 보통의 방식을 따르지 않고 언양읍성은 저만의 방법을 택했다. 커다란 바위를 굴려 가며 면만 조금 다듬은 다음, 그 위로 다른 큰 돌을 얹고 빈틈이 생기는 사이마다 잔돌을 무수히 끼워 박은 것. 이는 제주도의 돌담을 만드는 방식과 비슷한데, 물론 돌담보다야 더 큼지막한 돌을 다룬 게 차이라면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벽을 쌓고 나면 그 이후로는 아무리 강력한 태풍이 몰아쳐도 견디는데, 이러한 견고함 덕에 지금의 석성이 비교적 좋은 상태로 보존된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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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서 보는 언양읍성. 성벽의 보존상태가 매우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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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성 안쪽에서는 관아시설이 아닌, 언양초등학교가 보인다.

고로 읍성 중에는 보존 상태를 따져서 손꼽히는 것이 낙안읍성, 고창읍성, 해미읍성, 남도석성 정도인데 언양읍성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경남 지역 읍성 중에선 단연 으뜸이라 할 수 있는데, 단지 안타까운 점은 성과 관련한 건물터가 없다는 것. 성벽 바깥은 대부분 논, 미나리꽝이며 안쪽엔 마을과 초등학교가 있을 따름이다. 읍성 내에 관아시설들이 있었음을 『조선왕조실록』과 동헌의 기록으로 미루어 아는데, 이곳의 언양객사와 언양현 관아 등은 지금 다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 다만 홀로 터를 지키는 성벽만이 외로워 보일 뿐이다.

 

옛 언양읍성을 떠올리며 둘러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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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길과 풀길을 따라가며 옛날 읍성의 정취를 느껴본다.

지금은 건재한 북쪽 성벽과 터만이 방문하는 이들을 맞고 있으나 그것도 옛날의 형태에 견주어 보면 극히 일부이다. 비상시를 제외한 평소에 성은 군사적 기능이 아니라 행정적 업무를 치르는 장소여서 내부에 여러 관공서가 있었다. 관아, 객사, 향교와 같은 시설이 자리했으며 우물과 연못은 필수였다. 그래서 업무차 행차하는 관리와 유학을 공부하려는 생도들이 오가며 이곳에 들렀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싸움이 없는 것과 동시에 건축물도, 백성들도 뵈지 않는 고요한 곳이 되었다. 한적한 읍성을 돌담 따라 거닐며 옛날을 되짚어본다.
 
걷다 보면 성의 특이점을 또 하나 발견한다. 각각 흙과 돌로 축조한 토성과 석성 부분이 나뉜다는 것이다. 전자의 토성은 삼국시대에 건립된 것이며, 이후 조선 시대에 들어와 연산군 재위 시기에 이르러 석성이 개축되었다고 한다. 규모가 확장되며 심지어는 우물도 전에 비해 하나 더 늘은 세 군데가 되었는데, 물론 지금은 우물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여러모로 많이 변한 오늘날, 옛날에 비하면 좀 허물어진 채라도 굳건히 자릴 지키는 언양읍성을 보면 깨닫는 바가 있다. 바로 외적에게서 후대를 지킨 조상의 나라와 백성에 대한 애정, 그리고 지혜이다. 이는 언양의 한적한 풍경을 길동무 삼아 읍성을 다시 한번 돌아볼 계기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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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양 시외버스정류장에서 도보로 충분히 갈 수 있는 언양읍성, 울주군의 언양읍을 찾았다면 꼭 한 번 가 보아야 하는 곳이겠죠?

트래블투데이 최고은 취재기자

발행2017년 07월 22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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