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되 영원한 멈춤은 없는 여주보

‘보’는 농경지에 물을 대기 위해 물길을 막는 소규모의 수시시설을 일컫는 말이다. 경기도 여주시 남한강에 있는 여주보는 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큰 규모라고 할 수 있다. 2, 3m 높이를 자랑하는 12기의 수문들로 구성되어 남한강의 물을 가두었다가 풀기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주보는 2011년 10월 15일 개방되었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시행된 4대강 정비 사업으로 자전거길이 놓이게 되었다. 그래서 자가용이 없어도 자전거로 충분히 여주보에 갈 수가 있다.
 
여주보에는 강의 물고기가 드나들 수 있도록 완만한 경사의 자연형 어도와 가파른 경사의 기계식 어도가 함께 설치되어 있다. 여주보 전체를 보면 분명 물이 흐르는 것을 막고 있는데, 한쪽의 자연형 어도에서는 물고기들을 위한 물이 흐르고 있다. 이 모습은 마치 달리다 지쳐 쓰러진 우리가 이제 그만둘 거라 소리치면서도 마음 한 편에서는 다시 달려야 함을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경기도 여주시 능서면 왕대리에는 한글을 창제, 반포한 세종대왕의 능이 있다. 때문에 여주보의 상단은 세종대왕의 해시계와 물시계를 형상화하였다. 또한 여주보의 초입에는 훈민정음의 언해 부분이 새겨져 있다. 트래블피플 중 몇몇은 SBS 드라마 ‘뿌리깊은나무’를 본적이 있을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신하들의 반대에 지쳐 한글 창제를 그만두고 싶어 하다가도 백성들을 위해 다시 일어서는 세종대왕의 모습이 나온다. 물론 실제 세종대왕의 모습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과거의 세종대왕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한편 여주보에 새겨진 훈민정음의 언해가 현대의 시설인 여주보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과 동시에 어색함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그 언해에 새겨져 있는 모습 그대로를 만들고, 반포하기 위해서 달리다가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했을 세종대왕을 생각하면 여주보와 훈민정음의 조합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힘이 들 때 내게 기대, 여주보홍보관 

여주보 근처에는 여주보홍보관이 있다. 홍보관에는 4대강 사업으로 공사가 시작되기 이전의 모습부터 이후의 모습까지 모든 이야기를 사진과 모형들로 상세히 설명해 놓았다. 그리고 홍보관 옆에는 여주보의 명물인 전망 타워가 설치되어 있어 여주보를 위에서 바라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위의 경치까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서울에서 한강 자전거길을 따라오면 도착할 수 있는 경기도 여주의 여주보는 지쳐있는 트래블피플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일으켜 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친 트래블피플이나 지인이 옆에 있다면 한 번쯤 자전거를 타고 무작정 페달을 밟아 가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