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찰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시간

대구중부경찰서에는 일반 경찰서와 다른 이색적인 볼거리가 있다. 관광지도 아닌 경찰서에서 무슨 볼거리가 있겠나 싶겠지만 1,2층에 걸친 경찰역사체험관을 눈여겨보자. 이곳에서는 1900년대부터 시작된 대구경찰의 내력을 소개하기 때문이다. 역사로 따져보면 서울종로경찰서, 평양경찰서, 대구중부경찰서가 우리나라 3대 경찰서로 손꼽히는데, 이중 대구중부경찰서는 자그마치 117년간의 구구한 이야기들을 품고 있으니 영상관, 홍보관, 선도관 등 각종 체험관을 통해 경찰에 대해 이모저모 알아가는 흥미로운 시간을 선사한다. 
 

이곳을 찾은 트래블피플은 그간 대구중부경찰서의 활동연혁과 제복 변천사, 그리고 단순표식으로 취급했던 가슴표장과 경찰마크, 경찰계급장의 의미 등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일상에서는 쉬이 접하지 않은 것들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 참신하게 다가올 것. 좀 더 흥미로운 사실은 실제 재직했던 경찰관이 다루었던 서류나 사진 등을 볼 수 있다는 것. 여기에 일기장과 월급봉투 같은 일상적인 물건까지 관찰하다보면 그들의 생활상이 자연히 머릿속에 그려진다. 한편 위협적인 분위기의 무기류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소총, 지휘검, 실탄, 가스봉, 수갑 등을 통해서는 경찰이라는 직업이 가지는 사명감과 그들의 무게감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전시를 통해 지근거리에서 치안을 지켜온 그들의 고뇌의 깊이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어린이와 어른 모두 재미있게 탐방하는, 경찰역사체험관

웬만한 성인남성도 움찔하게 만드는 경찰은 흡사 염라대왕 같다. 어린이라면 경찰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은 더할 것. 짝꿍의 도라에몽 스티커를 훔쳤다든지, 이불에 지도를 그렸다든지 내심 찔리는 것이 있는 아이라면 경찰아저씨를 보기만 해도 울음보가 터질지도 모른다, 어른이든 아이든 무섭고 멀게만 느껴지는 경찰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으려면 이곳만한 장소가 없다. 대구중부경찰서는 유치원부터 고등학생까지의 아이들과 교원을 위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어 경찰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어려움을 친근함으로 바꾸어준다.
 

일일경찰이 된 아이들은 어린이용으로 제작된 경찰제복을 입고 신체수색이나 과학수사 등을 해볼 수 있다. 전시용 경찰오토바이를 타보기도 하고, 몽타주를 만들거나 무전기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체험은 직업경찰관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다. 어른 또한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건 마찬가지. 추모관에 기록되어 있는 순직경찰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보며 지금껏 살아온 삶의 가치가 얼마나 무겁고 감사한지를 깨닫게 된다. 선도관에서도 특별한 감상을 느낄 수 있다. 이외에도 영상 속에서만 보던 면회실을 재현해 놓은 면회실 체험관, 1970년대 불량청소년과 윤락여성을 대상으로 선도하기 위한 계몽포스터 및 정조대를 전시해 놓은 선도관 등도 함께 둘러보자.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이곳의 체험관들은 모두 실제 유치장의 방들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2특히, 팬옵티콘 구조의 유치장은 실제적인 느낌을 더한다. 방들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다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반성하게도 한다. 내면에 잠들어 있던 준법정신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랄까.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게 이곳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보면 경찰의 생활상과 업무, 직업의 고충 등을 알게 되면서 평소 엄격하고 진지하게만 생각했던 경찰에 대해 보다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만약 이곳을 방문하고 난 뒤 길거리에서 우연히 경찰 아저씨와 마주친다면 스스럼없이 먼저 다가가 큰 소리로 인사해보자. 우리를 늘 안전하게 지켜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이다.