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쯤 청운사에 가면 사찰을 가득 메우는 그윽한 꽃향기가 느껴진다. 바로 넓은 연못 위, 커다란 눈송이가 내려앉은 것 마냥 탐스러운 백련이 내뿜는 숨결이다. 무더운 여름날, 맑고 고결한 아름다움을 피워내는 청운사의 백련을 보게 된다면, 그 아름다움을 얻기까지 탁하고 어두운 진흙 속에서 얼마나 오랜 인고의 시간을 보내왔을까 생각이 든다. 하얗게 피어난 연꽃이 여름밤의 산사를 훤히 밝혀주는 것처럼. 이곳을 찾는 이들의 마음은 환하게 빛날 것이다.
소담스런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가 보천 스님이 단칸의 초가집을 짓고 주석한 것에서 시작된 청운사는 샘물이 좋기로 소문나며 널리 알려졌다. 어딘가 다른 사찰들에 비해 아담하고 수수한 느낌이 드는 이곳. 그도 그럴 것이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볼 수 있는 무량광전은 부석사의 무량수전을 절반 정도의 크기로 축소해서 지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다른 사찰에서는 느낄 수 없던 소박하고 정겨운 맛, 그 속에서도 느낄 수 있는 장엄한 기운은 마음에 평안한 여유를 안겨준다.
이외에도 청운사는 세련되고 감각적인 느낌이 가득하다. 이는 사찰의 벽에 그려진 다채로운 탱화들이 전해주는 느낌이다. 이곳의 주지 스님인 도원스님은 백련 꽃을 아름답게 그려낼 줄 아는 탱화장이라는 인간문화재이다. 청운사에 가면 도야하는 마음으로 쉬지 않고 탱화를 그리는 탱화장 스님을 꼭 한번 뵙길 바란다. 연못에서 보았던 연꽃이 스님의 손끝에서 한 송이 꽃으로 다시 태어날 때 환희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목탁을 두드려 불경을 외는 스님이 아닌, 그림을 그리는 스님을 만날 수 있는 이곳은 어디서든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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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청운사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이곳에 보관되어 있는 매우 귀중한 문화재인 대혜보각선사서 때문이다. 중국 남송의 고승, 보각선사가 40여 년 동안 설법한 내용을 모아 하나의 책으로 발간한 대혜보각선사서는 고려 보조국사 지눌이 이 장서를 보고 이치를 깨달았다고 전해지며, 현재 승가대학의 교과서로 이용되고 있기도 하다. 이와 더불어 옹기들이 옹기종기 모여 조성되어 있는 불상들과 오두막처럼 생긴 곳에 들어가 속에 묵어있던 말을 내뱉을 수 있는 하소연 하는 곳 등 재미있는 설치물들이 이곳저곳에 마련되어 있어 고즈넉한 사찰에 활기를 부여하고 있다.
백련과 문학의 미가 어우러진 한마당
청운사에는 ‘새우가 알을 품고 있는 모습과 비슷한 소나무 숲에 백련 연못이 여러 개 인접하고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의 하소백련지가 있다. 다랑이 논처럼 계단식으로 형성되어 있는 하소백련지는 그 이름처럼 실제로 연못의 형태가 새우등처럼 휘어져 보인다. 다른 곳과는 달리 순수한 청백색을 띠는 백련들이 만발하기에 더욱 고명한 이곳은 10여 년 전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인취사의 혜님 승려에게 백련을 분양받아 재배하기 시작하여 마침내 오늘날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되었다.
열과 성을 다해 정성껏 연을 가꿔온 주민들과 스님들의 땀방울 덕에 청운사의 여름이 오면 활짝 핀 백련을 볼 수가 있다. 이는 이윽고 조용했던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하소백련축제로 이어졌으며 많은 사람이 백련의 아름다움을 보고 들을 수 있는 장이 되었다. 6월 말에서 8월 말까지 꽃을 피우는 연꽃은 7월 10일경부터 8월 초까지가 절정기라고 할 수 있다. 축제 때 방문하면 활짝 핀 백련의 청초한 자태와 함께 다채로운 공연과 행사 등을 즐길 수 있다.
하소백련축제는 남사당줄타기, 시낭송, 클래식 공연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준비되어 있어 축제를 찾는 이들에게 다채로운 만족감을 채워준다. 또한, 다른 연보다 향과 맛이 더욱 깊은 백련으로 만든 연자반, 연칼국수, 연잎차 등 연꽃을 이용한 별미들을 맛볼 수 있어 오감을 모두 충족시켜주는 축제라 할 수 있다. 초록 연잎 위에 놓인 흰 연꽃이 문학작품과 함께 어우러지는 청운사는 보는 즐거움뿐 아니라 마음의 풍요로움을 싹트게 할 것이다.
무더운 여름, 백련의 찬란한 빛과 색에 젖어보아요. 우리 삶에 순백의 에너지가 되어줄 거예요.
글 트래블투데이 홍성규 취재기자
발행2018년 07월 03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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